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이란 겨우 병신체로 채워진 주례사'?..'비평의 조건'

기사등록 2019/10/28 12:17:45

미술비평가 고동연, 안진국, 신현진 3명이 뭉쳐 출간

박영태 심상용 류병학 이선영등 16인의 인터뷰 기록

【서울=뉴시스】비평의 조건 책

【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미술비평이 사라진 시대, '비평이 권력이기를 포기한 자리에서'를 부제로 한 '비평의 조건'이 출간됐다.

미술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는 세 명의 저자 고동연, 안진국, 신현진이 미술비평가와 미술비평 그룹들을 만나 진행한 16편의 인터뷰가 실렸다.

박영택, 류병학, 김장언, 서동진, 백지홍, 홍경한, 이선영, 옐로우 펜 클럽, 심상용, 현시원, 홍태림, 정민영, 양효실, 김정현, 이영준, 집단오찬을 인터뷰하고 기록한 책이다.

예술의 기준이 다원화되면서 더 이상 비평가들이 담론으로 주도하는 일은 힘들어졌다. 비평이 위기에 빠졌다는 푸념이나 경고가 국내 미술계에도 만연해 있다.

비평가들은 '비평이 미궁에 빠졌다'는 지적에 대해 "현대 미술비평은 현대미술만큼 어려워졌다"고 했다.

"비평에 대하여 이야기를 꺼내기도 전에 '비평이 미궁에 빠졌느니'(2014년 10월 국제미술평론가협회가 개최한 학술대회의 제목), '비평이란 겨우 병신체로 채워진 주례사'(김종길은 2013년 5월 '아트인컬쳐'에 칼럼을 기고하면서 병신체를 극복하자고 했다.)라는 등 각종 비난이 난무한다"

심상용 비평가는 "'비평이 죽었다’는 진술은 저에게 특정 작가나 현상에 의미를 집중시키기 위해 글을 생산하는 비평의 주도권이 시장으로 양도되어 온 현상을 떠올리게 해요. 오늘날 비평은 스스로를 왜곡하면서 신화가 되려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295p)

이 책은 ▲비평의 주체 : 누가 비평하는가? ▲비평의 인프라 : 어떻게 유통되는가?▲비평의 시대적 조건 : 무엇이 변수인가?▲비평의 대상 : 무엇을 다루는가?를 통해 미술계에서 비평의 역할과 현재 미술계의 체계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비평의 조건' 저자들은 "비평이 어떠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좋은 비평가가 될 수 있다는 식의 비평가의 무용담을 다루지는 않는다"면서 "평의 위기를 논하기 전에 비평가를 둘러싼, 그리고 비평가들에게 지면을 제공하는 이들이 처한 사회적, 역사적, 개인적 배경을 다양한 연령대, 비평계 입문 경로, 글의 형식과 시대적 예술사조에 따라 비평가들이 어떻게 자신의 역할을 규정하였는지를 면밀하게 들여다본 책"이라고 소개했다.

재테크로 대체된 미술시장, 다양성의 시대속에서 비평의 의미는 무엇일까?

"비평 활동 역시 실패와 성공, 그리고 그에 대한 생산적인 상호작용의 누적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자신의 글을 발표할 곳도 마땅히 없는 신진은 그러한 과정에 참여할 기회가 별로 없어요. 성공도 실패도 모두 포용할 수 있는 곳을 생각하며 '크리틱-칼'을 만들었죠."(홍태림, 비평가와 정책, 349쪽)
 
"미술에 관해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해요. 미술에 대해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 미술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싶거든요"(정민영, 비평의 대중화 : 독자 없는 비평은 가능한가? 383쪽) 갈무리 펴냄, 528쪽, 2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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