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욱 청문회 보고서 채택 없이 종료…정갑윤, 막말 사과(종합3보)

기사등록 2019/09/02 21:07:04

"사외이사 중 이사회 안건 모두 찬성표 던져"

"IMF 방문학자하며 학교 측에 신고하지 않아"

정갑윤 "후보자 마음에 상처를 줬다면 사과"

민주당, 野 공세 반박하며 정책 질의에 집중

SM·호반건설 관련 의혹 제기하며 답변 요구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 공정거래위원장 인사청문회에서 조성욱 후보자가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2019.09.02. jc4321@newsis.com

【서울=뉴시스】임종명 위용성 문광호 기자 = 여야는 2일 국회 정무위원회(위원장 민병두)가 진행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청문회에서 후보자의 전문성과 도덕성 검증을 놓고 맞붙었다. 여야 간 공방 끝에 청문회는 오후 7시27분께 종료됐지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은 추후 각 당 간사 간 논의하는 것으로 미뤄졌다. 

야권은 후보자의 한화 그룹 사외이사 이력, 후보자 형부의 회사에서 감사를 했던 이력, 국제통화기금(IMF) 방문 학자 이력 등에 대해 지적했다. 여당에서는 SM·호반건설 등에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있다며 조 후보자의 답변을 통해 개혁 의지를 확인하면서 맞불을 놨다.

정무위는 이날 오전 10시 국회에서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진행했다.

청문회는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질의 시작 전부터 후보자 측의 자료제출이 미비한 점, 사전 서면질의에 대한 답변이 불성실하다는 지적들을 제기됐다.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당사자가 부동의해서 자료를 받지 못하는 인사청문회는 본 적이 없다. 제가 후보자의 휴가출장 내역에 대해 전면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어서 자료를 요청했더니 서울대에서 온 답변이다. 조 후보자가 국제통화기금(IMF) 연구원으로 갔을 때 어떤 기관에 어떻게 갔는지 알아보려 했는데 답변 온 게 없다"고 했다.

이에 민 위원장은 야권이 요청한 자료에 대해 오후까지 제출하도록 조치한 후 청문회를 이어갔다.
 
그러나 오후에 진행된 청문회에서도 제윤경 민주당 의원이 "청문회 준비하셨냐. 너무 기본도 모르는 것 같아서 염려가 많이 된다"며 "개혁 의지를 드러내겠다고 하다가 상속세 낮추는 것에 대해서는 관계부처에 건의하겠다고 하는데 어떤 것이 개혁이고 후퇴인지 구분할 수 있냐"고 따져 묻는 등 준비 부족 등에 대한 문제제기는 이어졌다.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 공정거래위원장 인사청문회에서 조성욱 후보자가 민병두 위원장에게 선서문을 전달하고 악수를 하고 있다. 2019.09.02. jc4321@newsis.com

조 후보자가 공정위 제재를 받았던 한화그룹 사외이사를 하면서 이사회 안건에 대해 단 한 차례도 반대표를 던진 적이 없고 서울대 교수 시절 IMF 방문학자를 하면서 학교 측에 겸직신고를 하지 않은 점 등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등에 따르면 조 후보자는 2010년 3월부터 2013년 4월까지 한화 사외이사로 재직하면서 34차례 이사회에 참석했다. 그러나 단 한 차례도 반대표를 던지지 않았다. 당시 한화는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위반, 계열사 부당지원, 입찰담합 등의 혐의를 받았던 시기로 알려졌다. 이에 조 후보자가 기업 활동의 감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며 '거수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주호영 한국당 의원은 조 후보자를 향해 "재벌개혁을 많이 외치는데 후보자가 사외이사로 재직하던 3년 동안 한화그룹이 세 차례에 걸쳐 내부거래 공시위반, 입찰담합, 수수료 과다 부과 등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적발됐다. 이사회에서 한 번이라도 이 문제점을 지적한 적 있나"라고 지적했다.

