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만명 '씬 파일러' 신용등급 오를듯
데이터 사고파는 '데이터 거래소' 가시화
1일 금융권에 따르면 '데이터 3법'의 한 축인 신정법 개정안은 지난달 28일 오후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데 이어, 29일 오전 전체회의도 넘어섰다. 같은 날 오후 열린 법제사법위원회도 통과할 것이란 전망이 높았지만,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의 반대로 계류되면서 결국 본회의 행(行)이 좌절됐다.
이런 가운데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신청으로 데이터 3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 가능성은 더욱 불투명해졌지만, 금융권에서는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가장 큰 '허들'이었던 상임위를 넘어선 만큼, 연내 또는 늦어도 내년 초엔 국회 본회의 통과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데이터 3법'이 뭐길래
이처럼 최근 금융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데이터 3법은 개인정보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을 일컫는다. 앞글자만 따 '개망신법'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가운데 가장 핵심으로 꼽히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개인정보 범위를 명확하게 하고, '가명정보' 활용의 근거를 마련해 개인정보의 보호 및 활용을 촉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정법 개정은 이 가명정보를 상업적 목적을 포함한 통계작성,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등을 위해 개인동의 없이도 이용하거나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개인정보에 대한 관리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이관하는 것이 골자다.
개인정보보호법과 신정법은 각각 상임위 전체회의를 통과해 본회의를 앞두고 있지만, 정보통신망법은 아직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에도 오르지 못했다.
◇마이데이터 산업·비금융전문CB 도입 등 '탄력'
만약 데이터 3법이 모두 통과되면 정부의 '데이터경제' 활성화 정책에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마이테이터(MyData·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산업과 개인신용평가업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데이터는 은행, 보험회사, 카드회사 등에 흩어져 있는 개인신용정보를 모아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이 산업이 도입되면 사업자는 고객의 카드 거래내역, 보험정보, 투자정보 등을 분석해 유리한 금융상품을 추천할 수 있고, 고객은 본인의 신용도, 자산, 대출 등과 유사한 소비자들이 가입한 금융상품의 조건을 비교하는 것 등이 가능해진다.
관련 업계에서는 마이데이터를 통해 정보주체가 보다 능동적·적극적으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 자기결정권의 실질적 보장과 금융혁신, 일자리 창출 등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상위 5개 마이데이터 관련 업체의 연간 매출액은 2017년 기준 약 65억9000만 달러, 고용인원은 약 1만3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위는 마이데이터 산업 진입을 위해 최소 자본금은 5억원, 금융회사 출자조건을 적용하지 않는 등 진입장벽을 최소화했다.
비금융전문CB(신용조회업), 개인사업자CB 신설 등으로 금융이력이 부족한 사회초년생 및 소상공인 등 1700만명에 달하는 '신 파일러(Thin Filer)'들의 신용등급도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개인 CB에는 통신료·전기·가스·수도요금 등 비금융정보를 활용해 신용을 평가하는 비금융정보 전문CB가 신설된다. 개인사업자에 특화된 신용평가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개인사업자CB'가 신설되고 카드사의 진입도 가능해진다.
비금융정보 전문 CB사가 도입되면 국내 금융실정 및 대출 수요자들의 행동패턴 등에 맞춰 신용도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빅데이터 신용평가 기법이 마련될 전망이다.실제로 미국의 파이코(FICO)사의 경우 지난 2015년 임대료, 전기료 납부실적 등 비금융정보를 활용해 신용도를 측정하는 새로운 신용평점모델을 개발, 약 1500만명의 금융이력 부족자에 대한 신용점수를 새롭게 산출하고 있다.
금융위는 국내에도 신용평가를 위한 데이터가 확충되고, 전용 신용평가체계가 구축되면 1100만명의 청년, 주부 등 금융이력부족자와 660만명의 자영업자 등 총 1700만명 가량의 신용도가 개선될 것으로 추산된다.
또 가맹점별 상세 매출내역, 사업자 민원·사고이력 정보 등을 보유한 카드사가 개인사업자 CB업에 진입하게 되면, 실시간 매출증감 등 사업체의 성장성을 반영한 신용평가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위는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의 전문성을 확보해 정확한 신용평가가 어려워 자금을 지원받지 못했던 소상공인 등에 대한 효율적 자금관리를 지원하고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터 결합·데이터 거래소 본격 추진
이종산업간 데이터를 결합해 새로운 서비스 개발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예컨대 자동차주행정보와 보험정보를 결합해 사고발생 위험이 낮은 개인에게는 보험료 할인을 해주는 서비스, 또는 통신료를 성실하게 납부하는 경우 신용등급이 오르거나, 금리를 인하해주는 서비스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밖에 자유롭게 데이터를 사고 파는 데이터 거래소 도입도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금융보안원이 주도적으로 추진 중인 데이터 거래소는 비식별정보, 기업정보 등의 금융데이터를 사고 팔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다.
금융위는 기업 간 안전하고 효율적인 데이터 결합을 지원하는 '데이터 전문기관'을 지정·운영하고, 내년 3월 비식별정보·기업정보 등을 공급자·수요자가 거래할 수 있는 데이터 거래소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데이터 거래소에는 금융회사 외 통신·유통 등 일반 상거래 기업도 참여가 가능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데이터가 전 산업의 가치장출을 좌우하는 데이터 경제 시대 전환에 맞춰 금융산업 신성장동력이 확보될 것"이라며 "국제적 데이터 법제와의 정합성 제고로 전세계 데이터 경쟁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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