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5일 '2019년 세법개정안' 확정·발표
"親기업쪽으로 다소 전향" vs. "세부담 줄일 의지 안보여"
중소·중견기업뿐 아니라 대기업도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여지가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그러나 대부분이 한시적 조치에 그친다는 점에서 당초 의도했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병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지난 22일 브리핑에서 이번 세법 개정안의 큰 방향성과 관련, "미·중 무역 분쟁과 반도체 업황 부진, 일본의 수출 규제 등 대외 경제 여건이 악화되면서 경기 하방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며 "정부는 경제 활력을 보강하기 위해 재정·금융 지원, 규제 완화 등 전방위적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세제 측면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7년 초(超)대기업에 법인세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 금액)을 신설하면서 '부자 증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었다. 박근혜 정부의 '부자 감세' 정책으로 부족해진 세입을 메꾸겠다는 취지였다. 당시 기재부에서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추산했던 증세 효과는 연간 5조5000억원에 달했다. 고소득자와 대기업으로부터는 더 걷고 서민과 중소기업엔 세금 감면 혜택을 줬다. 지난해에도 종합부동산세를 중심으로 부자 증세 기조는 이어졌다.
연초부터 경기 보강을 위한 여러 지원 정책을 내놓은 정부가 하반기에 중점을 두고 있는 건 각종 감세·면세 대책이다. 기재부가 25일 발표한 세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생산성향상시설에 대한 투자세액 공제율을 1년간 상향 조정하고 적용 대상을 늘렸다. 투자 초기 세금을 줄여주는 가속상각제도의 적용 기한도 6개월 연장했다.
아울러 신성장·원천기술 연구·개발(R&D) 비용과 신성장 기술 사업화 시설에 대한 투자금에 대한 세액 공제 대상도 늘렸다. 모두 대기업도 혜택을 받는 법 개정 사안들이다. 상속·증여세 과세 시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할증 평가하는 정도를 낮춘 것도 전향적인 변화로 꼽힌다.
기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이 같은 대책들은 사실 정부가 이번달 초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2.4~2.5%로 낮추면서 함께 제시된 지원책들이기도 하다. 기재부 추산에 따르면 이번 세법 개정안으로 내년과 내후년 세수가 각각 1405억원, 4441억원 감소(직전연도 대비 순액법 기준)할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성향상시설에 대한 투자세액 공제율을 확대하는 것만으로 세수가 약 5300억원 감소할 것으로 계산됐다. 이 같은 한시적 세금 감면책이 적용된 직후인 2021년엔 법인세만 6604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전문가들의 진단은 엇갈린다.
한시적이더라도 투자 지원 세제를 늘린 것이 기업 입장에선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우철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교수는 "수치적으로는 세수 중립적이지만 내용을 보면 한시적인 감세 조치가 주를 이루고 있다"며 "예전엔 대기업에 대한 투자세액공제를 모두 줄이는 방향이었는데 3년 차부터는 기업에 '프렌들리'(friendly)한 쪽으로 다소 전향적인 모습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법인세 인하나 가속상각제도에 따른 대기업 면세 혜택이 큰 미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세제는 지엽적인 수준"이라며 "현 정부가 복지 정책을 늘려가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감세는 불가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는 기업 투자 촉진을 위한 한시적 세제 감면책에 대해서도 "특정 산업이나 특정 요건을 충족하는 일부 사업자에겐 효과가 있겠지만, 산업 전반에 걸친 효과는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로서 정부는 법인세 인하를 검토하지는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김 실장은 "20% 이하의 세율을 적용받는 기업의 비중이 99.6%로 101개 정도 된다"며 "법인세를 인상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반적인 인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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