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의붓딸 살해' 성범죄 신고 경찰 대응 직권조사

기사등록 2019/05/02 16:10:10 최종수정 2019/05/02 16:13:05

"사회적 약자보호, 지원 체계 문제 혼재"

보호조치 여부, 제도 개선 측면도 검토

【무안=뉴시스】신대희 기자 = 지난 1일 중학생 의붓딸을 살해·유기한 혐의를 받는 김모(31)씨가 전남 무안군 한 농로에서 범행 당시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2019.05.01. sdhdream@newsis.com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의붓아버지에게 살해된 10대 여중생의 생전 성범죄 신고에 경찰이 미진하게 대응했다는 의혹에 대해 직권조사를 하기로 했다.

인권위는 "의붓딸 살인 사건 이전에 있었던 여중생의 성범죄 신고와 관련해 경찰이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에 소홀했는지 등 인권침해 여부에 대한 직권조사를 결정했다"고 2일 밝혔다.

인권위는 "유족이 '경찰의 늑장수사로 피해자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고, 각종 언론보도에서도 범죄피해 신고 이후 2차 피해 예방 등 경찰 대응방식에 의혹을 제기하는 등 범죄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 미흡으로 인한 인권침해가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다"면서 조사 개시 사유를 밝혔다.

또 "내용 또한 범죄 피해자의 생명권에 관한 사안으로 중대하다고 판단했다"며 "이 사건이 형사 절차에서 여성·아동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특별한 보호와 성폭력·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 지원시스템에 관한 문제가 혼재돼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성범죄 피해 신고자에 대한 보호조치 여부 등에 대한 조사와 더불어 형사 절차 과정에서 성범죄 피해자의 보호 및 지원시스템이 보다 실질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한 측면에 대해서도 살펴볼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이 사건은 지난달 28일 오후 2시57분께 12세 A양의 시신이 광주시 동구의 한 저수지에서 발견되면서 불거졌다.

경찰은 A양의 의붓아버지 김모(31)씨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했고, 친어머니 유모(39)씨에 대해서도 살인공모 및 사체유기 방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김씨가 성범죄 신고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범행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김씨가 유씨에게서 신고 사실을 듣고 A양을 해치기로 공모하고 이를 실행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그런데 사건과 관련해 세간에서는 "이미 복수의 청소년 성범죄 신고가 있었을 때 경찰이 신속하게 대응을 했더라면 참사를 막을 가능성이 있었을 것"이라는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다.

또 수사 대상이던 김씨가 보복할 마음을 먹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점, 신고자인 A양에 대한 신변보호가 충분하지 못했던 점 등을 문제 삼는 목소리도 나왔다.

A양은 숨지기 전인 지난달 9일과 12일 전남 목포경찰서에 성범죄 피해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목포경찰서는 A양에 대해 조사하다가 사건을 같은 달 16일 광주경찰청으로 넘겼다고 한다. 김씨 거주지와 사건 발생 지역이 광주였기 때문에 사건이 넘어갔다는 게 현지 경찰 측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 또한 A양이 생전에 했던 성범죄 신고 접수와 그 처리 과정 전반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청은 사실관계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징계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정식 감찰을 진행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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