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검찰' 강조한 윤석열…정치·기업 수사 엄정 대응 예고

기사등록 2019/07/25 17:55:02

'국민' 24번 사용하며 헌법정신 강조

시장경제질서 교란에 엄정 대응 예고

"검찰권력, 특정 세력 위해 쓰면 안돼"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 취임사를 하고 있다. 2019.07.25.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이혜원 기자 =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신임 검찰총장이 '국민과 함께하는 검찰' 비전을 제시하며, 향후 정치·기업 등 권력형 범죄에 엄정 대응할 것을 예고했다.

25일 윤 총장이 취임사에서 강조한 키워드는 '국민'이었다. 윤 총장은 '국민' 표현을 24번 사용하며, 검찰 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헌법 정신을 강조했다.

윤 총장은 "형사 법집행은 국민으로부터 받은 권력이고 가장 강력한 공권력"이라며 "오로지 헌법과 법에 따라 국민을 위해서만 쓰여야 하고, 사익이나 특정 세력을 위해 쓰여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권력기관의 정치·선거 개입, 불법자금 수수, 시장교란 반칙행위, 우월적 지위 남용 등 정치·경제 분야의 공정한 경쟁질서를 무너뜨리는 범죄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정 세력 눈치를 보지 말고 원칙대로 수사하라는 당부로, 향후 2년 임기 동안 기업이나 정치권 사건에 '봐주기 수사'는 없을 것이라는 각오로 풀이된다.

이에 평소 자유시장경제를 중시해온 윤 총장이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경제범죄는 엄단한다는 원칙으로 검찰을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총장은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 이재현 CJ그룹 회장 비자금 조성 사건, LIG그룹 기업어음 사건 등을 처리하면서, 대기업 경제범죄 사건을 이른바 '경제농단'으로 보고 강력 대응해야 한다는 소신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선거 과정에서 벌어진 정경유착 등으로 국민의 뜻이 왜곡되고 정치적 자유가 훼손되는 일은 발생해선 안 된다는 신념으로 검찰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25일 오후 검찰 관계자들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 참배를 마치고 방명록에 '조국의 보위에 헌신하신 뜻을 받들어 국민의 검찰을 만들겠습니다' 라는 글을 남겼다. 2019.07.25. amin2@newsis.com

이와 함께 현재 수사기관에 넘어온 정치권 사건 처리 방향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남부지검은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딸 채용비리 의혹 사건을 재판에 넘긴 상태며, 손혜원 무소속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 사건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 과정에서 벌어진 충돌 사건도 검찰 수사 지휘 대상이다. 경찰은 현재 100여명 넘는 현역 국회의원을 국회법 위반 등 혐의로 수사 중이며, 조사 대상 의원들이 출석에 불응하면서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다만 윤 총장이 사익을 위한 고소·고발 남발에는 힘을 들이지 않겠다는 기조를 보이면서, 정쟁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은 소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총장이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법집행 권한을 객관적·합리적 근거를 갖추지 못한 고소·고발 사건에 기계적으로 행사해선 안 된다"고 한 만큼, 무분별한 정치권발 사건에는 수사력을 집중시키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검찰 관계자는 "윤 총장 비전은 '국민과 함께하는 검찰'로,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자유민주주의 등 국민을 위해 중시해야 할 가치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hey1@newsis.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