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가 된 특례 조례' 어떻게 왜 만들어졌나

기사등록 2019/07/30 16:45:07

'150㎡ 면적 제한'은 유흥주점 사업자 반대에 절충한 수정안

제정 취지 살리기 위해 '기존 사업자 면적 제한' 부칙 추가

"구청 공무원·의회 사무국 전문위원과 협의 거쳐 도출된 안"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27명의 사상자가 난 광주 서구 클럽 복층 구조물 붕괴 사고와 관련, 행정당국이 해당 클럽의 변칙 영업을 합법화 시켜주기 위한 특혜 조례를 제정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춤을 출 수 없는 '일반음식점'인 이 클럽은 관할구청의 '춤 허용' 조례 제정 일주일 만에 '춤 허용업소' 변경을 신청, 변칙 영업이 합법화됐다. 사진은 광주 서구가 해당 클럽에 발급한 춤 허용업소 지정증. 2019.07.29. (사진 = 독자 제공) photo@newsis.com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2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도심 클럽 복층 구조물 붕괴 사고의 근본 배경에는 국내 유일의 특혜 조례가 있었다.

 관할구청과 지방의회는 조례에 이례적인 부칙까지 덧붙여 해당 클럽이 변칙 영업을 하는데 합법적인 길을 터준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30일 광주 서구의회 등에 따르면 서구의회는 지난 2016년 7월11일 '객석에서 춤을 추는 행위가 허용되는 일반음식점의 운영에 관한 조례'(춤 허용 조례)를 제정했다.

이 조례는 일반음식점 영업장 내 음식 섭취를 위한 탁자·의자 등을 설치한 곳(객석)에서 춤을 출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주된 골자다.  

비슷한 조례는 전국에 7개 자치단체에서 시행 중이지만, 사고가 난 클럽이 위치한 광주 서구의 조례와 그 부칙 조항에는 특례를 가장한 '특혜'가 담겨졌다.

조례 2조에는 춤 허용업소를 '영업장 면적이 150㎡ 이하인 일반음식점 중 손님이 객석에서 춤출 수 있는 곳'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부칙 2조(150㎡ 초과 춤 허용업소 지정에 관한 특례)에는 '조례 시행 이전 일반음식점은 면적 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예외를 뒀다.

다른 자치단체 6곳의 춤 허용 조례에는 춤 허용업소의 구체적인 면적 제한을 둔 조항도, 기존 영업장에 특례를 주는 부칙도 없다.

이같은 조례가 잇따라 제정된 배경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6년 2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시행하면서부터다. 식약처는 감성주점의 변칙영업을 양성하고 제도화해 안전·위생을 보다 철저히 관리하기 위해 자치단체 조례로서 일반음식점 내 춤추는 행위를 허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서구의 춤 허용 조례는 식약처의 표준조례안과도, 다른 자치단체의 유사 조례와도 판이하다.서구의 춤 허용 조례는 어떻게 왜 만들어졌을까.

 조례안을 직접 만들고 대표발의한 A 의원은 당시 서구청 위생과 공무원들이 춤 허용 조례의 필요성을 강조해 입법에 나섰다고 밝혔다.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27일 오전 2시39분께 광주 서구 치평동 한 클럽 내부 복층 구조물이 무너져 2명이 숨지고 광주세계수영대회 외국 수구선수 등 10명이 부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은 구조물이 무너진 클럽의 모습. 2019.07.27. hgryu77@newsis.com
A 의원은 "구청 공무원들이 식약처의 표준조례안과 서구 지역 내 업소 현황 등을 들어 입법 필요성을 강조했다"면서 "당시 감성주점 형태의 변칙영업 업소가 60여 곳이었고 대부분 영세한 규모였다. 상권활성화와 과분한 행정처분에 따른 침익 등을 고려해 조례 제정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조례 2조의 '150㎡ 이하인 일반음식점' 의 구체적인 면적 규정은 당시 A 의원이 수정안을 내면서 붙은 내용이다.

A 의원은 "조례 제정을 추진하자, 유흥주점으로 신고해 영업하는 업주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수차례 간담회를 열어 제정 취지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조례를 제정하되 유흥주점 업주 의견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유흥주점 업주들은 '조례에 면적 제한등을 포함하라'고 요구했고 거듭된 조정 끝에 A 의원은 조례안에 150㎡ 영세 일반음식점 사업자에게만 춤추는 행위를 허용해주도록 했다.

그러자 60여곳에 달하는 감성주점 기존 사업자를 '범법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 만든다는 조례의 취지가 퇴색됐다.

2016년 6월20일 회의에서 구청 공무원과 의회 사무국 전문위원, 의원들은 정회시간동안 협의를 거쳐 '기존 일반음식점 영업자 면적 제한 제외' 부칙을 추가했다는 게 A 의원 설명이다.

A 의원은 "조례 제정과 관련해 어떠한 청탁도, 민원도 받지 않았다"며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따라 춤 허용업소의 세부 근거를 마련, 안전사고 예방과 건전한 영업질서 확립이 제정 취지였다"고 전했다.

제정 취지가 무색하게 2곳만 혜택을 봤다는 데에 대해서는 "제정 취지를 달성 못한 셈이다. 당시에는 충분한 논의를 거쳐 제정된 조례였는데 그 결과가 아쉽다"고 말했다.

처음엔 반대입장이었던 B 의원은 "유흥주점 신고 영업자와 형평성에 문제가 있어 수정안 필요성을 제기했었다"면서 "면적을 제한한 수정안은 영세사업자 보호 차원서 괜찮다고 봤다. 관례와 다르게 의원간 치열한 논의 끝에 만든 조례였다"고 밝혔다.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광주클럽안전사고수사본부는 지난 27일 오전 2시39분께 광주 서구 치평동 한 클럽 내부 복층 구조물 붕괴 사고 전후 내부 CCTV영상을 28일 공개했다. 이번 붕괴 사고로 2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 (사진 = 광주클럽안전사고수사본부 제공 영상 캡쳐) 2019.07.28. photo@newsis.com
줄곧 홀로 반대했던 C 의원은 "상권이 밀집한 지역 특성 상 일반음식점에서 '유흥주점' 형태의 영업을 허락하는 것은 '유흥주점' 영업권에 대한 침해다"고 지적했다. 또 "부칙의 특례는 조례 제정 전후로 기존·신규 일반음식점 영업자를 차별하는 행위다"고 꼬집었다.

결국 C 의원을 제외한 위원 5명이 찬성, 춤 허용 조례가 제정됐다. 일주일 뒤 조례에 따라 붕괴사고가 난 클럽은 '춤 허용 일반음식점'으로 변경 신청해 영업을 이어갔다.

조례 속 안전 규정은 '연 2회 이상 지도·감독할 수 있다'는 임의조항만 있었기 때문에 서구는 춤 허용 업소로 지정된 뒤 3년 동안 해당 클럽을 제대로 지도·감독하지 않았다.

특혜와 제도적 맹점 속에서 해당 클럽은 3차례 불법 증·개축을 일삼고 안전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이는 결국 지난 27일 클럽 내 불법증축 복층 구조물 붕괴로 2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치는 참사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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