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경제정책]역대급 저물가에 수요위축까지…관광에 사활 건 정부

기사등록 2019/12/19 11:50:00

기재부, 내년 물가상승률 1.0% 전망…"수요 개선, 하방 압력 완화"

방한 관광객 2천만명 시대 연다…내국인 국내 여행은 3억8천만회

"개소세 인하 제외 당장 내년 성장률 상승에 도움 될 정책 없어"

코세페, '눈 가리고 아웅'하는데…"부가세 환급 소비진작 효과 의문"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지난 12일 오후 서울 경복궁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기념촬영하고 있다. 2019.12.12. radiohead@newsis.com
[세종=뉴시스] 장서우 기자 = 올해 소비자 물가가 유례없는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진 데는 경기 부진에 따른 소비 위축이 한몫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책·공급 측 요인을 강조했던 정부와 달리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책연구기관에서 이같은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정부는 내년 경기 반등을 위한 국내 소비 진작책을 '2020년 경제정책방향'에 담아 발표했다. 국내적으로는 소비를 끌어올릴 만한 유인을 찾지 못한 채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19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0년 경제 전망'을 보면 정부는 내년 중 소비자 물가가 연간 1.0%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농산물값과 국제 유가가 떨어진 데다 복지 정책 확대, 유류세 인하 등 정책 요인까지 더 해졌던 올해(0.4%)에 비해 증가 폭은 크다. 기재부는 "수요가 완만히 개선되는 가운데 올해 대비 농산물, 석유류 등 공급 측면에서의 하방 압력이 완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한국은행의 전망치와 동일하다. 국책 연구기관 중에선 금융연구원이 정부보다 높은 1.1%를 제시했고, KDI는 크게 낮은 0.6%를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1.0%), 한국경제연구원(0.5%) 등 민간 기관의 전망은 엇갈린다.

올해 0.4%의 물가 상승률은 역대 최저치다.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에 못 미쳤던 때는 외환위기(IMF) 직후였던 1999년(0.8%)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소비가 급격히 위축됐던 2015년(0.7%)뿐이었다. 마이너스 물가 상승률은 지난 8월(-0.04%) 처음으로 나타난 뒤 9월(-0.4%)까지 이어지다 10월(0.0%) 보합을 거쳐 11월 다시 플러스(+)로 전환했다. 통계청과 기재부는 앞으로 마이너스 물가가 나타날 가능성을 희박하게 봤다.

정부는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올해 2.0%에서 내년 2.4%까지 높이기 위해 내수 진작을 포함한 여러 대책을 내놨다. 내수 진작책의 방점은 관광에 찍혔다. 우리 콘텐츠와 뷰티, 푸드 등을 연계한 K-컬쳐(culture) 페스티벌을 연 2회 개최하고 외국인의 의료 관광을 더욱 활성화하는 등 관광객 유치 노력을 통해 방한 관광객 2000만 명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다.

방한 관광객의 재방문도 유도한다. 쇼핑과 동시에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즉시 환급형 사후면세점을 현재 시범 사업 중인 대구에서 4개소 내외의 지역관광거점도시로 확대한다. 김해, 대구, 무안, 양양, 청주 등 지방 공항을 통해 입출국하는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추후 재방한 때 사용할 수 있는 항공·숙박 바우처를 제공한다. K팝(pop) 공개 방송, 시상식 방청권 등이 포함된 방한 관광 상품은 올해의 약 3배 수준으로 늘린다.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도 연간 3억8000만회의 국내 여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한다. 숙박비에 대해서도 도서·공연비와 같이 30%로 소득공제를 적용한다. 기재부는 내년 상반기 중 조세지출 예비타당성평가(예타)를 통해 도입의 타당성과 실효성 등을 판단할 예정이다. 이로 인한 세수 감소 우려와 관련,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몇 천억원 단위의 큰 결손을 초래할 만한 내용은 아니"라고 했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이 지난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경제정책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기재부 제공) 2019.12.19. photo@newsis.com
이밖에 10년 이상 노후한 차를 폐차한 후 경유차가 아닌 신차로 교체할 때 개별소비세를 깎아준다. 100만원 한도로 세율을 현행 5%에서 1.5%로 70% 감면하는 조치로, 내년 6월30일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된다. 인천공항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입국장 면세점은 김포 등 전국 주요 공항으로 허용하고 담배 판매도 허용(1인 1보루 제한)한다. 고효율 가전기기를 사들일 때 구매 금액을 일부 환급해주는 인센티브(incentive)도 마련했다.

다만 이 같은 정책들이 충분한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개소세 인하를 제외하면 당장 내년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정책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나 중국의 광군제(光棍節) 등 해외의 대표 쇼핑 행사에 비해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와 관련한 고육지책도 마련됐다. 정부는 기간 중 하루를 지정해 당일에 구입한 일정 소비재 품목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10% 환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소득공제와 같이 역시 상반기 중 조세지출 예비타당성평가(예타)를 통해 실효성을 가려낼 예정이다.

김 차관은 "코세페가 대규모 세일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기엔 붐업(boom-up)이 덜 돼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정부 환급분에 공급자가 세일 기간 제공하는 할인율을 더해 가격 인하 폭을 넓히겠다는 것으로,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내구재 등이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에 대해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물건 가격을 진짜 반값으로 깎아주는 광군제 등과 달리 코세페의 할인율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수준"이라며 "내구재가 아닌 비내구재, 준내구재, 서비스 위주여서 소비 진작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소비는 소득이 있어야 나타나는 것인데, 돈 있는 사람마저 부동산에 다 쏟아 부은 상황이라 돈이 있든, 없든 소비할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도 "대규모 쇼핑 행사를 활성화해 국내 소비를 진작시키겠다 하지만 지금도 복합 쇼핑몰 등에 대한 영업 규제는 있다"며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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