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공조가 '與 vs 野4당' 대치로…선거법 연내 처리 무산되나

기사등록 2019/12/18 19:56:52

야4당, '연동률캡' 수용하되 '석패율' 유지키로…與, 의총서 거부

민주당, 석패율 반대 주장 압도적…야4당에 '재고' 요청키로

협상 장기화·본회의 지연에 연내 처리 어려울 듯…선거법 '휴전' 주장도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현안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2019.12.18. photothink@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형섭 윤해리 김남희 기자 =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공직선거법 개정안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여야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평화당+대안신당) 공조가 18일 민주당 대(對) 야4당의 대립구도로 변질되는 양상이다.

선거법 협상의 최대 쟁점인 석패율제 도입을 둘러싸고 민주당과 야4당이 이견을 전혀 좁히지 못하면서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선거법 협상에 대한 당내 의견을 수렴한 결과 석패율제 도입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야4당에 재고를 요청키로 했다.

야4당이 대표 회동을 통해 만든 선거법 합의문을 거부한 것이다. 앞서 바른미래당 손학규·정의당 심상정·평화당 정동영·대안신당 추진위 유성엽 대표는 이날 낮 4당 대표 회동에서 민주당의 '연동률 50% 캡(상한선)' 요구를 수용하는 대신 석패율제는 반드시 도입키로 합의했다.

의석비율 '지역구 250석·비례대표 50석'과 연동률 50%에 합의하며 국회 본회의 상정이 초읽기에 들어가는 듯했던 4+1의 선거법 협상은 석패율제 도입과 연동률 캡 문제를 놓고 내부 균열이 커지면서 협상이 스톱된 상태였다.

이에 야4당은 비례대표 50석 중 30석에 대해서만 연동률 50%를 적용하고 나머지는 현행대로 가자는 민주당의 연동률 캡 요구를 21대 총선에 한시 적용한다는 전제 하에 받아들이기로 했다.

다만 지역구에서 아쉽게 낙선한 후보도 비례대표 명부에 올려 당선의 기회를 주는 석패율제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는 꺾지 않았다.

민주당은 잠정 합의된 의석비율이 원안(지역구 225석·비례대표 75석)보다 비례대표 규모가 줄어든 상황에서 당초 취지와 달리 중진 구제용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석패율제 백지화를 주장해 왔다.

손 대표는 4당 대표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 정치의 오랜 병폐인 지역구도를 철폐하기 위해 최소한으로라도 석패율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이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렇게 절실히 원하던 바이기도 했다. 그래서 최소한으로 축소가 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현안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2019.12.18. photothink@newsis.com
손 대표는 '최소한의 석패율제 도입'을 언급하며 당초 합의에 권역별로 2명씩 총 12명까지 석패율을 적용키로 한 것을 권역별 1명씩 총 6명까지 석패율을 적용하는 수준까지 양보가 가능하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의총에서 석패율은 절대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야4당 대표들의 합의는 반나절만에 거부당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의총에서 석패율제가 오히려 정치개혁을 퇴보시킬 수 있다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상황이 어쩔 수 없으니 받아들여야 하는 것 아니냐", "석패율을 받는 대신 검찰개혁법을 먼저 상정하자"는 등의 소수 의견도 있었지만 석패율을 반대하는 의견이 대다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4+1 선거법 협상의 두 가지 쟁점 중 하나였던 연동률 캡에 대한 이견은 해소됐지만 석패율제 도입을 놓고서는 '공조'가 '대치'로 바뀐 셈이다.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의총 뒤 기자들과 만나 "석패율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훨씬 더 많이 나왔다"며 "원내대표단이 야4당 대표단에 재고 요청을 전달하기로 결론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원안에 비해) 상당히 줄어든 비례대표 의석에 석패율이 도입되면 석패율 비례가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 여성 대표나 직능 대표 등 정당 정책을 보여줄 수 있는 비례대표나 참신한 청년 인재에 대한 기회가 거의 없어지다시피 한다"며 "오히려 석패율제로 인해서 선거개혁이 정치개혁을 흔드는 부분이 많다"고 강조했다.

일부 의원들은 야4당이 수용한 연동률 캡 적용과 관련해서도 자유한국당 등에서 비례대표 의석만 노린 '위성정당'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민주당은 연동률 캡이 적용되는 비례대표 의석을 20석 이하까지 줄일 것을 요구했지만 소수 정당의 반발이 워낙 거세 이를 30석으로 조정했다.

야4당은 민주당 의총 결과에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야4당 입장에서는 연동률 캡을 수용했음에도 석패율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사실상 민주당이 자신들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것을 압박한 셈이어서다.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을 끝내고 동료 의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9.12.18. photothink@newsis.com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뭐가 그렇게 아깝고 두렵냐. 진짜 두려운 것은 선거제도, 검찰개혁도 자초되고 한국당이 살판났다며 국회를 더욱 무력화시키는 것 아니냐"며 "작은 당들이 여기까지 양보하고 수용했으면 집권당이 끌어안고 문제를 해결해야지 도대체 무얼하고 있냐"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4+1은 이날 중에는 추가 협상을 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이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선거법의 연내 처리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때문에 이번 임시국회에 선거법을 상정한 뒤 회기종료로 필리버스터도 함께 끝나면 다음 임시회를 소집해 처리한다는 전략을 세운 터였다.

그러나 이번 임시회 회기 자체도 아직 결정되지 않은 데다 임시회 소집요구서 제출 요건을 고려하면 다음 임시회까지 최소 사흘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날 의총에서도 선거법 협상을 일시 중단해 한국당과 휴전을 선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연내 이뤄져야 하고 예산부수법안도 새해가 오기 전에 반드시 처리돼야 하는만큼 선거법을 미뤄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를 해제시키고 국회를 정상화하자는 것이다.

조응천 의원은 의총 뒤 기자들과 만나 "선거법은 일단 올해 안 할테니까 한국당에 필리버스터를 풀 것을 요구하고 내년에 다시 선거법 협상을 하자는 취지로 얘기했다"며 "예산부수법안과 민생법안, 총리 인준 등이 안되면 국정운영이 제대로 수행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에 예산부수법안과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 개최를 제안키로 했지만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 약속 없이 한국당이 이를 받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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