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취임한 방지영 이사장은 11일 "예술이 공공재로서 필요하다는 인지를 위해서는 아동·청소년기 체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아이들처럼 아날로그 관계보다 디지털적인 관계를 맺는 나라는 없어요. 그래서 아동·청소년극에 종사하는 분들의 역이 크죠."
방 이사장은 아동·청소년극계에서 희망을 보고 있다.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서울예대에 아동·청소년극 과목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 근거다.
그러면서도 방 이사장은 어린이·청소년 공연계 문제점으로 교육만 중시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기능적 기반 만을 활용한 교육으로 창의성이 없죠. 공연을 중심으로 한 방향성으로 가야합니다"고 강조했다.
"아동·청소년극계가 돈을 많이 버는 것처럼 미화됐는데 다른 공연계와 같아요. 오히려 아동·청소년극 관련 지원 사업도 없죠"라고 짚었다. "우리 아이들에게 투표권이 없어서 지원이 안 되는 것 같다"며 농반진반 토로하기도 했다.
방 이사장은 아동·청소년극은 긴 안목으로 중장기적 사업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지난 4월 국회에서 공청회를 연 '국립 아동청소년공연예술센터'가 보기다.
아시테지 코리아는 우리나라 아동·청소년 연극 발전을 위해 1982년 설립됐다. 매년 '아시테지국제여름축제'와 '서울아시테지겨울축제'를 연다. 올해 '서울아시테지겨울축제'는 공연창작집단 뛰다의 대표 겸 상임 연출인 배요섭 예술감독을 영입하는 등 변화를 꾀한다.
앞서 24일부터 8월4일까지 열리는 '2019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서울 대학로를 중심으로 공연과 행사를 열었는데, 이번에 일부 공연과 행사를 세종문화회관과 손잡고 이 극장의 체임버홀과 S시어터에서 한다. 종로 아이들극장, 대학로 JCC아트센터, 마로니에 공원 좋은 공연 안내센터도 활용한다.
김성규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공간적인 측면 등에서 아시테지의 요구를 100% 받아들이지 못해 아쉽다"면서 "꾸준히 일궈온 존경할 만한 조직으로,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약속했다.
'함께, 얼롱 위드 유'를 주제로 한 이번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에서는 9개국 14개 작품이 공연된다. 한국-노르딕 국가 수교 60주년을 맞아, 주빈국으로 스웨덴을 정했다. 난민에 대한 이야기인 스웨덴 판토밈 시어터 '희망의 빛'(24~25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어둡고 기괴한 카바레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덴마크 소피 크로그 시어터 '디바'(24~25일 세종문화회관 S시어터) 등이 기대작이다.
특히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스웨덴 달리아 아신의 '마음의 정원'(24~25일 세종문화회관 S시어터)이다. 보호자 1명을 동반한 0~12개월만 관람 가능한 '베이비 드라마'다. 회당 보호자와 아이를 포함한 15쌍만 관람 가능한데, 이미 매진됐다.
그간 5~8세 위주 아동에게만 초점이 맞춰졌던 프로그램을 유아와 청소년 대상으로 확대했다. 그 중 가장 주목 받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베이비 드라마'라는 장르가 낯설다. 아시테지 한국본부 김석홍 이사는 "덴마크에는 '베이비 오페라'라는 장르도 있다"면서 "자유롭게 누워 있는 아이들이 소리에 반응하게끔 구성돼 있는데, 베이비 드라마는 세계적인 추세"라고 전했다.
방 이사장은 "공연이 펼쳐지는 가운데 아이들이 자유롭게 우유도 먹고 울 수도 있다"면서 "회당 관객이 적어, 공공의 지원이 없으면 공연하기 힘들다. 내년에는 국내 베이비 드라마도 소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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