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댓글수사 초기 '김경수 공모' 숨겼다" 증언

기사등록 2019/05/09 18:54:14

경공모 변호사, 김경수 2심 나와 증언

드루킹 체포되자 "싹싹 빌고 항복하자"

상황 변화 없자 언론에 폭로 편지 보내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드루킹 댓글 조작'의혹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4차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9.05.09.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옥성구 기자 = 드루킹 김동원(50)씨가 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던 초기에 본인을 풀어줄 사람은 김경수(52) 경남도지사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의도적으로 댓글조작 공모 혐의 등을 숨겼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9일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차문호) 심리로 열린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 항소심 4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삶의축제' 윤모(48) 변호사는 이같이 증언했다.

윤 변호사는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내 전문직 모임인 전략회의 멤버로 드루킹 일당이 경찰 수사를 받을 때 변호를 맡은 바 있다.

윤 변호사의 증언에 따르면 지난해 2월6일 JTBC가 '서유기' 박모(32)씨의 댓글순위조작 매뉴얼에 대해 보도했고, 경공모 내에서는 보도 후에도 별다른 수사가 없자 이를 김 지사나 청와대가 막고 있다고 판단했다. 드루킹 일당은 이 당시를 김 지사가 오사카총영사 인사 청탁을 거절한 뒤 김씨와 틀어진 시기라고 주장한다.

이후 3월17일 김씨는 윤 변호사와의 통화에서 "청와대에서 안 막았으면 그냥 진행됐을 것이다"며 댓글순위조작 매뉴얼을 수사하면 김 지사의 공모사실이 드러날까봐 김 지사나 청와대가 수사를 막아주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하지만 3월21일 경찰이 경공모 사무실과 김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했고, 김씨를 포함해 '둘리' 우모(33)씨와 '솔본아르타' 양모(36)씨를 긴급체포했다.

윤 변호사는 "실제 압수수색을 당하고 영장 실질심사가 이뤄지고 나서는 김씨가 '김 지사와 다투게 되면 결국 다치는 건 우리밖에 없다'고 했고 그게 맞았다"면서 "무조건 김 지사에 빌어야한다고 얘기했고, 그런 과정에서 김 지사의 댓글조작 공모는 밝히지 않는 걸로 했다"고 밝혔다.

특검이 '그 배경에는 김 지사가 도와줄 것이란 기대가 있었나'고 묻자 윤 변호사는 "기대보다는 김씨가 자신들을 풀어줄 수 있는 사람은 김 지사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이라며 "거기서 싸우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아예 항복을 하고 싹싹 빌고 한 번만 살려달라고 생각한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변호사는 김씨가 이런 생각을 계속 가지고 있었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5월18일 조선일보에 김 지사의 댓글조작 공모 사실을 폭로한 옥중편지를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킹크랩 시연회'가 이뤄졌던 2016년 11월9일의 상황에 대해서 윤 변호사는 브리핑 내용에 조직도 등이 들어간 것은 맞지만 킹크랩 내용이 들어 간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전략회의 모임 등에서 김씨가 킹크랩에 대해 말한 바 있어 11월9일 이전부터 킹크랩 자체는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김 지사 항소심은 예정보다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신문하려 한 박씨에 대한 증인 신문이 연기됐고, 재판부가 김 지사 측에서 쟁점 공방에 대해 재반박하고 싶다는 의견을 수용해 다음 기일에 쟁점 공방을 한번 더 진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김 지사의 항소심 5차 공판은 오는 23일 진행된다. 이날은 김 지사 측과 특검 측이 쟁점 공방을 다시 벌인 뒤 박씨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castlenin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