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난 줄도 모르고 잤는데"…일산 산부인과 병원장 사과

기사등록 2019/12/19 22:30:44

관계 당국 참석해 향후 대책 및 질의응답 자리서 성토 잇따라

홍승옥 병원장 "산모와 아기, 내원객, 시민께 심려 끼쳐 죄송"

"언론 알려진 것과 달리 대피 과정서 병원 측 과실 심각"

"조리원서 잠든 산모, 불난 줄도 모르고 잠들었다가 진압 후 대피"

일산 산부인과 병원 화재 피해자들이 병원 측의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고양=뉴시스] 이경환 기자 = 지난 14일 '일산 산부인과 병원 화재'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산모 등과 해당 병원 측이 19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청 대회의실에서 대책 발표 자리가 열렸다.

고양시청이 마련한 이날 자리에는 홍승옥 허유재 병원장과 화재원인을 수사하고 있는 일산동부경찰서, 일산소방서, 손해보상사정인 등이 참석했다.

먼저 홍 병원장은 사과의 말을 전달했고 피해자들은 화재 당시 병원 측의 과실과 보상 대책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 라인을 요구했다.

홍 원장은 "이번 화재로 피해를 입은 내원객과 시민께 커다란 심려를 끼쳐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특히 빠른 화재진압과 대처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병원에 있는 산모와 아기들에게 크게 죄송하다는 말을 거듭 드린다"고 말했다.

병원 측이 파악한 자료를 보면 이번 화재로 총 대피인원은 580여명으로 산모 74명, 신생아 66명, 직원 145명, 내원객 300여명이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한 남성은 "8층에서 화재 경보음도 듣지 못했고 불이 난 사실도 전혀 모르고 있다가 밖으로 나가 창밖으로 보니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며 "간호사들에게 물어보니 상황도 파악하지 못했고 그때서야 부랴부랴 대피를 시작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간호사도 모르고 있는 것도 황당하지만 밑에 층에 불이 났냐고 묻자 간호사가 '아직 전파가 안됐냐'고 되묻는 모습이 너무 황당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또 다른 남성은 "외출한 사이 화재소식을 접하고 병원에 전화를 했더니 받지 않았고 소방서에 직접 전화를 걸어 구조요청까지 했지만 아내는 방 안에서 잠이 든 상태로 구조도 받지 못했다"며 "언론에서 병원 측이 빠른 대처를 했다고 하는데 병원 측은 인원파악은커녕 문이라도 열고 확인하는 작업 조차 하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이어 "불이 더 커졌다면 질식해 끔찍한 상황까지 올 수 있었던 것 아니냐"며 "빠른 대처라고 하는데 우리는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화재경보음이 울리지 않은 부분에 대한 관련 법률 위반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14일 오전 10시7분께 경기 고양시의 한 대형 산부인과 병원에서 불이 났다. 불은 30여분 만에 모두 꺼졌으나 산모 등 26명이 연기를 마셔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이 불로 산모와 신생아, 의료진 등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당시 이 병원에는 산모 37명, 신생아 66명, 병원 관계자 200여명이 병원에 머물러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2019.12.14.photo@newsis.com
8층 입원환자의 보호자는 "대피음도 듣지 못하고 불이 난 사실 자체를 모르고 쉬고 있었다"며 "1층에서 불이 났을 때 다른 층의 환자들은 몰라도 되는 것인지, 이게 대한민국 화재 안전법에 적법한지 확인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자동화재탐지설비 및 시각경보장치의 화재안전기준에 따르면 5층 이상, 연면적 3000㎡를 초과하는 경우, 1층에서 불이 났을 때는 1층과 그 위아래층에만 경보가 울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산소방서 관계자는 "이 병원이 기준에 해당하고 있어 법률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며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건물 전체에 화재경보가 울리면 더 큰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대다수 피해자들이 신생아를 둔 부모다 보니 2차 피해에 대한 향후 대책과 보상 등에 대한 질문도 잇따랐다.

출산 1주일 만에 다른 병원으로 옮겨진 한 부모는 "아무리 빠르게 대피했다고 해도 이미 병원 내에 연기가 퍼진 상태였고 대피 과정에서 신생아들에게 노출이 됐을 가능성도 큰데 보험사 측은 진료 영수증만을 요구하고 있다"며 "당장은 이상이 없다고 하지만 향후 일산화탄소로 인한 2차 피해에 대한 대책과 병원 측은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는지 설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홍 병원장은 "보험사의 보상 외에도 병원 측이 일정 금액을 내놓고 위로금 명목으로 사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고 만약 2차 피해가 있다면 병원 측이 끝까지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4일 오전 10시7분께 이 병원 1층에서 불이 나 25분 만에 진화됐다. 신생아와 산모, 병원 관계자 등 580여명이 대피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kh@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