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표현 안 쓰는 한미 당국…北 자극 피하며 대화 모색

기사등록 2019/05/06 16:14:37

폼페이오 "北 발사체 중장거리 미사일이나 ICBM 아냐"

"국제 경계선 안 넘었고 韓, 日에도 위협 가하지 않아"

"北 영양실조 심각…인도적 지원 위해 제재 해제 가능"

전문가 "美, 단거리 발사라는 점에서 판 깰 필요 없어"

비건 대표 9~10일 방한, 대북 식량 논의 분위기 조성

비핵화 비껴간 인도적 지원만으론 대화 재개 쉽지 않아

【워싱턴=AP/뉴시스】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  2019.05.06
【서울=뉴시스】강수윤 기자 =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5일(현지시간)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파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협상할 모든 의사가 있다"고 밝힌 것은 강경 대응보다는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ABC방송의 시사프로그램인 '디스위크'에 출연해 "우리는 여전히 완전한 비핵화라는 협상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믿는다"면서 의식적으로 '미사일'이라는 표현을 피하고 '단거리'라는 점만 부각시켰다.

그는 "우리는 김 위원장이 이번 주말에 한 행동이 (비핵화 협상에) 방해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우리는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기를 원한다"라고 했다. 그는 특히 "(북한 발사체는) 어떤 시점에서도 국제 경계선을 넘지 않았다"며 "그것은 북한 동해 영해상에 떨어졌고 미국이나 한국, 일본에 위협을 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그것이 비교적 단거리였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ICBM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이날 미 폭스뉴스의 시사프로그램인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우리는 그것들이 중거리미사일이나 장거리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아니라는 높은 확신을 가지고 있다"면서 "이번 발사체 시험이 북한의 자체적인 미사일 발사 모라토리엄(유예)을 위반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라토리엄은 미국을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집중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북한의 이번 발사체 시험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1년 넘게 지속해 온 대화 기조를 계속 이어가고 북한과 비핵화 협상할 의사가 있다는 유화적인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중·장거리 미사일이나 대륙간 탄도미사일 ICBM은 아니다'는 발언도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대화 의지를 명확히 한 것이란 분석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자신의 트위터에 김 위원장에 대한 신뢰와 정상간 약속을 강조한 것도 유화 메시지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그와 함께 있으며 그가 약속을 깨지 않기를 내가 원하는 것을 김정은 위원장이 알고 있다. 합의는 이뤄질 것"이라고 말해 북미 협상을 통해 비핵화 해법을 끌어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서울=뉴시스】 미국 미들버리국제연구소는 5일(현지시간) 북한이 전날 발사체를 발사하는 순간을 포착한 위성사진을 미 언론에 공개했다. 발사체가 흰 연기를 내뿜으며 날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연구소 측은 이런 사진을 찍을 수있는 확률을 "100만분의 1"로 표현했다. <사진출처: NBC 방송 화면 캡처> 2019.05.06
지난 4일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 이후 현재까지 한미 양 당국은 이를 미사일로 규정하지 않은 상태다. 청와대 역시 군 당국이 계속 분석을 하고 있으니 결과를 지켜보자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미국이 일단은 로우키(low-key·저자세)로 대응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시험한 발사체가 단거리라는 점에서 아직은 미국도 판을 깰 필요는 없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발사체 시험이 북한의 자체적인 미사일 발사 모라토리엄을 위반한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다'는 폼페이오의 발언을 뒤집어보면 북한이 선을 넘지 말라는 경고성 발언으로도 해석된다. 현재로선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한 유엔 결의와 핵·미사일 실험 중단의 모라토리엄 위반 레드라인을 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 교수는 "폼페이오의 발언은 역설적으로는 북한이 선을 넘지 말라는 경고성 발언이라 할 수 있다"면서 "미국 입장에선 그 선을 넘으면 비핵화 협상이 안된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대북 식량지원 허용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 한미가 대북 인도적 지원을 매개로 대화의 돌파구를 모색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무부가 홈페이지에 5일(현지시간) 공개한 문답록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ABC방송 '디스위크'에 출연해 "지난 금요일(3일) 유엔이 보고서를 내놓았다. 북한 주민 50%가 심각한 영양실조 위험에 처해 있다고 한다. (북한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는 (북한의) 더 밝은 미래를 원한다"고 밝혔다.

【워싱턴=AP/뉴시스】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

그는 '인도적 지원을 위해 제재를 해제하는 어떤 조치를 고려하고 있나'란 질문에 "인도적 지원을 위해 (제재해제가) 허용될 수있다(it’s permissible for humanitarian assistance)"고 답했다. 그러면서 "즉, 제재는 북한인들이 식료품을 구매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that is, that sanctions permit the North Koreans to purchase food products)"고 덧붙였다.

이처럼 북한의 식량 수급 상황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9∼10일 방한해 한미워킹그룹 회의를 연다. 이를 통해 대화 분위기를 조성한 뒤 우리 정부가 다음 달 말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남북 순차 방문을 추진해 비핵화 협상이 다시 궤도에 오르도록 견인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북미 갈등의 핵심이 비핵화 방식에 있는 만큼 대북 인도 지원만으로 북미 간 대화가 재개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 교수는 "과거처럼 몇 십만톤 단위로 북한에 쌀을 준다면 엄청나지만, 인도적 차원에서 러시아와 비슷한 수준인 5000~1만t을 준다면 미국이 북한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이라며 "북한 입장에서는 (대북 인도 지원이) 본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sho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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