1년 전 소방안전검사 '양호'…"소방시설 관련 법 미비"
스프링클러·옥내소화전 설치 의무 없는 23년 된 건물
'유일' 피난 기구 완강기, 층마다 1대 불과…역할 못해
1년 전 소방안전검사 '양호'…"소방시설 관련 법 미비"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3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모텔 화재와 관련, 피해가 컸던 이유 중 하나로 해당 모텔이 소방안전 관련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 광주 북부소방서 등에 따르면, 이날 새벽 불이 난 광주 북구 두암동 모텔은 1997년 5월20일 숙박업소로 사용 승인을 받은 뒤 영업을 시작했다.
해당 모텔은 지하1층, 지상 5층 규모로 연면적 1074㎡의 건축물이다. 현행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근거해 스프링클러·옥내 소화전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다.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건물 기준은 ▲층수 6층 이상인 경우 ▲지하층 등 포함 4층 이상인 건물은 층별 면적 1000㎡이상 등이다.
모텔 등 숙박업소는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를 엄격히 규정한 다중이용시설로도 분류되지 않는다.
옥내 소화전 설치 기준인 '연면적 1500㎡ 이상 또는 층별 면적 300㎡ 이상인 4층 이상 건물'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완강기는 당시 법령대로 건물 피난층(1층)과 2층을 제외한 3·4·5층에 각각 1대씩 설치돼 있었다. 그러나 화재 당시 '유일한' 피난 기구였던 완강기는 이용되지 못했다.
한 투숙객은 4층 높이 창문에서 주차장 지붕 천막을 향해 뛰어내려 목숨을 구하기도 했다.
소방당국은 "투숙객들이 피난 과정에서 비좁은 복도를 가득 채운 연기로 인해 층마다 구비된 완강기를 미처 보지 못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행 법령은 객실 1곳마다 완강기가 1대씩 갖추도록 돼 있으나, 지은지 23년째를 맞는 모텔은 법령 적용 대상이 아니었다.
이 밖에도 이 모텔에는 소화기, 자동화재감지탐지 설비, 연결살수 설비(소방차량이 용수 공급, 진화에 쓰이는 설비) 등이 갖춰져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당국은 1년 전인 지난해 11월7일 불난 모텔에 대한 화재안전특별조사를 벌였으며, 조사 결과는 '양호'였다.
2014년 5월과 2016년 4월에도 소방안전시설에 대한 소방당국의 점검이 있었다. 소화기 압력 미달 등 경미한 내용의 지적사항이 확인, 시정조치됐다.
올해 5월에는 소방안전관리자의 자체 작동기능점검을 벌였으나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노후 건물의 경우, 강화된 소방안전시설물 관련 법령의 사각지대에 있다"면서 "법적 의무가 없는 만큼, 사업자가 스프링클러 등 안전시설물을 추가로 갖추는 것은 자발적인 의지에 기대할 수 밖에 없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오전 5시45분께 광주 북구 두암동 한 모텔에서는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1명이 숨지고 10명 중상, 22명 경상 등 총 3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중상자 중 일부는 생명이 위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투숙객 A(39)씨가 모텔에 불을 지른 것으로 보고,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wisdom2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