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 7차례 모두 불응, 증인신문 무산돼
과태료 500만·구인장 발부…29일 재지정
法 "구인장 집행 무용지물 말 안 나와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24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 항소심 26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증인신문이 예정됐던 김 전 기획관은 또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김 전 기획관은 지난 21일 자신의 항소심 재판에 3차례 만에 휠체어를 타고 출석했다. 당시 김 전 기획관이 법정 앞에서 증인 소환장에 직접 서명하면서 이 전 대통령 항소심에 증인으로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있었지만 불출석했다.
앞서 6차례 증인 소환에 모두 '폐문부재(문이 잠겨 있고 사람이 없음)' 등으로 소환장이 송달되지 않아 불출석한 것과 달리 소환장을 송달받고도 출석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지난번 구인장이 집행되지 않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기본적으로 소환장이 송달되지 않아서다"라면서 "김 전 기획관은 자신의 재판에 출석해 스스로 소환장을 받고도 출석하지 않았다. 다시 구인장을 발부해 집행해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측 주장은 항소심 재판을 다시 기약 없는 절차로 되돌려달라는 의사로 보인다"며 "김 전 기획관 증인신문 기일에 대한 재지정 필요성이 있어도 재판부가 기약 없는 절차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확정 기일 내에서만 한다고 결단한 것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렇게 출석하지 않은 것에 재판부가 아무리 살펴봐도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서 "형사소송법에 따라 김 전 기획관에게 (증인 소환 불응으로 인한) 과태료 최고액 500만원을 부과한다. 아울러 김 전 기획관에 대한 구인장을 발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전 기획관이 소환장까지 전달받았으므로 출석하지 않았다고 바로 절차를 마무리할 수 없겠다. 오는 29일 오전 10시로 증인신문 기일을 재지정한다"면서 "김 전 기획관이 정당한 사유 없이 또 다음 기일에 재차 불출석하면 7일 이내에 감치에 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형사소송법 제151조(증인이 출석하지 아니한 경우의 과태료 등)는 '소환장을 송달받은 증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증인이 과태료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다시 출석하지 아니한 때는 7일 이내에 감치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재판부는 "증인이 소환을 피하면 그만이라거나 구인장 집행이 무용지물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검찰은 법 집행기관으로서 김 전 기획관에 대한 구인장을 엄정하게 집행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의 '40년 지기'이자 '집사'로 불렸던 김 전 기획관은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일부 불리한 진술을 하며 등을 돌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전 대통령 1심 과정에서 공개된 김 전 기획관의 검찰 진술조서와 자수서 등에는 이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 과정을 보고 받으면 이를 승인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다.
김 전 기획관은 "2008년 4~6월께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청와대로 찾아와 이 전 대통령을 접견했고, 당시 이 전 부회장이 전반적인 삼성이야기를 하면서 '앞으로 잘 모시겠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다스 소송비 대납 관련 유의미한 진술을 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김소남 전 한나라당 의원에 당 비례대표 공천 대가 4억원 수수 등 뇌물 혐의와 관련한 불리한 취지의 진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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