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뉴시스】유재형 기자 = 현대중공업이 31일 주주총회 장소를 긴급 변경해 물적분할(법인분할) 안건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 민주노총이 전체 주주의 참석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며 무효를 주장하고 나서 향후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현대중공업 주주총회 일시·장소 변경에 대한 성명을 내고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어 무효라는 입장을 밝혔다.
민노총은 "모든 주주에게 참석과 자유로운 의견 표명의 기회가 보장돼야 유효한 개최로 인정할 수 있다"며 "주주들이 차질없이 주총에 참석할 수 있도록 시간과 장소가 충분히 고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사측은 당초 개최시간인 오전 10시를 경과한 이후에야 변경장소와 시간을 통보해 이동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을 초래했다"며 "이로 인해 대다수의 소액주주가 변경된 주주총회 장소와 시간을 제대로 통지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약 3% 주식을 보유한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회사분할이 통과될 경우, 고용관계나 노동조합 활동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음에도 주주총회에서 의견 표명을 하기는커녕 참석조차 할 수 없었다"며 "주주들의 자유로운 참석조차 보장되지 못한 주총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민노총은 "주총 무효확인소송을 계획하고 있다. 다음주 초에 기자회견을 통해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겠다"며 소송을 기정사실화로 했다.
주총 효력 여부가 법정에서 가려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향후 노사간 치열한 법정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의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주주총회 당일 부득이한 사정이 발생해 개회시간이나 소집장소를 변경한 경우에 대해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출석한 주주들로 하여금 변경된 장소에 모일 수 있도록 상당한 방법으로 알리고, 이동에 필요한 조치를 다한 때에 한해 적법성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실제 소송에서 현대중공업 사측이 주주들의 참석권을 얼마나 보장했는 지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03년 7월 대법원은 전국금융노조산업노동조합 조합원 300여명이 낙하산 인사라는 이유로 국민은행 상임의사와 은행장 선임에 반대하며 주주총회장인 회의실을 점거하자 은행측이 장소를 변경해 안건을 통과시킨 사건(2001다45584)에 대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대법원은 개회를 기다리던 일반 주주들에게 소집장소가 변경됐다는 통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소집절차에 위법이 있다며 주주총회 결의가 무효라고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지난 2016년 6월에도 조합원들의 점거로 주총을 열 수 없게 된 한 업체측이 구두로 장소 변경을 선언하고, 회사 외벽에 장소 변경 안내문을 붙인 뒤 안건을 통과시킨 사건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구두로 장소 변경을 선언하고, 외벽에 장소 변경 안내문을 붙이는 것만으로 주주들에게 필요한 조치를 충분히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이 처럼 대법원은 주총이 정상적으로 개최되기 어려운 경우, 장소와 시간 변경은 허용하면서도 주주들의 참정권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보장하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주총장소 변경을 적법하게 통지하거나 필요한 조치를 충분히 취하지 않았다면 주총 결의가 취소될 가능성이 높다"며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의 경우, 사측이 실제로 이같은 조치를 얼마나 충실히 다했는지가 재판 결과를 가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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