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다발적 장·단기 금리역전…"경기침체 단정 시기상조"

기사등록 2019/10/20 12:00:00

시장에서도 경기침체 가능성 둘러싼 의견 엇갈려

"최근 금리역전, 채권시장 구조적 변화 등에 기인"

"금리역전 지속, 실물지표 흐름 등 모니터링 필요"


【서울=뉴시스】조현아 기자 = 미국과 독일 등 주요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장단기 금리역전 현상이 발생하면서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고개를 들고 있지만 경기침체의 전조로 보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나왔다.

20일 한국은행의 해외경제 포커스에 실린 '미국·독일 장단기 금리역전 전후 실물지표 추이와 시사점' 보고서(조사국 임준현 과장·유민정 조사역)에 따르면 1980년대 이후 미국과 독일의 장단기 금리역전 전후로 주요 실물지표가 전반적으로 약화되는 경향이 나타났지만 시기별로 일관된 흐름을 보이진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을 비롯한 영국과 일본 등 주요국 국채시장에서 6~7월 10년물과 3월물 금리가 역전된 이후 한동안 지속되는 양상이 벌어졌다. 캐나다 국채금리는 10년물과 2년물이 역전됐다. 독일에서는 8~9월중 장·단기 금리가 수차례 뒤짚어졌다.

과거 장단기 금리가 역전하면 경기는 대체로 수축국면으로 들어갔다. 미국의 경우 1960년대 이후 8번의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했는데 1966년, 단 한차례를 제외하고는 금리역전 이후 경기 수축세가 나타났다. 독일에서도 1990년 통일 이후 두 차례의 장단기 금리역전이 나타났고 이후 경기가 수축 국면에 들어갔다.

반면 영국에서는 1997년 금리역전 이후에도 경기침체가 발생하지 않기도 했고, 일본에서는 금리역전이 없었는데도 경기침체가 나타나는 등 국가별로 차별화됐다. 미국과 독일도 실물지표가 둔화하긴 했지만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생했던 2007년 12월~2009년 6월 경기수축 국면에서는 산업생산이 양호한 증가세를 보이는 등 시기별로 다른 흐름을 보였다.
최근 장단기금리 역전이 발생한 미국과 독일의 경제 흐름도 다소 차이가 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은 고용 호조를 바탕으로 소비 중심의 양호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독일은 경기 둔화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의 9월중 실업률은 1969년 5월 이후 최저치인 3.5%를 기록했고, 7~8월 실질 개인소비지출도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경제 성장세를 감안할 때 이번 금리역전으로 경기지표 둔화나 감소세가 재현될 것으로 단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게 보고서의 골자다. 최근 미국의 장단기 금리 역전으로 경기침체 공포가 커진 것도 과거 경험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최근 미국의 장단기 금리역전은 양적완화 등에 따른 기간프리미엄 축소 등 채권시장의 구조적 변화 등에 기인하고 있어 과거 경기침체와의 관계를 단순히 적용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도 경기침체 가능성을 둘러싼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금리역전이 경기침체 선행 신호라는 의견과 글로벌 채권시장 구조와 경제 상황 등에 비춰볼 때 직접적으로 연관시키기 어렵다는 의견 등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보고서는 "최근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으로 세계 교역이 크게 위축되고 성장세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금리역전 현상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만큼 지속 여부와 실물지표 흐름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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