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정말 환율조작?…전문가들 "기준에 못미쳐' 對 "조작했다"

기사등록 2019/08/06 10:52:10

프라사드 "재무부 기준을 여전히 충족 못해"

허슨 "트럼프 행정부, 정치적 의도 있어"

페이스 "중국 인민은행, 독립성 없어"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백악관 접견실에서 텍사스주 엘패소와 오하이오주 데이턴에서의 총기 난사와 관련한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공 안전에 위험한 인물'에 한해 총기 소지를 규제하는 법안 처리를 의회에 촉구했으나 총기 자체를 규제하겠다는 언급은 하지 않았다. 2019.08.06.
【서울=뉴시스】이재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5일(현지시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지만 언론과 전문가들은 중국이 환율조작을 했는지를 두고 엇갈린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당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공약했지만 5일까지 실행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5월 환율보고서에서도 중국을 환율조작 관찰대상국으로만 지정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재무부 관행을 뛰어넘어 5일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1994년 이후 처음이다. 재무부는 의회에 매년 두 차례 환율보고서를 제출하는데 다음 보고서는 10월 발표될 예정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중 무역협상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처럼 진행되지 않는 것이 이번 지정의 배경이라고 풀이했다.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간 정상회담 이후 양국이 고위급 실무협상을 재개했지만 미국의 불만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3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해 교착 상태인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불발됐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저널(WSJ), 뉴욕타임스(NYT), CNBC,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MCP) 등에 따르면 전문가 대부분은 이번 조치가 재무부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재무부는 ▲1년 동안 대미 무역 흑자 200억 달러(약 24조3200억원) 초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흑자 비율 2% 초과 ▲연간 달러 순매수가 GDP대비 2%초과 또는 12개월중 6개월 이상 달러 순매수 등 3개의 조건을 충족한 국가에 대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중국을 담담했던 에스와 프라사드 코넬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은 여전히 재무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면서 "재무부가 중국이 (환율조작국) 지정 기준에 부합하지 못했음에도 자의적으로 결정했다고 보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40년간 재무부에서 국제 문제를 담당했던 마크 소벨도 "중국의 경상수지(current account)는 현재 거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며 "(중국이 환율에) 개입하지 않았다. 재무부 보고서 기준으로는 중국은 환율 조작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배녹번 글로벌포렉스 시장 전략가인 마크 챈들러 배녹번은 "이번 사건의 핵심은 (중국이) 통화 약세를 위해 일관되게 또는 지속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면서 "경제 전문가나 시장 전략가들은 중국이 환율조작국이라고 단정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이클 허슨 유라시아그룹 동북아 담당 대표는 "트럼프 행정부가 재무부의 정기적인 보고기간을 기다리지 않고 환율조작국 지정을 한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음을 강력히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NYT는 무역 전문가들을 인용해 중국이 수년간 자국 통화의 가치를 억제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할 때는 이미 해당 관행을 중단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자문위원의 설득에 따라 공약 이행을 중단했고, 재무부도 지난 5월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이 자국 통화를 부적절하게 평가 절하했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환율조작을 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전날 위안화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5월 이래 11년3개월만에 이례적으로 역내 시장에서 1달러당 7위안을 넘어선 것은 중국 지도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것이다.

마이클 페이스 베이징대 금융경영대학원 교수는 "통화정책은 중국 인민은행이 담당하지만 중국 인민은행은 독립적으로 위안화 수준을 결정할 수 있는 독립성이 없다"고 했다. 즉,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방어하지 않고 시장에 맡긴 것 자체가 지도부의 뜻에 따른 '의도적 조작'으로 볼 수있다는 이야기이다. 

한편, 미중간 환율전쟁이 무역전쟁을 장기화하는 것은 물론 아시아 국가의 통화 평가절하 압력을 키우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니 글레이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중국센터장은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이 중국 전현직 지도부가 참석하는 베이다허(北戴河) 비공개회의를 앞두고 이뤄진 것을 언급하면서 "시기가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다"며 "타협의 가능성은 이미 사라졌다. 양국 (정치) 지도자 모두 국내 정치를 먼저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슨 대표는 "이번 조치가 즉각적인 제재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 자체로는 큰 의미가 없다"면서도 "시장은 (중국을) 잠재적인 위험 지역으로 바라볼 것"이라고 했다. NWI매니지먼트 대표인 하리 하리하란은 "미중간 갈등이 지속되면 미국 증시가 8%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고 했다.

WSJ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커져 연방준비위원회(Fed)가 추가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ironn10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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