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염호석 동료 "경찰 사과? 윗선 처벌 없는 정치 액션"

기사등록 2019/05/14 15:30:57

조사위, '故염호석 사건' 경찰 사과·유감표명 요구

장례식장 지켰던 김일배씨 "사과라고 보지 않아"

"삼성 유착 관계 보면 윗선에서도 다 묵인한 것"

책임자 처벌과 공권력 견제할 제도적 개선 요구

【창원=뉴시스】강승우 기자 = 지난 2014년 5월20일 고(故)염호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노조 양산분회장 시신을 화장한 경남 밀양시 밀양공설화장장에서 금속노조 조합원과 경찰이 충돌하는 모습. 2014.05.20. (사진=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제공)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윤희 기자 =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조사위)가 14일 '고(故) 염호석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 사망 사건'에 대해 경찰의 사과와 유감표명을 권고하고 나섰다. 염씨 동료는 그러나 책임자 처벌 등이 빠진 보여주기식 결론이라고 비판했다.

2014년 당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대의원으로 장례식 현장을 지켜봤던 김일배씨는 이날 뉴시스와 통화에서 조사위 발표에 대해 "정치적인 입장에서 본인들의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액션만 취한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의) 진정 어린 사과는 없을 것이고 책임자 처벌도 없을 것"이라며 "경찰이 권고를 받아들여 사과에 나선다고 해도 사과라고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또 "삼성과의 유착 관계를 봤을 때, 그런 일을 위에서 몰랐겠느냐"며 "공권력이 움직이려면 다 승인을 받아야한다. 다 묵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윗선'에 대한 처벌은 이번 진상 조사에서도 쏙 빠졌다는 지적이다.

조사위는 당시 정보경찰들과 경찰청 경비국장, 강신명 전 경찰청장(당시 서울경찰청장) 등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으나, 일부는 응하지 않거나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위는 염씨 시신이 발견된 2014년 5월17일부터 나흘간 경찰이 장례 절차에 개입한 과정과 시신 운구 과정에 강제력을 동원한 것에 대해 반성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장례식장에 경찰 경비인력을 투입한 것에 대해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판단할 수 없다"고 했다. 5월18일 서울의료원에서 경찰이 노조와 충돌 끝에 염씨의 시신을 빼낸 장면이 대표적이다. 노동계에서는 이를 '시신 탈취' 사건으로 칭하고 있다.

김씨는 당시 경찰과 충돌해 현장에서 연행된 25명 중 1명이다. 벌금형까지 선고받았지만, 여전히 그날의 기억은 황당함에 가깝다고 한다.

김씨는 "급하게 장례식장으로 모이는데 바로 옆 건물 주차장에 경찰버스 3대가 서 있고, 경찰들이 장비를 챙기고 있었다"며 "의례적인 질서유지 목적이라 생각했는데, 조합원들이 추모 발언과 애도의 뜻을 표하고 있던 중 갑자기 밀고들어왔다"고 떠올렸다.

김씨에 따르면 진입 이유에 대한 설명이나 경고방송 대신 캡사이신이 장례식장 앞에 뿌려졌다.

그는 "경찰에 신고했다는 (염씨) 아버님 조차도 그때 당시 '이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며 "아버님은 좋게 좋게 대화를 통해 하려고 원했는데 경찰이 강압적으로 진행하니 놀란 것 같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안내방송을 진행했다고 하지만 경찰 체증자료에서도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이 김씨 설명이다.

김씨는 이같은 공권력 남용이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래서 책임자 처벌과 뚜렷한 방지대책이 서지 않으면 제대로된 사과가 아니라고 본다.

그는 "공권력이란 것은 약자들한테는 정말 가차없다"며 "국가인권위원회가 있지만 수사권도, 기소권도 없이 권고만 하니 간판만 달고 있고 공권력은 치중돼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이나 경찰 등 공권력이 힘을 남용해 인권 피해가 발생해도 이를 견제할 시스템이 없다. 그런 제도적인 부분이 개선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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