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 호날두, 영국가수 앤 마리와 비교되네(종합)

기사등록 2019/07/29 16:50:10
앤 마리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앤 마리(28)가 국내 페스티벌에 불참하고, 게릴라 공연을 했다. 그런데도 칭찬을 받고 있다.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린 '홀리데이랜드 페스티벌'에서 마리의 공연이 28일 당일 돌연 취소됐다. 축전 주최사인 페이크 버진은 "뮤지션의 요청"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마리는 소셜 미디어에 자신이 공연 취소를 요청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우천과 강풍으로 사망 사고가 발생할 시 책임지겠다는 각서에 사인을 해달라고 주최 측이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것이다.

마리는 대신 이날 밤 공연장 인근 호텔 라운지를 직접 빌려, 깜짝 게릴라 무료 공연을 열고 팬들의 호응을 얻었다.

수백명의 팬들이 금세 몰려들었다. 마리는 현장에 오지 못한 팬들을 위해 소셜미디어 라이브로 현장을 생중계하기도 했다.

대표곡 ‘2002’를 따라 부르는 등 팬들의 큰 호응에 감격한 마리는 공연 도중 결국 “미안하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팬들은 “돈트 크라이”를 외치며 성원을 보냈다.

애초 공연에서 마리를 위해 선보일 이벤트였던 ‘종이비행기 날리기’도 했다. 마리는 공연 직후 소셜 미디어에 “정말 감성적인 날”이라고 썼다.

마리는 대표곡 '2002'로 최근 우리나라 가온차트 집계 이래 팝가수 최초로 1위에 오르는 등 국내에서 마니아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마리의 팬서비스는 그녀 이상의 인기를 자랑하는 포르투갈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가 소속팀 유벤투스FC 내한경기에서 뛰지 않아 '노쇼 논란'에 휩싸인 것과 비교되며 네티즌들의 칭찬도 이어지고 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록 팬들 사이에서 주목 받는 내한공연 팀은 또 있다. 개막 사흘을 앞둔 지난 23일 돌연 취소된 '지산락페스티벌'에 출연할 예정이던 호주 밴드 '킹 기자드 & 더 리저드 위저드'가 28일 깜짝 내한, 홍대 클럽 '샤프'로 100명을 초대해 공연했다.

대중음악계에서는 마리와 킹 기자드 & 더 리저드 위저드의 팬 서비스, 프로 정신을 높게 사고 있다. 충분히 기분나빠할 상황이지만 이런 상황을 즐기고 최대한 팬들을 만나려 애썼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에서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던 것으로 알려진 호날두는 상암월드컵경기장 벤치에 앉아 있는 내내 인상을 찌푸렸다.  

마리와 킹 기자드 & 더 리저드 위저드는 미담으로 마무리됐지만 한국의 축전 주최사들을 톺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홀리데이랜드페스티벌'은 28일 마리뿐 아니라 캐나다 R&B 솔 가수 다니엘 시저, 우리나라 래퍼 빈지노의 공연을 취소했다. 안전상의 이유로 주최사인 페이크버진이 먼저 취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빈지노는 트위터에 대신 팬들에게 사과했다.

‘홀리데이랜드페스티벌’은 올해 그래미상에 빛나는 H.E.R. 출연을 개막 전날 취소해 비판을 사기도 했다. 폭우 등 기상악화에 따른 안전을 중시하는 것은 맞지만 책임을 가수에 미루거나 운영의 미숙을 보이는 등 주최사의 대처가 원활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페이크 버진은 과거에도 몇차례 축제 운영에 문제점을 드러낸 기획사다. 일부 팬들은 이번 '홀리데이랜드페스티벌' 관련 환불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축전은 올해가 3회째로 제작년과 작년은 서울난지공원에서 열렸다. ‘2019 지산 락 페스티벌’을 돌연 취소한 주최·주관사 디투글로벌컴퍼니는 중소기획사로 올해 처음 이 축전을 치를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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