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 휴가' 말 꺼냈더니…"감사부터 받아라" 강요

기사등록 2019/07/29 12:00:00

"뇌종양 사실에도 특별감사 강행" 진정서

조사과정에선 '당신 조져버리겠다' 폭언도

인권위 "고의 아닐지라도 조사 강요" 결론

【서울=뉴시스】안채원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가 뇌종양 환자의 질병휴가를 제한하고 감사조사를 받도록 한 것은 인권침해라는 결론을 냈다.

인권위는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에 포함된 휴식권과 건강권을 침해했다"며 29일 이같이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A공사 직원인 진정인은 2017년12월20일 뇌종양 진단서를 들고 질병휴가를 신청하기 위해 출근했고, 자신이 별건에 따른 특별감사 대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A공사 직원의 질병휴가 결정권한은 부서장에게 있지만, 부서장은 진정인이 특별감사 대상임을 고려해 감사실에 질병휴가 가능 여부를 문의하라고 했다.

진정인에 따르면 뇌종양 사실을 알린 진정인에게 감사관 B씨는 다음날 출근을 지시, "진짜 아픈 것 맞느냐"며 추가 진단서를 요청하고 특별감사를 받도록 강요했다.

조사과정에서는 반말로 "당신을 조져버리겠다"는 등의 폭언을 했다고 진정인은 전했다.

이에 진정인은 B씨를 상대로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 조사에서 B씨는 "진정인의 휴가 여부나 출근 명령 등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진정인이 휴가신청 의견을 이야기하지 않았고 감사는 조사팀장 지시로 진정인 동의 하에 진행했다"며 출근 지시 및 조사 강요 사실을 부인했다.

또 진정인의 동의를 받고 영상촬영과 녹음을 했으며, 추가 진단서는 진정인의 이익을 위한 자료로 사용하기 위해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B씨가 고의는 아닐지라도 진정인에 대한 조사를 강요한 것으로 봤다.

우선 인권위는 감사 통보를 받은 진정인의 경우 감사관인 B씨의 양해나 동의 등이 질병휴가 허가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었던 점을 고려했다.

또 B씨가 진정인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하는데 문제가 없다면 괜찮지 않겠느냐'고 물었는데, 이는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강력한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판단했다.

폭언이 없었다는 B씨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권위는 녹음 및 촬영이 조사 시작 2시간30분 정도 후에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인권위는 진정인이 주변에 B씨의 폭언에 대해 상담하고 관련 심리상담도 받은 점, 다른 이들도 B씨로부터 폭언을 들은 바 있다고 진술한 점 등을 미뤄볼 때 녹음 및 촬영이 이뤄지기 전 폭언이 있었을 것으로 봤다.

인권위는 "B씨가 진정인을 심리적으로 압박해 조사를 강요하는 것은 진정인의 휴식권과 건강권을 침해했고, 폭언을 해 진정인의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권위는 A공사 사장에게 기관 내 해당 사례를 알리고 B씨를 포함한 해당 부서 직원들에게 인권경영 관련 특별인권교육을 이수하도록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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