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확성기 비리' 업체대표, 2심도 실형…"안보위협"

기사등록 2019/07/10 11:54:45

대북 확성기 입찰 비리 혐의 실형

2심 "정치자금법 위반 분리 선고"

전 시의원에겐 징역형 일부 감형

associate_pic 【파주=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지난해 5월1일 육군 9사단 교하중대 교하 소초 장병들이 경기 파주 민간인 통제구역내 설치되어 있는 고정형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 2018.05.0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박은비 기자 = 박근혜 정부 시절 대북확성기 사업 입찰 정보를 빼내 낙찰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업체 대표와 브로커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조용현)는 10일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음향기기 제조업체 M사 대표 조모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한 1심과 달리 정치자금법 위반, 뇌물공여 혐의를 제외한 나머지 각 죄에 대해 징역 3년을, 정치자금법 위반,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브로커 차모씨에 대해서는 징역 2년을 선고한 1심과 달리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전직 시의원 임모씨는 1심과 같이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지만, 벌금은 3500만원에서 4000만원으로 가중됐다.

검찰이 항소심 들어 특정경제범죄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및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 공소장을 변경한 점 등을 고려한 판단이다.

아울러 "정치자금법 위반은 법률에 따라서 정치자금법 위반 부분만 따로 분리해서 형을 정해 선고하게 돼있다"며 "1심에서 그러지 않아 법률에 위배된 잘못이 있어 직권으로 바로 잡아 분리선고해야 해 직권 파기 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대북확성기 사업은 대규모 국방예산이 투입되고 국민 관심이 집중된 사업이었던 만큼 공정 경쟁을 통해 합리적인 가격을 도출하고 전력화하는 게 중요했다"며 "그러나 (M사 임직원들의 범행으로 인해)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사업은 공정 경쟁이 처음부터 불가능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그 결과 입찰이 형식적으로 전락해 M사는 별다른 경쟁 없이 압도적으로 수주했고, 만연히 직접 제조하거나 국산제품이라며 국군심리전단을 기망했다"며 "어떤 것보다 효율적으로 사용돼야 할 국방예산이 소홀하게 집행되는 결과에 이르렀고, 이와 같은 비리는 종국적으로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게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대북확성기 사업은 지난 2015년 8월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등을 계기로 전방 부대에 대한 심리 작전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됐다. 국군재정관리단에서 발주해 입찰을 거쳐 2016년 4월 166억원 상당 계약이 체결됐는데 이 과정에 업체·브로커·군의 유착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조씨는 지난 2015년 11월부터 2016년 4월 브로커를 통해 대북확성기 입찰 정보를 빼내 업체에 유리한 사항이 평가 기준에 반영되도록 하는 수법으로 166억원대 계약을 체결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주요 부품이 국산인 것처럼 허위 원산지 증명서를 제출해 납품대금 명목으로 약 144억원을 챙긴 혐의, 회사자금 등 30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

차씨 등 브로커들은 군 관계자 등에 사업 관련 알선을 해주고 업체 측에서 대가를 받은 혐의, 임씨는 업체 측에서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 등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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