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전세 씨가 말랐다"…강남 아파트 '매물 품귀' 왜?

기사등록 2019/12/11 06:00:00

강남 지역 아파트 거래 급감…집값 오름세 유지

상한제 시행 후 공급부족·집값 상승 기대심리 ↑

강남발 매물 품귀 서울·수도권 확산 조짐 '우려'

【서울=뉴시스】 은마아파트.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매매·전세 모두 씨가 말랐네요."

지난 10일 만난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아파트값이 고공행진하고 있고, 전셋값도 껑충 뛰면서 매물을 내놓은 집주인들이 다시 거둬들이고 있다"며 "보유세가 늘었지만, 집값이 오른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돌아본 대치동 공인중개업소 6곳 가운데 5곳 모두 매매·전세 물량이 하나도 없었다. 1곳만 전세 물량 1건을 확보해 놓고 있을 정도였다.

최근 서울 강남지역 주택시장이 심상치 않다.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이후 매물 '품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신규 주택 공급 물량 감소에 따른 집값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강남 주택 보유자들이 '숨고르기'에 나선 모양새다.

매물 품귀 현상으로 서울 아파트 거래는 사실상 끊겼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건수는 2989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전월(9831건) 대비 70%나 감소했다. 지난 6월 6913건을 비롯해 ▲7월 8815건 ▲8월 6604건 ▲9월 7009건 등 월 평균 6000건을 넘은 것과 비교하면 지난달 거래량이 눈에 띄게 줄어든 수치다. 이달 10일 기준으로 거래량이 82건에 불과하다.

강남구, 송파구에서는 거래가 80% 넘게 급감한 반면, 집값은 꾸준한 상승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와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2월 입주한 개포동 '래미안 블레스티지(전용면적 59㎡)'는 지난 10월 19억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 6월 16억원에 거래된 이후 4개월여 만에 3억원이 올랐다.

또 강남구 래미안대치팰리스(전용면적 84㎡)는 지난 9월 27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기존 신고가는 지난 7월 기준 26억원으로, 한 달 새 1억7000만원이 오르면서 손바꿈이 이뤄졌다. 강남구 대표 재건축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 84㎡)도 지난 10월 21억8000만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과 보유세 강화 등 각종 규제에 따른 주택시장 안정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정부 예상과 달리 주택시장은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강남 지역 매물 품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세금보다 집값이 더 오르는 상승장에서는 매도자의 집값 상승 기대심리가 커져 오히려 매물을 거둬들인 뒤 시장을 관망하는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따른 주택 공급부족 우려도 한 몫하고 있다.

매물 품귀 현상으로 인한 집값 상승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 발표 이후 서울에 새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수요가 여전하다. 일각에선 강남발(發) 매물 품귀 현상이 강남권에서 그치지 않고 서울 전역으로 번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집값 오름세가 강남 지역뿐만 아니라 서울 전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강남 지역 매물 품귀 현상과 신축 아파트 강세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양가 상한제 영향으로 신규 주택 공급 위축 우려와 집값 상승 기대심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강남 지역에서 매물이 줄고 신축 아파트값이 오르는 건 당연한 현상"이라며 "세금보다 집값이 더 많이 오르고, 양도세 부담으로 다주택자들도 여간해서 매물을 내놓지 않으면서 강남 지역 매물 품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고, 매물 품귀 현상에 전셋값도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강남은 당분간 매도자 우위 시장이 계속 유지되면서 집값·전셋값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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