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관료, 유대인에 "공공장소 키파 착용 자제"

기사등록 2019/05/27 11:24:25

"유대인에게 종교 실천하지 말라는 선언"

독일 내 反유대 증오범죄 전년比 10% 증가


【서울=뉴시스】김난영 기자 = 독일 정부 관계자가 자국 내 유대인들을 상대로 공공장소에서의 전통모자 '키파' 착용 자제를 거론해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현지시간) BBC 및 예루살렘포스트에 따르면 독일 정부 산하 반유대주의 대응 담당 펠릭스 클라인 커미셔너는 지난 25일 풍케미디어그룹 인터뷰에서 "독일에선 항상 모든 장소에서 유대인들에게 키파를 착용하라고 조언할 수 없다"고 밝혔다.

키파는 하늘에 있는 신을 경외한다는 의미로 머리의 윗부분을 가리기 위해 착용하는 유대인 전통 모자다. 기도나 식사 시간에 주로 착용하나, 일상적으로 착용하고 다니는 이들도 있다.

보도에 따르면 독일에선 지난해 기준 약 1646건의 유대인 상대 증오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10%가량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독일 내 유대인에 대한 공격 건수도 62건으로 집계됐다.

클라인의 발언은 이같은 상황에서 유대인들의 안전을 우려하는 맥락으로 보이지만, 일각에선 이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안전을 빌미로 유대인의 종교 활동을 억압하는 발언으로도 해석될 수 있어서다.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클라인의 발언에 대해 "충격을 받았다"고 평했다.

리블린 대통령은 "우리는 독일 정부의 도덕적 입장을 인정하고 감사한다"면서도 "독일 유대인들의 안전에 대한 공포는 반유대주의에 대한 항복이자, 유대인들이 독일 영토 내에서 또다시 안전하지 않음을 시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절대 항복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의 시선을 낮추지 않을 것이며, 패배주의적인 반유대주의에 결코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의 동맹국들도 같은 방식으로 행동하기를 기대하고 요구한다"고 했다.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도 "유대인들이 자신의 신념을 감춰야 한다면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국가는 종교의 자유가 제한 없이 가능하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리처드 그리넬 독일주재 미국대사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키파를 착용하라. 당신 동료의 키파를 써라. 우리 유대인 이웃들을 위해 키파를 빌려 써라"라며 "우리는 다양성 사회라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가르쳐라"라고 했다.

예루살렘포스트는 이번 발언에 대해 "클라인은 독일 내에서의 안전을 이유로 유대인들이 공공장소에서 종교를 실천할 수 없다고 선언한 첫 독일 연방정부 대표자"라고 비판했다.


imzer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