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 만에 공개 보안사 사진첩 속 5·18 광주는 참혹했다"

기사등록 2019/11/26 18:57:58

계엄군 무자비 유혈진압 고스란히 담겨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보안사가 촬영·수집한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박지원 의원실 제공) 2019.11.26.photo@newsis.com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보안사가 제작한 사진첩이 39년 만에 처음 공개됐다.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이 26일 국가기록원으로부터 확보, 공개한 5·18 관련 사진첩 13권 1769장(중복 포함)에는 항쟁 당시의 참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담긴 오월 광주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길에 웅크려 있는 시민을 향해 군홧발을 들어 차거나 실탄을 장전한 M16 소총을 들고 달려가는 계엄군이 사진첩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금남로 등 시내 곳곳에서는 연행한 시민들을 한 구석에 몰아넣고 곤봉으로 집단 구타하는 계엄군의 잔혹성이 숨김 없이 나타났다.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보안사가 촬영·수집한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박지원 의원실 제공). 2019.11.26.photo@newsis.com

광주 도심 곳곳은 화염에 휩싸이거나 탄흔이 뚜렷한 건물과 차량이 어지럽게 널부러져 있었다.

무자비한 진압에 맞서 무장을 시작한 시민군들이 무기류를 분배하고 군·경 차량이나 트럭으로 타고 계엄군의 폭압성을 알리는 모습도 있었다.

탄약을 정리하거나 무기를 자진 반납하는 시민군 모습도 근접 촬영됐다. 시민군 사진에 적힌 짤막한 글에는 시민군이 '데모대', '무장폭도', '난동자', '극열분자' 등으로 표현됐다.

전남도청 앞 분수대 궐기대회에 모인 시민들을 촬영한 사진에서는 결연한 항쟁 의지와 분노가 전해졌다.

계엄군의 집단 발포가 이뤄진 5월20일 이후 모습은 더욱 참혹했다. 급격히 불어난 인명피해를 증명하듯 대낮 대로변에 혈흔이 선명한 시신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시신을 임시로 안치했던 상무관에는 놓인 태극기로 덮어놓은 관이 가득 찼다. 관 사이로 난 좁은 통로에는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려는 시민들이 붐볐다.

상무관 안팎 곳곳에는 방치된 시신들을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분주하게 수습했다. 어느 관 앞에서 고개를 떨군 한 노모의 슬픔과 분노에 가득 찬 청년의 표정도 가감없이 드러났다. 

구타와 총상 등을 입은 시민들이 넘쳐나는 병원에도 핏자국이 선명했다. 부상을 입은 시민군을 영업용 택시에 태워 옮기는 모습도 카메라에 그대로 담겼다.

도청 최후진압 작전일인 27일에는 시가지를 장악한 계엄군들이시민들을 체포한 뒤 바닥에 엎드리게 한 뒤 머릿수를 헤아렸다.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보안사가 촬영·수집한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박지원 의원실 제공) 2019.11.26.photo@newsis.com
항쟁이 막 끝난 28일에는 '난동용의자 색출 검문검색'이 시작됐다. 총을 든 채 서 있는 군인의 위압적 자세와 겁에 질린 시민들의 표정이 대조적이었다.

 한편 이날 공개된 사진첩은 지난해 군사안보지원사령부(옛 기무사령부)가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한 자료다. 박 의원이 지난 국정감사 등에서 해당 사진첩 공개를 요구하면서 안보지원사는 최근 정보공개심의위를 거쳐 해당 사진을 공개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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