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수출입은행장 후보에 전병조 '급부상'…왜

기사등록 2019/09/19 16:42:58

수은 노조 "청와대와 기재부의 깜깜이 밀실 인사 안돼"

【서울=뉴시스】정옥주 기자 = 연달아 두 명의 금융위원장을 배출시켜 금융권의 '요직'으로 주목받고 있는 차기 수출입은행장의 유력한 후보에 전병조 전 KB증권 사장(사진)이 떠오르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차기 수출입은행장 후보군에 최희남 한국투자공사(KIC) 사장과 전병조 전 KB증권 사장,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등이 올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행정고시 29회 출신이다.

금융권에서는 전병조 전 사장의 급부상을 두고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통상 수은 행장의 경우 정통 관료 출신 인사가 맡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공적수출신용기관(ECA)인 만큼 국내 정책금융은 물론, 국제금융에 대해서도 해박해야 하며,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역할도 막중해 관료 출신이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반면 전병조 전 사장의 경우 뿌리는 공직에서 출발하지만, 민간 금융회사에서 오랜 기간 몸 담았다는 점 등이 역대 수은 행장들과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다.

전 전 사장은 대구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행시 29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재무부, 재정경제원, 아시아개발은행 이코노미스트, 해양수산부, 기획재정부 본부국장 등을 거쳤다. 지난 2008년 공직을 떠나 증권업계에 발을 들인 후 NH투자증권 IB부문 전무, KDB대우증권 IB부문 전무, 대우증권 IB부문 대표 부사장, KB투자증권 사장 등을 지냈다.

금융권에서는 그가 참여정부 청와대 행정관 출신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전 전 사장은 지난 2003∼2005년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하는 등 현 정권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과거 참여정부 시절 여권에서 활발히 활동했던 이들이 현 정부에서 요직을 맡고 있는 흐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권 인사 중 대표적으로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활동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전 전 사장의 경영경험이 풍부하고 추진력이 높다고 평가되고 있지만 수은은 시중은행과 달리 대외 정책금융 경험이 풍부하고 국제금융 쪽에 경험이 풍부한 인물이 수장으로 오는 것이 관례"라며 "따라서 전 전 사장이 거론되는 것을 예상치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고 전했다.

한편 또 다른 유력 후보인 최희남 사장은 한양대에서 경제학과를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기재부 외화자금과장, 국제금융과장,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기획조정단장, 국제금융협력국장, 국제금융정책국장, 국제경제관리관과 세계은행(WB) 이사, 국제통화기금(IMF) 이사 등을 지냈다.

국제금융, 정책금융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았고, 특히 전임자인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과 비슷한 코스를 밟아왔다는 등에서 유력한 후보로 손꼽힌다.

기재부는 지난해 3월 최 사장을 임명할 당시 "국제금융과 거시경제 전문가로 국제금융 및 세계경제 흐름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이 탁월하다"며 "오랜 정책경험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국부펀드를 효율적으로 운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유 수석부원장도 국제금융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정통 관료다. 군산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경제기획원을 거쳐 기획재정부 국제금융협력국장,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장,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지냈다. 지난 2017년 11월 금감원 수석부원장으로 임명됐다. 하지만 유 수석부원장의 경우 지난해 딸이 수은에 공채로 합격해 현재 근무 둥이라는 점이 변수로 작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은 행장은 기재부 장관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한편 수은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수은 행장으로서의 자질과 역량에 대한 투명하고 공정한 검증 절차는 무시된 채, 기재부와 청와대의 깜깜이 밀실 인사 결과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투명한 임명 절차를 촉구했다.

이들은 "대다수 공공기관들은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기관장 후보자를 추천하고, 주무기관 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기관장을 임명하는 절차를 거친다"며 "수은도 지난 2008년 '임원추천위원회 운영 규정'을 도입했으나 단 한차례만 실시했을 뿐, 여전히 청와대와 기재부의 깜깜이 밀실 인사를 통해 은행장이 선임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검증된 능력 있는 인사라면 그가 누구든, 어디 출신인지를 막론하고 환영할 것"이라며 "그러나 공정한 절차가 무시된 채 오로지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가 선임되면 낙하산으로 규정하고 모든 역량과 수단을 동원해 강력하게 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hanna224@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