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불순하고 편협한 이해의 전형" 마크롱 맹비난
[런던=뉴시스] 이지예 기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 "당신 뇌검사 먼저 받아보라"고 일갈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뇌사 상태'에 빠졌다고 지적한 일을 맞받은 것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터키 이스탄불의 마르마라 대학 연설에서 "프랑스 대통령의 발언은 불순하고 편협한 이해의 전형"이라며 "그는 나토가 뇌사를 겪고 있다고 했다. 마크롱 대통령이여, 당신이야말로 뇌사 검사를 먼저 받아 보라"고 말했다고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리는 프랑스가 나토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터키는 나토의 가장 중요한 회원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마크롱은 테러와의 싸움이 뭔지 모른다"며 "노란 조끼(프랑스의 반정부 시위대)의 침공을 당한 이유"라고 주장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나토가 내부 갈등 심화로 '뇌사 상태'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달초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시리아 미군 철군 결정과 이에 따른 터키의 시리아 쿠르드족 공격을 문제로 지적하며, 나토 동맹들 사이 의사 조정과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나토 뇌사' 주장은 나토 내부적으로도 논란을 일으켰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나토가 유럽 안보의 핵심이라고 강조하며 마크롱 대통령이 불필요하게 지나친 발언을 했다고 비판했다. 다른 유럽연합(EU) 소속 나토 회원국들도 나토 내 문제가 있을수록 더욱 단합해야 한다고 입을 보탰다.
마크롱 대통령은 28일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과의 회담에서 '뇌사' 주장은 동맹의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한 의도였다고 해명했다. 그는 스톨텐베르크 총장과 나토 동맹 강화와 현대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나토는 다음달 2~4일 영국 런던에서 정상회의를 개최해 이에 관한 추가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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