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밀어붙이는 김현미 "분양가 잡아야 집값 잡아"

기사등록 2019/08/08 10:27:41 최종수정 2019/08/08 12:01:26

국토부 관계자 "어려움이 있는데 국내 주택시장이라도 안정돼야"

이태경 토지정의시민연대 대표 "추격 매수 끊는 효과 있을 것"

이은형 선임연구원 "분양가 통제권 상실하면 가격통제권 잃어"

야권 관계자 "총선서 패해도 새 정치 진로 모색하는 기회될 것"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30일 오전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19.07.3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내년 총선을 앞둔 여당, 정부 일각의 반발 속에서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정부안을 내주 초 공개하기로 하는 등 상한제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한·일간 무역 분쟁, 미·중 관세 갈등 등 초대형 악재들이 분출하며 주식·채권 등 자본시장이 출렁이고, 한국은행-기획재정부가 정책 공조를 가동하는 등 한국경제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도 건설투자를 위축시킬 양날의 검을 거둬들이지 않자 진의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8일 국토교통부, 국회,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당정 협의를 거쳐 오는 13일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정부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위한 세부안을 다음 주 초 당정 협의를 거쳐 최종 발표할 예정"이라며 "(시행시기는) 종합적, 정무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와 당은 현재 (세부안을 놓고)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다음주 당정협의 절차를 남겨두고는 있지만 걸림돌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분양가상한제는 아파트 토지비(감정평가)에 정부가 정한 기본형 건축비, 건설업자의 적정 이윤 등을 더해 시장가 이하로 분양가를 산정하는 제도를 뜻한다. 참여정부는 지난 2005년 3월9일부터 공공택지에 건설되는 25.7평 이하 소형주택에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해 분양가를 규제했다. 또 수차례 고강도 대책에도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자 2007년 9월부터 적용 대상을 민간아파트로 확대한 바 있다. 김현미 장관은 앞서 지난달 8일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사실상 사문화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다시 시행할 뜻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당초 이번주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관측된 세부안 발표가  늦춰지자 시행안 발표가 연기되거나 흐지부지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일각에서 고개를 들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성 하락을 우려한 건설업계, 재건축·재개발 조합 등의 조직적 반발이 거센 가운데 관세부과를 둘러싼 미중 갈등, 한일 무역 분쟁 등 대외악재들이 겹치는 등 한국경제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상한제가 건설투자, 설비투자 하락의 방아쇠를 당기고, 수출 부진·자본시장 불안에 따른 소비심리 악화가 겹치며 가뜩이나 위축된 한국경제의 성장률이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정치권의 반론도 점차 거세지는 상황이다.

【서울=뉴시스】
김현미 장관이 재건축 조합의 반발, 기획재정부의 견제, 일산 등 지역구의 민심 이반, 한·일.미·중 무역 분쟁 등 대내외 악재 속에서도 상한제 카드를 고수하는 데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가격 규제를 우회하려는 건설사의 후분양에 대응해 정부가 가격 통제 수단을 유지하고 ▲서울아파트값 상승 흐름에 불안을 느낀 ‘추격 매수세’를 차단하며 ▲투기 세력 암약의 고리를 끊어 집값 안정 기조를 확고히 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여기에 ▲취임 후 집값 안정책을 펼쳐온 주무장관으로서의 소신 ▲장관 이후를 염두에 둔 셈법 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본과의 무역 분쟁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는데 국내 주택시장이라도 안정돼야 한다”며 “주택시장마저 불안하면 국민이 어떻게 살겠나”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민단체인 토지정의시민연대의 이태경 대표는 이에 대해 “상한제는 실수요자들의 기존 아파트 추격매수를 끊는 효과가 있다. 구매력 있는 무주택자가 기존의 매매시장에 들어갈 이유가 없어진다”면서 “(일부 지역에서)전세가가 반등한 것도 집값 안정을 예상한 대기수요가 전세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지역구 의원인데 표 떨어지는 걸 생각한다면, 그렇게 못할 것 같다”면서 “(김 장관은 규제강화가) 대의에 복무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후분양제가 확산하면 정부가 (가격)통제권을 잃어버린다”면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분양가 통제권을 정부가 잃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주택 수요자들이 상한제 시행으로 기존주택을 구입하지 않고 일단 청약을 넣어볼 것”이라며 “정부도 민간 아파트 가격의 가파른 상승을 억제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현정부 업적은 부동산 가격 안정”이라며 “분양가 통제권을 상실하면 이것을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고양=뉴시스】박주성 기자 = 일산신도시연합회와 운정신도시연합회, 검단신도시연합회 주최로 9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주엽동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열린 3기 신도시 철회 5차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06.09. park7691@newsis.com
익명을 요구한 야권 관계자는 “장관 지역구인 일산 주민들이 3기 신도시에 반대한다고 해서 이 지역 민심이 국민 전체의 민의를 반영한다고는 볼 수는 없다. 선거 전까지는 변수도 많다”면서 “김 장관이 현재로서는 총선에서 패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설혹 패한다고 해도 선명한 노선과 이슈로 새로운 정치적 진로를 모색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노무현 대통령도 그렇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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