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마드리드 이적설...미소 지으며 "할 말 없다"
손흥민은 5일 오전 파주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대표팀 훈련 후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손흥민은 지난 2일 리버풀과의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나섰다.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프로 축구 선수가 경험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다. 박지성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두 번째로 당당히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린 손흥민은 팀이 리버풀에 0-2로 지면서 아쉽게 우승 기회를 놓쳤다.
손흥민은 "결승전을 뛰는 것이 꿈이 아니라 이기는 것이 꿈이었는데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 실망했다"면서 "팀에 실망했다는 것이 아니다. 기대했던 것보다 실망이 컸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결승 진출이라는) 결과를 얻은 것은 너무 자랑스럽지만 트로피를 보고도 못 가져왔다는 생각에 상심이 컸다"고 회상했다.
방점을 찍진 못했지만 손흥민은 챔피언스리그 내내 자신의 기량을 맘껏 발휘했다.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는 홀로 3골을 넣어 팀을 준결승으로 이끌었다. 결승전에서는 주포 해리 케인의 부진 속에 여러 차례 번뜩이는 움직임들로 공격을 지휘했다. 아르센 벵거 전 아스날 감독은 결승이 끝난 뒤 "오로지 손흥민만 위협적이었다. 특히 알렉산더-아놀드의 뒷공간을 잘 파고들었다"는 평을 내놨다.
그 결과 세계 최고 권위 축구 시상식인 발롱도르의 주관사 프랑스 풋볼로부터 2018~2019시즌 챔피언스리그 베스트 11로 선정되는 영예를 누렸다. 사디오 마네(리버풀)와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가 손흥민의 좌우에 배치됐다.
"나에겐 큰 영광이다. 챔피언스리그를 뛰는 것만으로 영광스럽고 '꿈의 무대'라고 생각하는데 선수들 덕분에 그런 자리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운을 뗀 손흥민은 "한국팬들이 새벽에 일어나셔서 응원과 환호를 보내주신 덕분에 영광스러운 자리에 들어갈 수 있었다. 너무 감사하다"고 고마워했다.
손흥민은 "모든 순간이 다 기억이 난다. 못했던 경기, 잘했던 경기, 좋았던 기간, 안 좋았던 기간이 있었는데 전부 소중하다. 응원해준 팬들께 감사한 마음이 가장 크다"면서 "사람들이 골에 환호하고, 축구가 골로 말하는 종목이지만 안 다치고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하다"고 밝혔다.
최고 수준의 선수들은 본인의 의도와 무관하게 이적설에 휘말리기도 한다. 손흥민의 경우 최근 세계 최고 명문 구단인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이적설이 불거졌다. 리버풀 공격수 마네가 한 방송 인터뷰에서 레알 마드리드 이적 여부에 대해 "레알 마드리드는 내가 아니라 에당 아자르와 손흥민을 원한다고 들었다"고 말한 것이 불을 지폈다.
손흥민은 레알 마드리드행을 포함한 다음 시즌 거취에 대한 질문에 옅은 미소와 함께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손흥민과 토트넘의 계약기간은 2023년 6월까지다.
시즌을 마친 손흥민은 '캡틴'으로 돌아와 대표팀에 힘을 보탠다. 다가올 호주(7일 부산), 이란(11일 서울)과의 맞대결을 준비한다. 손흥민은 "경기장에 나서면 나만 잘하겠다는 생각보단 동료가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면서 "선수들을 최대한 편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내 임무다. 감독님이 중앙 수비를 보라고 하시면 중앙 수비도 봐야한다. 어느 자리든 준비됐다"고 각오를 다졌다.
혹사 논란에 대해서도 고개를 저였다. "작년 시즌에도 그랬다. 계속 그 말이 따라다닌다"면서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다. 몸 상태도 괜찮다. 6월 마지막 두 경기가 끝나면 잘 쉴 수 있다. 행복하게 하루하루 잘 지내고 있다"고 책임감을 드러냈다.
hjkwo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