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벌사학 25년 최성해 '학력위조' 방치
사학혁신방안도 역부족…"꼼수 만연해"
교육부 임원승인 서류 '부실검증' 도마
"평의원회·교수회 견제책 법제화 필요"
사학혁신방안에 '깜깜이 총장선출'을 견제할 수 있는 핵심 과제가 모두 빠졌기 때문이다.
20일 교육계에 따르면 사립대학 전문가들은 최 총장의 학력 위조 사례를 두고 "언제, 어디서든 다시 벌어질 수 있는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 김용석 이사장은 "비리로 얼룩져 있는 범죄자도 언제나 총장이나 이사장이 될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사립학교개혁과 비리추방을 위한 국민운동본부(사학국본) 김병국 공동집행위원장도 "우리나라 많은 사학들은 이미 친·인척이 지배하는 구조"라며 "(총장 취임 관련) 안건이 올라가 봤자 형식적으로 처리가 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최 총장이 학력 검증 없이 25년간 총장직을 수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학 운영이 그만큼 폐쇄적이고 불투명한 구조인데다 내부 견제 또는 자정능력이 없는 탓이다.
실제로 교육부가 지난 19일 최 총장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최 총장이 총장에 선임됐을 때에도, 25년간 총장직을 수행하는 동안에도, 이사회는 이를 검증하거나 문제삼지 않았다. 최 총장이 동양대 학교법인인 현암학원 설립자 고(故) 최현우 이사장의 아들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족벌경영의 전형적인 폐해인 것이다.
최 총장은 1998년 1월 동양대 법인인 현암학원 이사로 재직하면서도 허위학력을 본인을 총장으로 선임하는 안에 대한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했다. 2010년 3월 제5대 총장으로 임명된 후 2010년 10월16일 자신의 부친인 최 전 이사장이 취임했을 때에도 사립학교법대로 이사 정수 3분의 2 이상 찬성 또는 관할청 승인 없이 총장직을 계속 수행했다.
사학 운영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이사회를 견제할 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사정수 4분의 1 이상을 외부에서 위촉하는 개방이사 제도가 있지만 개방이사는 사실상 '거수기'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개방이사 후보 추천부터 선임까지 사학법인과 이사회 권한이 절대적이다.
추천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개방이사 후보자를 추천하는 개방이사추천위원회 위원 절반은 교수와 직원, 학생 대표 등 구성원들로 꾸려진 심의기구인 대학평의원회 또는 학교운영위원회가 정한다. 나머지 개방이사추천위원이나 추천방식도 학교법인의 정관으로 정하게 돼 있다. 개방이사추천위원회가 2배수 이상의 인사를 추천하더라도 최종 선임권한은 이사회가 갖고 있다. 결국 이사회 친화적인 인사들이 자리를 차지하기 일쑤다.
사립대 총장을 선출하는 방식도 불투명하긴 마찬가지다. 국립대 총장의 경우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를 통해 직선 또는 간선제로 선출하기 때문에 검증이 가능하지만 국내 사립대 70% 이상은 이사회가 직접 임명하고 있다. 학교법인 이사와 개방이사까지 소위 '한통속'이라면 사실상 총장 검증이 무색한 셈이다.
사교련 자문을 맡고 있는 김광산 변호사는 "임원승인신청 과정에서 교육부가 최종적으로 인가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는 신원조회만 했다"고 꼬집었다.
결국 교육부가 지난 18일 사학 부정·비리를 막고 투명성과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내놓은 26개 사학혁신방안에 대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용석 사교련 이사장은 "대학평의원회, 교수협의회 등 법인에 대한 견제기구가 합리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학칙과 시행령을 만들고 평가 사업에서 가산점을 부여해야 한다"며 "교육부가 마음 먹으면 당장 할 수 있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사학국본 김병국 집행위원장은 "교육부와 교육청 등 교육당국이 나서서 사학 임원과 총장 자격을 검증할 수 있는 절차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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