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사무총장 "유럽·북미, 나토 통해 전략적 문제 함께 대응"
마크롱 "최근 美비용 문제에만 초점…경종 울릴 필요 있었다"
[런던=뉴시스] 이지예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은 28일(현지시간) 나토 동맹 강화와 현대화를 위해 힘을 모으자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나토가 내부 갈등 심화로 '뇌사 상태'에 빠졌다고 비판한 바 있다.
28일(현지시간) 나토 측 보도자료에 따르면 스톨텐베르크 총장과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파리에서 만나 동맹 강화를 위한 전략을 논의했다. 스톨텐베르크 총장은 "어떻게 하면 나토 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현대화할 수 있을지 광범위한 이슈를 놓고 바람직하고 열린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과 스톨텐베르크 총장은 불확실성이 높은 시대에 나토 같은 다자주의 기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뜻을 모았다. 스톨텐베르크 총장은 유럽과 북미가 중국의 부상, 러시아의 호전성 심화, 테러와의 싸움 같은 전략적 문제에 함께 대응할 수 있는 플랫폼은 나토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스톨텐베르크 총장은 프랑스의 국방 지출 증액과 유럽연합(EU)의 자체 방위력 향상 노력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다만 "EU는 유럽을 방어할 수 없다. 유럽의 단합이 범대서양의 단합을 대체할 순 없다"며 "강한 나토와 강한 EU는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날 회담은 마크롱 대통령이 나토가 '뇌사 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하면서 나토 회원국들 사이 미묘한 긴장감이 조성된 가운데 이뤄졌다. 마크롱은 이달 초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미국과 다른 동맹들 간 의사 조정과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미국의 헌신을 고려해 나토의 현실을 재평가해야 한다"며 유럽이 더 이상 미국과의 동맹에 전적으로 안보를 의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그동안 동맹들이 안보를 미국에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나토 회원국들을 비롯한 전 세계 동맹들에 방위비 증액과 책임 분담을 촉구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반 나토를 '무용지물'이라고 표현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시리아 미군 철수를 전격 발표했고, 터키가 이를 기회로 삼아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족을 격퇴하겠다며 군사 작전을 개시했다. 일련의 과정은 다른 나토 회원국들과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추진돼 나토 동맹 균열 우려를 키웠다.
마크롱 대통령은 28일 스톨텐베르크 총장과의 만남에서 자신의 '뇌사 상태' 주장이 나토의 주의를 환기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럽의 안보, 러시아·터키와의 관계, 나토의 주적 규정 등을 언급하며 "나는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에 대해 열린 질문을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고 폴리티코가 전했다.
그는 최근 나토 정상회의는 어떻게 하면 미국의 비용을 줄일 수 있을지 논의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며 "지난 2년간 우리가 한 논의를 살펴보면 확연하며 용납할 수 없는 단절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는 이 문제들이 해소되지 않는 한 비용 분담이나 책임 공유 문제를 놓고 이렇다 저렇다 협상해선 안 된다고 말해 왔다. 아무래도 (나토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의 '나토 뇌사' 발언 이후 나토 회원국 정상들이 여러 전략적 문제들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다행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스톨텐베르크 총장과의 회담에서 내달 나토 정상회의를 통해 동맹 강화의 중요성을 추가로 논의하자고 합의했다.
나토 정상회의는 다음달 2~4일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미국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의에서 회원국들의 국방비 증액과 부담 공유 문제를 논의하길 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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