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유신독재 폭력으로 인권 유린 피해자들에게 사과"
부마항쟁 발발 당시 2차 사법시험 준비 매진에 대한 부채의식
文대통령, 다시 그려낸 부마항쟁 공연 보며 입 꾹 다문채 집중
항쟁 참여자 옥정애 씨 눈물에 김정숙 여사도 눈시울 붉어져
유신독재 폭력에 맞서 부산과 마산 일대에서 들끓었던 1979년, 2차 사법시험 준비로 눈과 귀를 닫고 세상과 단절한 채 학업에 열중했던 자신의 모습에 대한 부채 의식이 고스란히 묻어나오는 듯했다. 청년 문재인으로 느꼈을 시대적 아픔을 대통령으로서 국민 앞에 사과하며 국가 폭력의 부당함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풀이 가능하다.
문 대통령은 역사책에서만 회자되던 부마민중항쟁의 정신을 국가기념일로 지정, 모든 국민이 함께 그 정신을 기릴 수 있도록 했다. 4·19혁명과 5·18광주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과 함께 오랜 숙원이었던 10월 부마민주항쟁까지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데 대한 기쁨은 잠시 뿐이었다.
16일 마산 민주항쟁의 발원지인 경남대학교에서 열린 부마항쟁기념식에 찾아 정부를 대표해 피해자들에게 허리를 숙였다. 문 대통령은 "유신독재의 가혹한 폭력으로 인권을 유린당한 피해자들 모두에게 대통령으로서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기념식이 진행되는 중에도 문 대통령 얼굴에 그늘이 떠나가지 않았다. 경남대학교 재학생들과 배우들이 항쟁 모습을 재현하자 문 대통령은 입을 꾹 다문채 공연에 집중했다. 마치 40년 동안 쌓아온 마음의 빚이 고스란히 얼굴에 투영되는 듯 했다.
부마항쟁이 발발한 1979년 10월, 문 대통령은 같은 해 1차 사법시험을 통과한 후 2차 합격 준비에만 매진했다. 군 탱크가 시위대를 깔아뭉갰다는 등 소문이 흉흉했지만, 문 대통령은 세상과 단절한 채 고시 공부에만 집중했다.
문 대통령은 당선 전에는 부마민주항쟁 기념사업회에서 활동하고 지역에서 열린 기념식에도 참석해 자리를 지킨 것으로 전해졌다.
부마항쟁과의 아찔한 인연 역시 문 대통령 마음의 무게를 가중시켰을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복무했던 제1공수여단 제3대대가 실제 부산 항쟁 진압군으로 투입되면서 자칫하면 국민에게 총을 겨누는 역할에 동원됐을지도 모른다는 아찔함은 그의 저서에도 잘 녹여져 있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묻는다. 완전히 새로운 나라, 문재인이 답하다' 저서에서 "제대하고 난 뒤 부마항쟁 때 제가 있던 부대가 부산에 투입됐다"며 "거기에 제 후임병, 조수였던 친구가 진압부대로 왔다. 제가 조금 늦게 군대생활 했다면 또 어떤 운명 됐을지 아찔하다"고 돌이켰다.
이날 문 대통령과 김 여사의 옆자리에는 부마민주항쟁에 참여했다가 시위 주동자라는 이유로 모진 고문을 당했던 옥정애씨가 앉았다. 옥씨는 피해자들의 증언이 담긴 영상들이 이어지자 눈물을 쏟아냈다.
김 여사는 옥 씨를 다독이며 함께 눈물을 흘렸고, 문 대통령도 기념사를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와 옥씨를 위로했다. 피해자들이 겪었던 고통은 동시대를 살았던 문 대통령과 김 여사에게도 지울 수 없는 기억이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식에 앞서 부마민주항쟁 특별전시를 관람했다.
이명곤 부마민주항쟁 기념재단 상임이사의 항쟁 당시 설명을 들은 문 대통령은 "부산에 이어 마산에서도 (항쟁 의미를) 확산시켜야 된다는 심정이었을 것 같다"며 "부산, 창원, 경남이 통합해서 기념식을 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논의가 이전부터 있었는데, 이번에 통합해서 (기념식을 하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고 한정우 부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내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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