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홍남기에 "디플레 위험, 커지기 전 확장재정으로 대응해야"

기사등록 2019/09/09 14:29:22

"경기 전망, 빠르게 어두워져…단기 부양조치 필요"

"日조치, 한·일뿐 아니라 세계 경제 불확실성 증대"

【서울=뉴시스】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2019 경제발전경험공유시업(KSP) 성과공유 컨퍼런스 참석차 방한중인 폴 크루그먼 교수와 면담에 앞서 악수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19.09.09.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장서우 기자 = 9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난 폴 크루그먼(Paul Krugman) 미국 뉴욕시립대학교 교수가 "디플레이션(deflation) 위험이 있을 땐 신중한 기조가 위험을 더욱 키울 수 있으므로 확장적 재정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2019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 Knowledge Sharing Program) 성과 공유 콘퍼런스'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크루그먼 교수는 콘퍼런스 도중 홍 부총리와 면담을 갖고 한국과 국제 경제 현안에 대한 견해를 교환했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경기 침체를 동반한 디플레이션이 본격적으로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홍 부총리는 크루그먼 교수에게 한국 경제가 내수와 수출 양 측면에서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제 활력을 회복하고 '총요소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조언을 구했다.

이에 크루그먼 교수는 "경기 전망이 빠른 속도로 어두워지고 있어 경기 부양 조치를 더욱 많이 실시할 때"라고 답했다. 그는 "한국은 단기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의 역할을 확대할 여력이 있다"며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같이 시간이 걸리는 것보단 즉각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재정을 통한 단기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크루그먼 교수가 한국 정부의 재정 확대 의지를 묻자, 홍 부총리는 세입 여건을 고려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9%대 총지출 증가율을 유지해 높은 수준으로 예산을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2019 경제발전경험공유시업(KSP) 성과공유 컨퍼런스 참석차 방한중인 폴 크루그먼 교수와 면담을 하고 있다. 2019.09.09.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photo@newsis.com
홍 부총리는 최근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에 대해서도 크루그먼 교수의 의견을 구했다.

홍 부총리는 "일본의 조치로 한국의 불확실성이 한층 가중됐고 이로 인해 세계 경제 전체의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을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에 크루그먼 교수는 "그간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한·일 긴장 관계는 이제야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며 "양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키는 요인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내년 불황이 올 거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무역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가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KSP 콘퍼런스는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호텔에서 '불확실성을 넘어: 지식 공유의 미래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열렸다. 홍 부총리는 개회사를, 크루그먼 교수는 기조 발제를 각각 맡았다.

suw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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