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수사민원에 극단 선택한 경찰…법원 "순직 인정"

기사등록 2019/08/04 09:00:00

법원 "공무와 사망에 인과관계가 있어"

【서울=뉴시스】정윤아 기자 = 수사 과정에서 다수의 민원이 제기되는 등 스트레스를 받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경찰관의 유족이 순직유족급여를 지급해 달라며 낸 소송이 받아들여졌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박성규)는 순직한 경찰관 A씨의 부인 B씨가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제기한 순직유족급여 부지급 결정 처분 취소 등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1988년 순경 공채로 경찰생활을 시작한 A씨는 약 29년의 경찰공무원 경력 중 약 23년을 수사과에서 근무했다. A씨는 2017년 1월부터는 한 경찰서 수사팀장이 됐다.

이후 A씨는 수사 과정에서 압수수색이 부적절하고 수사관들의 언행에 문제가 있었다는 민원을 받았다.

아울러 해당 사건 피의자들은 허위 조서가 작성됐다고 주장하며 수사 과정을 촬영한 CCTV를 요구하는 민원을 경찰청 홈페이지에 제기하기도 했다.

다른 사건에서도 담당자를 교체해달라는 민원이나, 경찰 수사 과정의 위법성 주장 등이 나오기도 했다.

2015년을 마지막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았던 A씨는 2017년 다시 불면, 불안, 피곤 등 증상을 호소하며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여러 차례 입원, 통원치료를 받던 A씨는 사망 전날인 2017년 11월25일 두통을 호소하며 응급실에서 CT촬영 등을 받았으나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퇴원했다.

A씨는 다음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은 A씨가 재직 중 공무상 질병으로 사망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순직유족급여 지급 및 공무상 요양 승인을 신청했다.

하지만 인사혁신처는 A씨의 우울증이 직무수행과 인과관계가 없다며 순직유족급여 지급을 거부했다. 유족들은 이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의 공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는 공무상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발병 및 악화됐다"며 "그로 인한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정신적 억제력이 저하돼 합리적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해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게 된 거라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2017년 수사팀장이 된 뒤 팀장으로서 상부로부터 업무실적에 대한 압박을 받으면서도 팀원에겐 실적에 대한 질책을 못 하는 상황에 처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됐다"며 "또 A씨와 팀원들이 한 사건에 대해 민원과 소송 등이 다수 제기됐고 A씨는 이를 괴로워했다"라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A씨는 정신적 증상이 계속되자 스스로 입원치료까지 받고 질병 휴직을 하면서 증상을 호전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며 "그럼에도 질병 증상이 호전되지 않자 업무 복귀가 어려울 거란 두려움과 좌절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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