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쿠르드 토사구팽'에 美정계 초당적 비판 봇물

기사등록 2019/10/08 13:06:53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아사드 정권에게만 득"

그레이엄 상원의원 "미국은 믿을 수없는 동맹이란 신호 보내"

【수르크=AP/뉴시스】지난 2014년 10월11일 터키 국경도시 수르크에서 장례식에 참석한 쿠르드족들이 민족노래를 부르며 손가락으로 승리를 뜻하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이날 장례식은 시리아 알레포주 코바니에서 이슬람국가(IS)와 싸우다 목숨을 잃은 쿠르드족 전사들을 위해 열렸다. 2019.10.08.
【서울=뉴시스】김난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리아 북동부 주둔 미군 철수 결정에 미 정계에서 초당적인 비판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이슬람국가(IS) 격퇴 파트너였던 쿠르드족에 대한 배신을 성토하는 목소리도 높다.

미치 매코널 미국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IS와 알카에다는 시리아에 여전히 위험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계속되는 시리아 내전은 중대한 안보와 인도주의 위협을 드리운다"고 지적했다.

매코널 대표는 이어 "갑작스러운 시리아에서의 미군 철수는 오직 러시아와 이란, 그리고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정권에 득이 될 뿐"이라며 "이는 IS와 다른 테러리스트 단체의 재편성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터키군의 토벌 위협에 맞닥뜨린 쿠르드족 문제와 관련, 우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인 터키와 시리아 현지 대테러 파트너 사이의 중대한 갈등을 막기 위해 미국의 지도력을 발휘하라"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으로 분류되는 공화당 소속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트위터를 통해 "쿠르드족을 저버림으로써 우리는 '미국은 믿을 수 없는 동맹'이라는 가능한 한 가장 위험한 신호를 보냈다"고 비판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이어 "쿠르드 동맹을 버리고 시리아를 러시아, 이란, 터키로 넘기는 이번 결정은 모든 극단 이슬람주의자들을 강하게 만들 것"이라며 "나쁜 이들을 격려하고 좋은 이들을 파괴한다"고 일갈했다.

그는 "당신을 지지하며 희생한 동맹을 버리는 건 결코 현명하지 못하다"며 "터키는 IS의 재부상을 막을 능력이 없다. 그들의 주된 타깃은 IS가 아니라 쿠르드족"이라고 일침을 놨다.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우군으로 분류되는 리즈 체니 공화당 하원의원도 성명을 내고 "북부 시리아 미군 철수는 IS에 맞서 우리가 얻은 것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비극적인 실수"라며 "우리 쿠르드족 동맹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에서도 비판 물결은 이어졌다. 민주당 하원 수장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성명을 통해 "북부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수시킨다는 대통령의 결정은 심히 충격적"이라며 "IS 근절이라는 우리의 임무에 중요한 파트너였던 쿠르드족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쿠르드족 파트너를 저버렸다. 이 결정은 지역 안보 및 안정성에 끔찍한 위협을 드리우고, 이란과 러시아는 물론 우리 동맹에도 '미국은 더 이상 신뢰할 파트너가 아니다'라는 위험한 메시지를 보낸다"고 했다.

시리아와 터키, 이라크 등지에서 분리독립을 추구해온 쿠르드족은 지난 2014년부터 미국의 IS 격퇴 작전에서 주요 지상 전력으로 활약해 왔다. IS와의 전쟁 과정에서 사망한 쿠르드족 전사만 1만1000여명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이들을 눈엣가시로 여겨온 터키는 IS 격퇴 주요 병력인 쿠르드민병대 인민수비대(YPG)가 자국이 테러단체로 규정한 쿠르드노동당(PKK)과 연계됐다며 척결을 공언해 왔다. 이때문에 터키와 쿠르드족 간 완충 역할을 해온 미군이 철수할 경우 쿠르드족의 입지는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지난해 12월 사임한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은 자신의 사퇴 이유가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결정 때문이었다고 밝히기도 했었다.

imz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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