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어린이대공원같은 극장...9살 조카와 본 '겨울왕국2'

기사등록 2019/11/24 16:30:04 최종수정 2019/11/24 16:42:57

극장 더빙관 아이들과 부모들 가득 "시작한다" 알리고 활기

"귀엽다, 쉬마려"거침없는 감정 표현...관객들 이해 분위기 독특

함께 관람한 58년생 엄마 "이해 안되지만 배경은 너무 멋져"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관객들이 24일 오전 경기 시흥시 롯데시네마 시화점에서 팝콘을 사기 위해 줄을 길게 늘어서 있다. 대부분이 '겨울왕국 2'를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은 아이들과 부모들이다. 2019.11.24 nam_jh@newsis.com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 = "이번 주말에는 겨울왕국을 꼭 봐야한다"

아홉살 조카의 성화를 이기지 못해 조바심이 났다. 이틀이나 미리 예매한 덕에 가장 좋은 중간 뒷자리를 선점할 수 있었다. 24일 일요일 오전 9시40분 '겨울왕국 2'를 예매했다.

"대체 그 시끄러운 영화 어떤지 나도 좀 보자" 엄마도 영화를 함께 보겠다고 했다.

그런데 웬일. 막상 당일이 되니 가족들이 모두 늦잠을 잤다.  9시쯤 예약을 취소하고 오전 10시20분 영화를 재예약해야 했다. 예약을 위해 '어플'에 들어갔다.그리고 '겨울왕국' 열풍을 바로 실감했다. 상영까지 1시간20분이나 남았는데 모든 뒷자리가 이미 예약이 완료된 상태였다. 앞쪽에서 4번째 자리까지만 남아있는 상황이었고, 결국 앞쪽에서 4번째 열인 D열로 예약해야만 했다.

겨울왕국의 인기는 주차를 하면서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영화관 건물에 도착했는데, 평소에는 비교적 한산한 롯데시네마 시화점 주차장 입구에 간만에 '만차' 표시가 떠있었다. 주차 매표소 아저씨는 "이런 일은 거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개봉 전 예매자 수 100만 돌파', '개봉 1일 차 60만, 2일 차 120만, 3일 차 290만' 등 매일 수치로만 기록하던 '겨울왕국 2'의 인기를 살갗으로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결국 맞은 편 정왕역 유료 주차장에 차를 대고 영화관으로 향했다. 4층 매표소에 내리니 어린이대공원을 방불케 하는 모습이 펼쳐졌다. 영화관을 찾은 사람들 대부분은 20~30대 젊은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온 4~10살 아이들이었다. 이른 아침 시간이라 그런지 영화관이면 으레 볼 수 있는 젊은 커플들,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보러 온 20~30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들만이 영화관을 가득 채웠다.
【서울=뉴시스】영화 '겨울왕국2'. 2019.11.24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photo@newsis.com

상영관으로 들어서자 모든 아이들의 가슴에는 팝콘이 하나씩 들려 있었다. 더빙 상영관이어서인지 극장안은 모두 엄마 아빠의 손을 맞잡고 온 아이들이었다. 더빙관이고 이른 아침 시간대라 그런지 상영관 안은 정말로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로 가득차 있었다.

옆에 앉아 있던 아이가 "시작한다"라고 말하며 영화의 시작을 알렸다. 한창 보고 있는데 15분 정도 늦게 도착한 부모와 아이들이 휴대폰 플래쉬를 켜고 자리를 찾아 들어왔다. 하지만 누구 하나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다. 올라프와 크리스토프가 등장할 때면 여기저기서 "귀여워"라는 말도 들려왔다. 중간중간 열심히 계단을 뛰어 올라 화장실에 가는 아이들도 볼 수 있었다.

9살 조카는 의젓했다. 나름 초등학생이라고 영화를 보는 동안 소리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조카보다 더 어린 아이들은 영화 중간 중간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더욱이 "언제 끝나 엄마" "쉬 마려 엄마" "집에가고 싶어 엄마"라는 영화와는 관계 없는 소리가 자주 들려왔지만 누구 하나 쳐다보거나 싫은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다. 모두가 같은 환경과 배경을 갖고 있는 만큼 서로를 이해하고 있는 분위기가 전해졌다.
[서울=뉴시스]영화 '겨울왕국 2' (사진=월트디즈니코리아 제공) 2019.11.24 photo@newsis.com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잠시 밖으로 나와 매표소로 내려갔다. (일부러 맨 뒷자리에 앉아 있다 조용히 빠져 나왔다.) 여전히 젊은 부모와 아이들로 매표소와 매점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영화를 보러 온 이유를 묻는 질문에 부모들은 "1편을 재밌게 봐서"라는 대답이 주를 이뤘고, "다들 보니까"라는 대답도 꽤 많았다. 또 "아이들이 겨울왕국 얘기를 많이 할텐데 대화에 못 끼면 안 되니까" 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에 반해 막상 아이들은 자신들의 부모보다는 덜 열성적이었다. 한 초등학교 3학년 여자아이는 "이미 본 친구들이 많긴 하지만, 아직 학교에서 엄청 얘기를 많이 하거나 하지는 않는다"라면서도 "꼭 보기는 해야 할 것 같다"라고 아이들 사이의 분위기를 전했다. 더 어린 아이들은 "엄마가 데리고 왔다"라는 단순한 대답부터 "엄마가 1편을 보여줬는데 재밌었다. 기대된다"라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영화를 보고 재미있었냐는 물음에 9살 조카는 "몰라"라고 했다. "재미없었어?"라는 말에 "재미없다고는 안했어. 모른다고 했지"라고 아리송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내 친구) 가빈이랑 시현이는 재밌대"라고 덧붙였다. 영화를 아이들은 전반적으로 "재밌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올라프가 귀엽다" "엘사가 예쁘다"는 등 극 중 등장인물을 언급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58년생 엄마의 반응도 궁금했다. 상영관 내 가장 나이가 많은 관객으로 추정되는 엄마는 "영화가 이해가 안 되더라"라면서도 "부모가 뭘 잘못을 하고, 딸들이 바로 잡는 이야기 아닌가. 그리고 자매가 서로 의지하고…"라며 영화의 얼개를 정확히 설명했다. 다만 "어른들은 별로일 거 같아"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배경들은 너무 멋있더라. 한 번도 못 봤던 배경들"이라고 놀라워 했다.
【서울=뉴시스】 영화 '겨울왕국2' 포스터. 19.11.24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가 끝나고 점심때인 12시가 좀 지난 시간에도 여전히 매표소의 풍경은 변하지 않았다. 영화 전광판을 가리키며 한 아이는 "엄마 저것 봐봐. 겨울왕국 밖에 없어"라고 말했다. 실제로 '블랙머니', '신의 한수'를 상영하는 일부 상영관을 제외하면 대부분 상영관이 '겨울왕국 2'를 상영 중에 있다.

23일 토요일 하루만 166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누적 관객은 290만2376명. 개봉 4일 차인 24일 벌써 403만 2245명(오후 1시 기준)을 동원했다.

스크린 독과점 논란의 이슈에 있지만 '어린이들 모두가 봐야 할 영화'로 어린이 대공원같은 극장 풍경은 계속될 조짐이다. 그래서 어른인 나도 '겨울왕국2'를 봐야겠다고 마음이 들면 (아이들은 많은)더빙관은 피하고 자막 상영관에 가기를 추천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nam_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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