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민포럼]스톡홀름 노딜과 향후 북미협상 전망

기사등록 2019/11/01 07:09:58

북미 비핵화협상 부분적 핵무기 감축으로 끝 날 가능성 커

국방부·통일부 정책자문위원인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 분석

【서울=뉴시스】 박인희 이화여대 교수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삼일대로 라이온스빌딩에서 열린 안민포럼 조찬강연에서 ‘스톡홀름 노딜과 향후 북미협상 전망’을 주제로 강연중이다. (사진제공=안민포럼)
【서울=뉴시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국제정치학)는 비핵화를 위한 북미회담이 미국이 원하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핵폐기(FFVD)라는 성과를 얻지 못하고 현존하는 북한의 핵능력을 인정하는 부분적 핵무기 감축의 딜로 끝 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25일 안민정책포럼(이사장 백용호)이 주최한 조찬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박 교수는 현재 한국정치학회 부회장과 국방부 및 통일부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까지 청와대 국가안보실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박 교수는 이날 ‘스톡홀롬 노딜과 향후 북미회담전망’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북미회담의 전망을 2016년 갈등수준으로 회귀하거나, 지지부진하며 장기화로 가거나, 전면적인 비핵화로드맵 채택, 그리고 언론에서 표현하는 배드 딜(bad deal)인 비핵화로드맵 없는 단계적 실천합의 등 4가지 시나리오로 구분하고  이 가운데 마지막 배드 딜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박 교수는 배드 딜에 포함될 내용으로서는 대북 제재해제, 현존하는 북한의 핵 능력인정, 비핵화 로드맵 없는 단계적 실천합의 등을 담게 될 것이며, 3차 북미정상회담은 일종의 평화협정에 준하는 선언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교수는 이러한 배드 딜의 가능성은 남북미의 이해관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문제를 극대화해서 대선국면의 자산으로 활용코자 하는 의도가 엿보이고 한국의 경우 집권세력의 국내경제 및 정치적 불리한 국면을 타개할 유일한 옵션으로 활용해 2020년 총선 자산으로 활용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딜은 북한에겐 핵도 보유하고 경제건설에 나설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선호하는 목표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을 장기간 비운 제일 큰 이유는 한반도 이슈였을 정도로 북핵문제에 집중하고 있다며 김정은을 계속 협상상대로 묶어 두고자하는 의욕이 강하다고 소개했다.

박 교수는 또 최근 중국이나 러시아 등이 비밀리에 대북지원을 하고 있는 것을 미국이 적극적으로 막지 않는 것과 관련 북한을 계속적인 협상테이블에 앉혀 놓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뉴시스는 이날 박 교수가 발표한 내용을 독점 게재한다. 안민정책포럼은 고(故)박세일 교수를 중심으로 만든 지식인 네트워크로 1996년 창립됐으며 좌우를 아우르는 통합형 정책 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는 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했던 백용호 이화여대 교수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다음은 강연 요약본이다.
               
: 2017년 한반도를 감도는 불안과 안보위기를 뒤로하고 2018년 이후 북미간 전격적인 협상국면이 전개됐다. 전략무기를 한껏 자랑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을 가리켜 로켓맨이라고 얼음장을 놓던 트럼프 대통령과 싱가포르에서 북한에게는 장밋빛 미래가 있다고 강조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분명 동일인이다. 하지만 미국의 국내 정치적 환경을 적극 고려하고 미국의 국가이익 극대화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는 관점에서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서로 다른 미국 대통령일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2017년에서 2018년으로의 상황 변화를 논리적으로 깔끔하게 설명하기 어렵듯이, 지금의 협상국면이 급변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논리적으로 납득할만한 이유가 없을 수 있다는 점에 명심해야 한다. 터기의 쿠르드족 침공이 미국의 책임이라고 비난하는 우리의 판단이 도덕적 기준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한미동맹은 아직까지 북한이라는 위협 요인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억지하는 목적을 핵심 근거로 삼고 있다. 현재의 동맹을 최초로 맺었던 1953년 10월과 비교해서 지금의 한미관계는 산전벽해(山田碧海) 수준의 변화를 경험했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굳건한 동맹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21세기 국제질서에서 상황은 언제나 바뀔 수 있다.

이론적으로 동맹관계는 세 가지 질문을 구성한다. 동맹은 왜 생겨나는가? 한 번 생겨난 동맹은 어떤 방식에 의해 유지되는가? 마지막으로 안보환경의 변화에 직면해 동맹관계는 어떻게 반응하는가? 냉전 초기 한국의 생존을 지키고 공산세력의 확장을 저지하기 위해 한미동맹은 생겨났다. 냉전시기를 거치면서 한국은 미국의 지원에 힘입어 국제안보경제시스템 안에 안착했고, 미국은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 지속적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서로가 의미 있는 선물을 주고받았고 결과적으로 윈윈게임이었던 것이다.

이제 중국의 성장과 북미협상이라는 구조적인 환경 변화에 직면하여 한미동맹은 어떤 정당성의 논리 위에 서야하는가?

스톡홀름 ‘노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북미간 협상이 계속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와 동시에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실시할 것이라는 믿음은 차츰 사라지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남북미가 안고 있는 각자의 이유들로 인해 북한 비핵화 협상은 어떤 형태로든 결과를 도출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한미가 어떤 동맹의정당성을 새롭게 확보해야 할 것인가를 놓고서 심각한 논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