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위원 전원 사퇴…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혼란 불가피

기사등록 2019/05/09 16:44:31

노·사 만으로 의결 할 수 있지만 사실상 협상 진행 불가능

새 공익위원 인선 어려울 수도…류장수 "일할 분 많을 것"

고용부 "이재갑장관, 며칠 고민하고 13일 정부 입장 발표"

"공익위원 선임 및 인사검증에 1~3주 걸려…최선 다해야"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류장수(오른쪽) 최저임금위원장이 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으로 향하고 있다. 류 위원장은 이날 "3월 초에 사직서를 제출해 사퇴 의사를 밝혔고, 그건 그대로 유효하다"며 "위원장직에서 사퇴하고 공익위원에서도 물어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2019.05.09.  ppkjm@newsis.com
【서울=뉴시스】강세훈 기자 =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8명이 종전 입장 번복 없이 전원 사퇴키로 하면서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오는 13일 현 상황에 대한 입장과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운영 계획 등을 밝힐 예정이다.

최저임금위원회 류장수 위원장은 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3월 초 사퇴 의사를 밝혔고, 그건(사퇴 의사는) 그대로 유효하다"며 "위원장직에서 사퇴하고 공익위원에서도 물러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제 공익위원들하고 다 접촉했다"며 "(공익위원 8명) 모두 전체적으로 그만 두는 것"이라고 밝혔다.
 
류 위원장은 "여러가지 생각을 했는데 (사퇴) 의사결정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것은 올해 최저임금위원회 운영에 있어서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가 대원칙이었다"며 "(제가) 계속할 때 득실과 (제가) 그만둘 때 득실을 고민했을 때 새로 간판을 다는 게 올해 최저임금위원회 운영에 있어서 (더) 좋겠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또 "만약 최저임금 심의에 문제가 된다고 판단했으면 그만 둘 수 없다"며 "공식·비공식적으로 정부에 준비를 하라는 메시지를 던졌던 것이다. 제가 판단하기는 5월 전원회의를 개최하는 데 문제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새 공익위원 선임 문제와 관련해서는 "새로운 위원을 선임하는 게 어디까지 왔는지 정확히 모른다"면서도 "제가 오늘 확실하게 (사퇴를) 말씀 드린 후 정부가 준비를 한다고 하더라도 5월 말까지는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경영계 비판이 사퇴 배경으로 작용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1월 전원회의 때) 사용자 위원 한 분이 저에게 사퇴하라고 요구를 했다"며 "그러나 정회 했을 때 사용자 위원 간사가 저에게 사과를 했다. 그것 때문에 그만 두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공익 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류 위원장을 포함해 공익위원 8명(고용부 당연직 1명 제외)이 지난 3월 초 사표를 제출했으나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들의 사표를 수리 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 류 위원장이 자신을 포함해 공익위원 7명의 사퇴 사실을 공식화 함으로써 고용부는 새로운 공익위원들을 위촉해야 한다.
 
최저임금위원회법 상 공익위원 8명이 사퇴를 하더라도 최저임금 심의·의결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돼 있다. 근로자 위원과 사용자 위원의 경우 각 3분의 1 이상의 출석을 요구하고 있지만 공익위원은 해당되지 않는다. 

회의를 진행해야 할 위원장이 공석이지만 고용부 장관이 공익위원 중에 지명할 수 있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류장수 최저임금위원장이 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으로 향하고 있다. 류 위원장은 이날 "3월 초에 사직서를 제출해 사퇴 의사를 밝혔고, 그건 그대로 유효하다"며 "위원장직에서 사퇴하고 공익위원에서도 물어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2019.05.09.  ppkjm@newsis.com
공익위원 중에 유일하게 사퇴하지 않고 남아 있는 고용부 당연직 임승순 상임위원을 위원장으로 지명하면 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노사 만으로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진행할 경우 위원회 운영이 원만하게 진행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지난해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사용자 위원이 불참한 채 올해 최저임금이 결정됐던 것을 놓고 노사 간 갈등의 골이 지금까지도 깊은 상태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새로 공익위원들을 선임하는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오늘 공익위원 입장이 결정 됐으니까 정부가 하루 이틀 정도 시간을 갖고 고민을 해서 오는 13일 이재갑 장관이 향후 계획 등 정부의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위원장은 공익위원 중에서 호선으로 선정한다.
 
고용부 최태호 근로기준정책과장은 "류장수 위원장이 오늘 공익위원들의 사퇴 의사가 유효하다고 했기에 위원 변경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며 "통상적으로 인사검증이 1~3주 걸린다. 정부의 일이라는 게 항상 정해진 시한과 상황에 맞게 이뤄지기에 속도감 있게 진행하면 가능하다.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저임금법 개정 추진을 통해 정부 스스로 현행 결정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 데다, 정치적 반목 탓에 끝내 최저임금법 개정을 하지 못한 채 새 공익위원들을 선임해야 하는 만큼 인선 작업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

류 위원장은 이와 관련 "제가 수십년 하면서 경험한 바에 의하면 이런 일에 있어서 책무성을 가지고 (공익위원을) 하실 분이 적지 않고 (인력) 풀도 수십년 동안 이쪽 전공자들이 많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 위원장은 또 지난해 큰 폭 인상에 따른 비난 여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16.4% 인상한 후) 작년의 경우만 해도 개인적으로 부담이 됐을 텐데 위촉 연락 왔을 때 수용 했던 것은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책무감 가지고 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 부담 때문에 그만두자는 것 없다. 정부가 새 결정체계를 공식화 하고 추진 하지 않았으면 우리 위원들은 그대로 할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류 위원장은 또 "새로 맡을 분과 지금 저는 입장이 다르다"라면서 "법 개정이 안 된 상태에서 작년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인데 (새로 선임될 분들은) 제로베이스다. 원점에서 새로 구성되는 것이고 우리가 할 때는 정부가 개편 작업 속에서 위원이 정리될 지 안될 지 논란이 있었다.  그 짐을 우리가 가지고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고시기한이 매년 8월 5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은 행정절차 기간을 감안(약 20일)해 7월 중순까지는 마쳐야 법적 효력이 인정된다.


kangs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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