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슈] 상승세 꺾인 제주 부동산 곳곳서 미분양 '비명'

기사등록 2019/05/03 06:00:00

제주 지역 미분양 주택 역대 최고 수준 유지

주택 구매 심리도 없어 미분양 사태 장기화

"민간부분 분양가 인하 등 자구 노력 필요"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상공에서 바라본 제주종합경기장과 제주시 구도심 모습. (뉴시스DB) woo1223@newsis.com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취득세 1200만원은 집 값에서 깎아드리겠습니다."

최근 제주에서 생애 첫 내 집 마련에 나선 주부 A(36)씨는 주택매매 계획을 당분간 미루기로 했다. 우연한 기회에 둘러 본 미분양 주거형 오피스텔이 매우 마음에 들었지만, 방문할 때마다 집값을 즉석에서 천만원 단위로 깎아주는 상담원의 태도가 미심쩍었기 때문이다.

A씨는 미분양 세대를 어떻게든 줄여보겠다는 식으로 덤비는 분양사무소 상담원의 조급함에 아직은 주택매매를 서두를 필요가 없겠다고 판단했다. 취득세가 일반 주택보다 높아 되팔기가 까다로운 오피스텔이라는 점도 마음을 접는데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는 다음날 "하락세가 뚜렷한 제주 부동산경기에서 변동폭(하락폭)이 큰 빌라와 오피스텔를 매매하는 것은 서로 폭탄돌리기 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는 지인의 말에 매매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제주도 미분양 주택 1200여 가구…건설경기 둔화 뚜렷

올해 3월말 기준 제주지역 미분양 주택은 1227가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던 지난해 12월 1295가구보다 약 5.2% 감소하는데 그쳤다.

제주지역 주택 수급 불균형 현상은 시간이 갈수록 심화하며 부동산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는 모양새다.

업체마다 미분양 세대 해소를 위해 원분양가보다 가격을 낮춘 매물을 쏟아내고 있지만, 수요 보다 공급이 많은 제주 주택 시장 특성상 미분양 누적은 불가피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제주 지역 주택 공급 누적은 이미 지난해 정점을 찍었다. 국토교통부의 주택 인허가 및 미분양 주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3월 중 제주 지역 주택 인허가 실적은 321호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월별로 비교하면 2014년 10월 69호 이후 4년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에 해당한다. 늘어날대로 늘어난 주택 공급에 수요자들이 선별적 청약에 나서고, 주춤해진 제주 이주 바람에 건설경기 둔화세가 뚜렷하다.  

여기에 제주도민 약 80%가 1년 이내 주택을 구입할 계획이 없다는 조사 결과도 있어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제주지역 부동산시장 소비자심리지수는 74.9로, 전달 81.7에 비해 6.8p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상공에서 바라본 제주시 구도심 모습. (뉴시스DB) woo1223@newsis.com
지난해 12월부터 조사대상에 포함된 제주 지역은 첫달 84.7로 시작한 부동산시장 심리지수가 꾸준히 하락세에 있다.

부동산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주택 매도 및 매수동향에서 제주도민은 주택구입 계획을 묻는 질문에 78.2%가 '향후 12개월 이후'라고 답했다.


◇도 당국 TF팀 구성해 대책마련 고심…"경기 회복에 기대"


이와 관련 제주도는 지난 3월 관련 단체 및 기관들과 TF팀을 구성, 대책마련에 나섰다. TF팀엔 한국공인중개사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 건축사협회, 한국토지주택공사, 제주개발공사 등이 함께하고 있다.

TF팀은 두 차례에 걸친 회의를 통해 ▲건축 착공시기 조정 ▲세제 감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미분양 조기경보시스템 구축 ▲미분양주택 단계별 대응체계 구축 ▲인·허가 및 사업승인 시 미분양지역 정보제공 ▲금융지원에 대한 금융권 협의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마저도 도내 주택건설업체들을 위한 조치일 뿐, 기존에 발표됐던 미분양주택 해소방안 중 서민들을 위한 '행정에서 매입 후 분양'이나 금융권 대출조건 완화 등의 대책에 대해선 별다르게 진전된 것이 없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이양문 제주도 도시건설국장은 "미분양주택에서도 소형주택이 있어, 분양가가 인하된다면 수요조사 후 (행정에서)매입해 저소득층에 대한 임대주택으로의 활용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 국장은 "미분양 주택해소를 위해선 민간부분의 분양가 인하와 임대주택 전환 등 자구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며 "미분양주택 문제가 해소될 때까지 월 1회 TF회의를 지속해서 운영하겠다"고 덧붙였다.

woo122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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