정태옥 의원은 "김승연 한화 회장이 계열사로부터 330억원의 보너스를 받는 것에 대해 이사로서 찬성했다. 제대로 경영의 역할을 못한 상황인데"라며 "평소에 재벌에 대해 그렇게 부정적으로 이야기를 했다면 사외이사를 하지 말았어야하고, 사외이사가 됐다면 여기에 제대로 답변을 했어야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이에 "제가 한화의 사외이사가 된 이유는 독립적인 외부 전문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저는 한화의 어느 경영진과도 혈연이 없다"면서도 "이사회 안건에 찬성표들을 던진 게 맞다. 경영진에게 사외이사로서 준법경영과 경영혁신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사외이사 시절 주장했던 한화의 내부통제기능 강화방안이 이사회에서 의결됐다고도 말했다.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 공정거래위원장 인사청문회에서 조성욱 후보자가 의견을 나누고 있다. 2019.09.02. jc4321@newsis.com

야권은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의 전문성 검증에도 나섰다.

주 의원은 "후보자 경력을 보면 주로 금융·증권 쪽에서만 활동을 했고 공정거래는 2008년 논문 하나 달랑 있어서 되겠느냐고 하니 2018년 사외이사제도 논문 하나 있다고 답하고 있다. 공정거래라는 게 상당히 기술법적인 성격이 있고 많은 전문성이 요구된다. 그런데 정책 관련 질문에 답을 잘 못하고 국민들이 관심을 갖는 정책을 어떻게 하겠다는 판단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장병완 무소속 의원은 "학자로서 경력이 기업금융 이런 쪽에 치우쳐 있고 일반 관리자로서의 경험이 좀 없어서 공정거래위원회 수장을 맡는 것에 의구심이 좀 많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 후보자는 "제가 학교로 오기 전에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공정거래 관련한 연구를 9년 이상 했다"고 반박했다.

김선동 한국당 의원은 후보자가 국가공무원법이나 소속 기관의 규정을 잘 따랐는지 등 준법의식 문제를 질의하겠다며 후보자가 서면답변에 대기업 경력을 활용한 적 없다고 했지만 마사회 자기소개서를 보면 민간기업에서 활동한 이력을 스스로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후보자가 IMF 초빙연구위원으로 갔을 때 서울대에 재직하면서 겸직신고를 해야 하는데 관련 자료를 하나도 안 냈다. 겸직신고를 당연히 해야 했다"고 했다.

그러자 조 후보자는 "제가 IMF 초빙연구위원으로 활동했던 기간은 3개월이다. 이 부분은 서울대 경영대학장에 신고한 부분"이라고 반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에선 이러한 공세에 반박하기 위한 질의가 주를 이뤘다.

김병욱 의원은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기업의 집행부와 어떻게 소통하면서 어떤 경영조언을 하는지 또한 사외이사 평가의 주요항목이다. 그런 측면에서, 후보자가 한화에서 발표한 경영개선계획에 많은 조언을 해줬고 그것이 한화를 더 발전시키는 개선안으로 반영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조 후보자는 "전적으로 동감한다"고 답변했다.

김 의원은 조 후보자가 한화 사외이사 임기를 마치고 재선임되고 난 뒤 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가게 된 것을 언급하며 "경제적 부가 아닌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고자 본인의 전문능력을 발휘하려고 사외이사가 아닌 증선위원을 선택했다고 추측된다"고 하자 조 후보자는 "제 심정을 정확히 표시해줬다"고 말했다.

