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제1차 아동학대 예방 포럼 개최
"아동 훈육과 체벌 혼동 상태" 분리필요 주장
학대금지 공감 속 체벌금지 법제화는 의견차
"법 규정으로 체벌 금지 국민 인식 선도해야"
"법으로만 해결 안 돼…훈육 대안 갖춰져야"
보건복지부는 5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제1차 아동학대 예방 포럼을 열었다. 이 자리에선 훈육과 체벌 분리 뿐 아니라 체벌에 대한 국민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등 다양한 의견들이 표출됐다.
이번 포럼은 정부가 지난달 23일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한 이후 처음으로 열린 의견수렴 자리다. 정부는 민법 상 규정된 친권자의 징계권 범위에서 처벌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발제자로 나선 강릉원주대 사회복지학과 이세원 교수는 훈육과 징계를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훈육은 아동이 환경에 잘 적응하도록 가르쳐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목적이지만 징계는 아동이 부모의 뜻을 거스르는 행동을 했을 때 일정한 제재를 가하는 의미다.
이 교수는 "우리 사회는 훈육과 징계를 같은 것으로 보고 있지만 아동학대 가해자의 77%가 부모"라며 "좋은 회초리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2018년 기준 세계 54개국에서 부모의 체벌을 금지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1970년대부터 부모의 권리라는 용어가 부모의 책임이라는 용어로 바뀌었고 캐나다에서는 권리라는 용어 대신 권한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교수는 "포용국가 아동정책에서 징계권 규정을 검토하겠다는 것을 환영한다"면서도 "사회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일부 행위에 예외를 두겠다는 입장이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외의 허용은 아동학대의 기로에 서 있는 부모들을 본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동국대 법과대학 강동욱 교수는 "이번 기회에 징계권을 폐지하는 것은 맞지만 체벌금지 규정을 민법에 넣는 것은 반대"라고 말했다.
그는 "민법은 국민의 생활과 상황을 규정하는 기본 중의 기본인 법"이라며 "무언가를 하지 마라는 내용을 넣는 건 민법의 성격에 맞지 않다. 국민들에게 범죄를 저지르면 안 된다는 내용을 민법에 넣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체벌이라는 용어가 갖는 다양성을 정의하기가 어렵고 이 개념을 민법에 넣으면 혼란이 발생한다"며 "이미 학대와 체벌은 다 처벌을 하고 있고 국민들도 정서적으로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강 교수는 처벌보다는 대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바뀌어야 하는 것은 아이가 아니라 부모다. 부모에게 학대가 무엇인지, 양육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야 한다"며 "부모가 됐을 때 가르치려고 하면 안 된다. 중고교때부터 부모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부모교육으로부터 인색하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정부부처에서도 의견이 미묘하게 엇갈렸다.
법무부 여성아동인권과 김영주 과장은 "형법에서 처벌을 할 때 법령에 의한 경우도 있지만 사회상규 위배와 관련된 경우도 있어서 법 조문이 없더라도 훈육을 위해 아이를 때렸을 때 사회상규에 위반되느냐를 판단한다면 법 조문만 삭제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서 체벌을 하지 말라고 제시했을 때 국민들이 그 방향대로 이끌어질 것인가는 의문"이라며 "훈육의 제대로 된 방식을 먼저 제시하고 선행돼 국민 인식이 바뀌어야 법이 개정돼도 국민들이 따라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 아동학대대응과 김우기 과장은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이 정부의 책무라고 볼 때 체벌 금지 명문화는 필요하다"며 "징계권이라는 용어를 변경하면 국민 인식도 어느 정도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아동기 학대로 인한 부정적 경험이 사회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기 때문에 가정 내 폭력을 법으로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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