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부품·장비 '강소기업 100' 오디션, 5일 중소기업 DMC타워에서 열려
웨이비스, 에이티아이, 에스테크, 디엔에프 등 12개 반도체 관련 업체 결선 진출
'강소기업 100'은 소재 ·부품·장비 중소기업 100개를 선정해 기술 개발부터 사업화까지 전 가치사슬 활동을 정부가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한일간 반도체 갈등으로 공감대가 형성된 기술자립을 뒷받침하거나, 신산업에 기여할 잠재력이 큰 기업들이 그 대상이다. 1차 서면평가의 좁은 문을 통과한 301개 업체 가운데 최종 낙점을 받는 중소기업들은 5년간 최대 182억원을 지원받는다.
이날 가장 뜨거운 조명을 받은 중소기업들은 단연 반도체 쪽이다. 일부 심사위원들은 NFC(근거리 무선통신) 칩을 비롯한 제품의 강점을 설명하는 발표자들을 상대로 “(제품이) 일본산을 대체할 수 있는 데, 왜 이 부분을 얘기하지 않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던져 오디션장의 분위기를 가늠하게 했다.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가 우리 대법원의 일제 강제 징용 배상 판결에 반발해 우리나라를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한 이후 분출한 반일 여론이 여전히 강력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날 최종 심사에 오른 반도체 소재 ·부품·장비 업체들은 모두 12개. 참가업체들은 저마다 일본 기업 격파의 선봉장을 자처했다. 포토레지스트(감광제)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에 들어가는 폴리머 합성기술을 보유한 영창케미칼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 이수진 소재개발그룹 전무이사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이후) 삼성전자나 하이닉스가 정말 발 빠르게 움직였다”고 평가한 뒤 “우리 제품을 하이닉스나 삼성전자가 사용한다”고 소개했다. 또 “포토레지스트 구성 부품 중 성능을 좌우하는 폴리머를 자체 합성하고 디자인하고 있다”며 “패스트 팔로워에서 벗어나 2025년까지 퍼스트무버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반도체 불량 검사에 사용되는 프로브 카드 제작사인 윌테크놀러지의 신상훈 연구소장도 “한일 분쟁으로 프로브 시장이 핫하게 뜨고 있다”며 “일본 수출 규제 관련, 분위기는 좋다. 이제 실적이 나오는 단계”라고 소개했다. 이어 “프로브 카드 산업은 어느 제조업보다 사람의 섬세한 손길이 필요하다. 초정밀 공정을 수행하는 달인이 있고, (이러한 달인을) 지속해서 육성하고 있다”며 자사의 비교우위를 강조했다. 또 “프로브 카드의 스프링은 짧고 뚱뚱한 것이 좋지만, 그러면 스프링 역할을 하기 어려워 디자인이 고난도(일 수 밖에 없다)”며 “아이폰, 갤럭시에 들어가는 제품 검사 프로브 카드를 공급한다. 저희 기술력이 선진 경쟁사 수준으로 올라섰다”고 심사위원들을 설득했다.
이날 최종 심사에는 이들 3개사 외에도 웨이비스, 에이티아이, 엠에이티플러스, 에스테크, 디엔에프, 파크시스템스, 마이크로프렌드, 쓰리에이로직스, 에이엠티를 비롯해 반도체 전문가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중소기업들이 경연을 펼쳤다. 발표 직후 8분간의 질의 응답 시간이 이어졌고, 평점이 비공개로 바로 매겨졌다. 답변이 길어지면 어김없이 벨이 울렸다. ATI의 안두백 대표이사는 발표 직후 “너무 긴장이 됐다”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종호 서울대 교수도 “우리나라가 반도체를 잘하는 이면에 들어보지 못한 기업들이 있다는 점을 새삼 느꼈다”면서 “마음 같아서는 모두 (강소기업으로 선정)해주고 싶다. 파이널에 오른 기업들이어서 그런지 (수준이) 대단한 거 같다”고 평가했다.
한편, 중기부는 이르면 오는 9일 소재·부품·장비 분야 강소기업 100 최종 선정 결과를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