전재수 의원은 외국계 기업 불공정 행위에 대한 해소방안을 질의하며 "인사청문회를 잘 마쳐서 공정거래위원장이 되면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는 시장, 또 소비자 권익이 보장되는 시장, 갑질이 없는 시장, 기술탈취가 없는 시장을 만들어줘서 역사상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공정위 위상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정갑윤 한국당 의원은 미혼인 조 후보자를 향해 "아직 결혼 안하지 않았나"며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병폐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출산율이다. 후보자가 참 훌륭한 분인데 그것까지 갖췄으면 정말 100점짜리 후보자라고 생각한다"는 발언을 했다. 조 후보자는 다소 경직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병욱 의원은 이에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우리 후보자의 자질, 능력, 도덕성을 검증하는 자리인데 전혀 관계없는, 후보자의 특성을 거론하거나 사회적 합의가 없는 결혼 또는 출산 등을 언급하는 것은 유감이다. 만약 남성이었다면 이런 발언이 나왔겠나"라고 반발했다.

이에 정 의원은 오후 회의에서 "제가 오전 질의에 드린 말씀이 후보자에게 마음의 상처를 줬다면, 국민들에 상처를 줬다면 사과드린다"며 "저는 후보자에 상처를 주기 위한 말이 아니고 오늘날 대한민국 출산율이 세계 꼴찌수준이라 후보자처럼 훌륭한 분이 애국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한 거니 이해 바란다"고 사과했다. 이에 조 후보자는 "사과를 받아들이겠다"고 답했다.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 공정거래위원장 인사청문회에서 조성욱 후보자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09.02. jc4321@newsis.com

오후 질의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따라 정부가 공정 거래에 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조치를 내놓은 것에 초점이 모였다.

김성원 한국당 의원은 "일본 경제보복에 대해 정부가 내놓은 정책과 후보의 소신이 다르다. (정부는)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에 한시적 예외조항 두겠다는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하나둘씩 예외 조항을 두면 지금 (일본 경제보복처럼) 국가 간 분쟁이 많은 상황에서 후보자가 공정거래를 최우선으로 이끌 의지 있나"라고 질문했다.

정태옥 한국당 의원도 "일본 수출규제 관련해 공정거래 분야에 대해서 어느 정도 완화하겠다고 했다"며 "일본 수출 규제 해당되는 소재·부품 산업에 대해서 공동행위 내지는 사익 편취행위를 봐주겠다는 건가"라고 물었다.

해당 질문이 반복적으로 이어지자 민 위원장은 "기존 기준을 완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한편에서는 경제가 어려울 때일수록 공정거래를 엄격히 적용해야 더 탄탄히 발전할 것 아니냐라고 한다"며 "정부 입장은 긴급성·보완성 등을 원칙으로 예외적 적용을 할 수 있다는 관점이고 지금은 긴급성 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 않느냐"라고 조 후보자의 답을 요구하며 논의를 정리했다.

조 후보자는 "정부의 다른 부처의 의사결정에 제가 뭐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면서도 "제가 위원장이 되면 법 집행을 엄정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 공정거래위원장 인사청문회에서 조성욱 후보자가 의원 질의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2019.09.02. jc4321@newsis.com

여당 의원들은 조 후보자가 앞으로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 해야 할 역할과 과제들을 조언했다. 조 후보자는 해당 사안들에 대해 앞으로 살펴보겠다고 약속했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대기업과 공시 대상 기업의 과거의 잘못을 새로운 성장 기업들이 모방하고 일감 떼어주고 사익을 편취하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 기업이 SM엔터테인먼트라고 증권시장에서는 바라본다"며 "SM의 영업이익의 46%를 대주주가 지분의 100%를 가진 자회사 라이크기획에 몰아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동수 민주당 의원은 "호반건설의 계열사인 비오토가 일감몰아주기 등으로 2017년 매출액이 1조60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며 "특수관계자와 부당한 거래행위 금지에 해당한다고 보이며 재벌로 성장하는, 지분을 획득하는 과정을 면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조 후보자는 SM에 대해 "부당지원으로 대주주가 100%를 가진 기업에 리소스가 들어간다는 것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공정거래 위원장이 되면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호반건설에 대해서도 "위원장이 되면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여부는 간사 간 협의로 결정될 예정이다. 정무위 바른미래당 간사인 유의동 의원은 "협의 일정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이야기 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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