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군공항 이전 무안군 염두…방공포대·탄약고까지 가나

기사등록 2019/11/04 13:31:12

4개 예비후보지 중 1년 동안 유독 무안만 방문

도지사·마을이장·주민 등 동향파악 '사찰 논란'

무등산 방공포대·마륵동 탄약고 이전 가능성도

【광주=뉴시스】 광주 공군 제1전투비행단 활주로에서 이륙하는 전투기. 2018.05.19. hgryu77@newsis.com

【광주=뉴시스】맹대환 기자 = 광주 군공항 이전 사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광주시가 사실상 전남 무안군을 이전 후보지로 염두에 두고 관련 행정을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군공항 뿐만 아니라 무등산에 위치한 방공포대와 서구 마륵동 공군 탄약고까지 함께 이전할 가능성도 제기돼 무안군민들의 반발이 커질 전망이다.

4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 군공항이전추진본부는 군공항 이전 업무협의와 이전 후보지역 여론 동향 파악, 이전 후보지 현지 확인 등의 명목으로 지난 2018년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무안지역을 18차례 가량 방문했다.

군공항 이전 예비후보지역은 무안·영암·신안·해남 등 4개 자치단체로 광주시는 이전 후보지역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유독 무안만을 방문했다.

광주시와 국방부, 전남도의 면담 과정에서도 무안이 군공항 이전지역으로 확정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발언이 나왔다.

박병호 전남도 행정부지사는 지난 7월25일 전남도청에서 국방부, 광주시 관계자와 면담을 하는 자리에서 "무안을 이전 후보지역으로 미리 정해놓고 추진함으로써 논의 자체가 불가하다"고 말했다.

이어 박 부지사는 "무안에 제시할 산업단지 조성 등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광주시가 무안지역 주민들의 동향을 파악한 것이 단순 정보 취합을 넘어 '주민 사찰' 논란까지 빚고 있다.

광주시는 김영록 전남도지사를 포함해 무안지역 마을이장과 사회단체 관계자, 전·현직 경찰까지 동원해 폭넓은 정보를 수집했으며, 이들의 이름과 직책, 발언 내용까지 명시한 보고전을 작성했다.

정보 내용 중에는 "군수와 군의원 등 정치인은 가치와 이익 중 유리한 면을 선택한다. 농촌 주민과 달리 의식이 있는 군민은 군공항 이전을 반대하지 않는다. 무안군의 반대 논리는 실제 지역주민들의 정서와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등 민감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보고전이 외부로 유출될 경우 무안지역 주민 간 군공항 이전 찬·반을 놓고 극심한 갈등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광주=뉴시스】송창헌 기자 = 광주 광산구 주민대책위원회와 서구 서창동 주민대책위가 27일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등산 방공포대는 광산구 송정리 제1전투비행단과 함께 이전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2017.02.27  goodchang@newsis.com

군공항 이전 시 무등산에 위치한 방공포대와 광주 서구 마륵동 36만6000㎡에 설치된 공군 탄약고까지 함께 이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군공항이 위치한 광주 광산구갑이 지역구인 바른미래당 김동철 의원은 지난해 12월 국회의원실에서 광주시 관계자와 간담회를 갖고 "홍보 전략으로 군공항이 광주·전남을 방어하는 공동시설임을 강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같은 당 권은희 의원(광산구을)은 "군공항 이전과 무등산 방공포대를 동시에 이전한다면 받아 주는 지자체에서 기피시설을 두 개나 받는 것이 된다"며 "일단 방공포대를 광주 군공항 영내로 이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꼼수' 제안을 했다.

군공항 이전이 성사될 경우 마륵동 공군 탄약고도 함께 이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군 탄약고는 지난 2006년부터 2018년까지 서구 서창동과 광산구 신촌동 일대로 옮길 예정이었으나, 2016년 군공항 이전이 결정되면서 중단된 상태다.

군공항 이전 방식인 '기부대 양여'에 대한 사업성 부족 우려도 제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기부대 양여는 사업 주체인 광주시가 군공항 토지 매각대금으로 자금을 마련해 대체부지를 기부하면 국방부가 기존 부지를 양여하는 방식이다.

총 사업비가 5조7480억원이며 이전 군공항 건설에 4조791억원, 이전 주변지역 지원에 4508억원을 지원한다. 종전부지 개발에 8356억원, 자본비용에 3825억원을 투입한다.

군공항 이전을 정부가 아닌 광주시가 추진한다는 점에서 박병호 전남도 행정부지사는 지난 7월 면담에서 "기부대 양여 방식의 사업추진은 문제가 있다"며 "국가가 직접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10월 열린 KB증권 등 6개 금융권 간담회에서 "군공항 이전은 대규모 사업으로 투자기간 장기화, 자본회수 등 문제로 사업 위험성이 높아 민간자본 참여가 부담된다"며 "종전부지 개발에 대한 철저한 사업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해 11월 "군공항 이전은 기부대 양여 사업으로 장기화, 선투입 비용 등에 따른 리스크가 커 LH 자체 및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을 통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광주시 관계자는 "군공항 이전 후보지 결정은 국방부 장관에게 있으며 아직까지 후보지가 결정되지 않았다"며 "다만 국방부 관계자들이 무안지역 주민들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반발이 일어 단순 동향 파악 차원에서 지역 정보를 수집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민감한 내용의 개인 정보가 포함돼 있는 만큼 앞으로는 동향 파악 관리에 신중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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