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세계수영]수구경기 아나운서의 이유 있는 편파방송

기사등록 2019/07/21 07:00:00

남자 수구선수 출신 서민규 아나운서

여자 대표팀 고전에 관중들 응원 유도

어린 선수들 마음고생 헤아리며 응원

【광주=뉴시스】 맹대환 기자 =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수구경기 장내 아나운서 서민규(41)씨가 20일 동료 커트 한슨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7.21mdhnews@newsis.com

【광주=뉴시스】맹대환 기자 = "관중 여러분 대한민국 선수들이 드디어 첫 골을 터트렸습니다. 뜨거운 박수를 부탁합니다. 대한민국~"

일반 방송과 달리 수구 여자대표팀 경기장은 대한민국 선수들만 응원하는 그야말로 '편파방송'으로 가득하다.

대회 한 달여를 앞두고 급조한 수구 대표팀이 강팀에 밀려 '0패'를 당하며 웃음거리가 될 때도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흔들림이 없었다.

오히려 대한민국 선수들을 부끄러워 하는 관중들이 더 부끄럽다고 질책하며 선수들 편에 섰다.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수구경기 장내 아나운서 서민규(41)씨의 이야기다.

서 아나운서는 15년 간 수구선수로 활동하다 지금은 인천의 한 호텔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장내 아나운서로 입문한 뒤 광주대회까지 참가했다.

서 아나운서는 경영선수 출신 중·고교생을 중심으로 대회 한 달여 전에 꾸려진 대한민국 여자 수구 대표팀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수구 공 자체를 만져보지 않은 데다 남자 고생학생들과 5~6차례 연습경기를 한 게 전부인 여자 대표팀이 세계대회에 출전한 것이 얼마나 무모한 도전인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여자 대표팀이 지난 14일 헝가리와의 조별예선 1차전에서 0대 64로 역대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수구 최다 점수차로 대패했을 때도 답답하지만 선수들의 심정을 먼저 헤아렸다.

"전 세계의 조롱거리가 됐다는 지적이 나올 때 나이 어린 선수들의 마음은 어떠했겠어요. 누구보다 후배들의 심정을 잘 알기 때문에 힘을 더 실어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서 아나운서는 러시아와의 2차전에서 목의 핏대를 세우다 결국 눈물을 쏟고 말았다. 경다슬(강원체고)이 4쿼터에 역사적인 한 골을 넣자 목이 메여 '골~'을 끝까지 외치지 못하고 말았다.

지난 18일 열린 캐나다와의 마지막 조별예선도 패배하며 전패를 기록했지만 2 골을 터트리고, 20일 13~16위 순위결정전에서도 3골을 기록한 데서 희망을 봤다.

"비판의 목소리도 있지만 선수들의 잘못은 아니잖아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경기에 임하는 후배들을 보면 자랑스럽습니다. 편파방송을 계속할 수 있도록 이제부터라도 팀을 제대로 육성하길 바랍니다"

장내 방송은 일반 방송과 달리 관중들만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개최국가 선수들의 사기를 돋는  멘트가 허용되며 국제수영연맹(FINA)도 관례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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