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세은·클렘, 파리오페라발레 무용수와 교수가 만났다

기사등록 2019/08/01 06:02:00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BOP) 안드레이 클렘(Andrey Klemm.왼쪽) 교수와 제1무용수인 발레리나 박세은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안드레이 클렘과 박세은은 2019 한·프발레예술협회 워크숍에 함께한다. 2019.07.29.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프랑스 발레는 400년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신체 전반의 모든 감각을 끌어올려 통합하는 특징이 있다.

발레 예술은 신체의 이성적인 면을 다루는 하체, 감성적인 면을 다루는 상체로 나뉜다. 프랑스발레는 이를 수학·신체공학·의학·음악·미술적으로 통합해낸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런 부분이 집약된 곳이 세계적인 명문 발레단인 파리오페라발레(BOP)다.

1669년 설립된 세계 최고(最古) 발레단으로 영국 로열발레단,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과 함께 세계 발레계를 호령하고 있다.

27~2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워크숍을 연 러시아 출신 안드레이 클렘(52)은 파리 오페라 발레에서 클래스를 담당하는 교수다. 클래스는 무용수들이 본격적인 연습이나 일정 소화 전에 몸을 풀고, 신체를 만드는 시간이다.  

지난해 처음 한국에서 워크숍을 연 데 이어 올해 두 번째로 한국 발레전공 학생들을 만난 클렘 교수의 클래스는 기본 발레 테크닉을 적용한 수업으로 명망이 높다. 작년에 참가한 한국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올해는 파리오페라발레단 제1무용수 박세은(30)이 함께해 의미가 더 컸다. 박세은은 “클렘 교수님은 제가 너무 좋아하는 선생님이에요. 무용수를 너무 사랑해주는 분이고 매일 발레단에서 클래스를 듣는 분인데 한국에서 이렇게 만나니, 마치 집에 온 것 같아요”라며 웃었다. 

클렘 교수는 “세은은 완벽하다”며 화답했다. “실력이 좋을 뿐만 아니라, 성격도 너무 좋다. 하하. 발레단에 완전히 스며들었다. 프랑스 발레에 몰입하는 정도가 대단하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BOP) 제1무용수이자 세계적인 발레리나 박세은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19한·프발레예술협회 워크숍에서 열린 토크쇼에서 참가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9.07.29. chocrystal@newsis.com
박세은이 생각하는 프랑스 발레의 매력은 무엇일까. “다리 움직임이 더 섬세한 것 같아요. 연습량이 많고 몸의 선이 깔끔하게 떨어지죠. 워크숍에 많은 학생들이 참여해 프랑스 작품을 했는데, 잘 따라하고 무엇보다 재미있어 하더라고요.”

클렘 교수는 “작년보다 올해 참여 학생수가 더 많고 다시 오는 학생들도 있어서 기분이 더 좋다”면서 “짧은 기간에 많이 발전을 했더라. 무용수에게 발전은 중요하다”며 만족스러워했다. 

볼쇼이 발레학교를 졸업한 클렘 교수는 발레 강국 러시아의 양대 발레단인 마린스키와 볼쇼이 사이에서 새로운 발레를 선보인 모스크바 국립 클래시컬 발레단의 무용수로 활약했다. 독일 베를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지에서 발레 클래스를 열었고, 2006년 처음 파리 오페라 발레와 게스트 강사로 인연을 맺은 뒤 실력을 인정 받아 2007년 영구 계약을 맺었다.

매일 클래스를 열고 있는데, 러시아 출신으로 프랑스와는 다른 발레 스타일과 에너지로 인기다. 파리오페라발레에서 솔리스트로 활약한 김용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와도 친분을 자랑한다.

박세은도 클렘 교수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기술적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무엇보다 긍정적이세요. 단점을 보완해야 할 때, 소통이 중요한데 긍정적이고 밝으니까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죠. 연습을 하면서 매번 기분이 좋아지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어가요.”

박세은도 발레단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것은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파리오페라발레에 김용걸 교수 외에 한국인 무용수가 드물었는데 박세은 이후 윤서후(20), 강호현(23)이 입단했다. 한국 후배 무용수들 사이에서 박세은은 롤모델로 통한다. 발레단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제1무용수로서 리더 역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BOP) 제1무용수이자 세계적인 발레리나 박세은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19한·프발레예술협회 워크숍에서 열린 토크쇼에서 참가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9.07.29. chocrystal@newsis.com
박세은은 “솔직히 말하면 뿌듯해요. 후배들이 저를 롤모델로 삼고 도전해보고 싶어한다는 것이 굉장히 감사하고 그들에게도 필요한 것이죠”라면서 “저 역시 후배들로부터 도전을 배우고, 저 역시 도움을 받으며 성장합니다”며 자세를 낮췄다.

최근 박세은은 파리오페라발레단 리허설 일정과 맞물려 8월28일~9월1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하는 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 출연이 불발됐다. 올해 3월 파리오페라발레에서 ‘백조의 호수’ 주역을 맡았고 6월 중국 상하이에서도 이 작품의 주역을 연기한만큼, 스스로도 크게 아쉬웠다.

대신 8월 10, 11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하는 ‘르 프리미에 갈라’에 합류, 국내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주게 됐다. 박세은은 이번 갈라 공연에서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최영규와 함께 ‘에스메랄다’ 그랑 파드되와 ‘백조의 호수’ 1막2장 백조 파드되를 선보인다.

“‘에스멜라다’는 프랑스 갈라 공연 때 많이 해서 익숙하고 편한 작품이에요. 영규도 참 잘하고 좋아하는 동생인데, 10년 만에 호흡을 맞추게 되니까 설레고 좋죠.”

박세은은 최근 인생의 큰 변곡점을 찍었다. 6년간 연애한 남자친구와 결혼했다. 당장 아이를 낳을 계획은 없지만, 언젠가 무용수로서 출산도 고려하고 있다. 출산과 복귀가 쉽지 않은 한국 무용계와 달리 프랑스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BOP) 안드레이 클렘(Andrey Klemm.왼쪽) 교수와 제1무용수인 발레리나 박세은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안드레이 클렘과 박세은은 2019 한·프발레예술협회 워크숍에 함께한다. 2019.07.29. chocrystal@newsis.com

“파리오페라발레의 서른 서너살부터 아홉살까지 무용수들의 상당수가 아이를 한두명 낳아요. 아이를 낳고 다시 복귀를 해도 같은 포지션을 맡을 수 있죠. 그것이 당연하다고 인식이 잘 박혀 있어요. 저 역시 언제가 아이를 낳고 무대에 복귀할 수 있죠. 아이는 축복이잖아요. 항상 남편이 제가 잘 되기를 바라서 매번 고마워하고 있어요.”
 
클렘 교수는 “아이를 많이 가지면 더 좋다. 더 강한 여성이 되고, 아이를 낳은 뒤 합류하면 더 가족 같이 느껴진다”면서 “무용수 아이들을 위한 리허설도 하고 발레단 자체가 가족 같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박세은과 클렘은 마치 삼촌, 조카처럼 마주보며 싱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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