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국회 빨리 정상 가동돼야"…민생 명분 한국당 압박 효과

기사등록 2019/04/29 19:20:14

추경 활용해 불법폐기물 연내 처리 지시…한국당 복귀 압박

나경원 공세에 의도적 거리…靑 "文대통령 언급 전혀 없어"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19.04.29.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김태규 홍지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국민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불법폐기물의 연내 처리를 지시한 것은 민생문제 해결을 국정 운영의 최우선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이유로 국회를 '올스톱' 시키고 있는 자유한국당과 차별화 된 이미지를 쌓고, 원내에서 힘겨운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 싸움의 명분을 제공하겠다는 다목적 포석으로도 읽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 비서관·보좌관 회의에서 불법폐기물 처리 강화 및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고 "당초 처리 계획을 대폭 앞당겨 올해 중으로 불법폐기물을 전량 처리해 국민 불편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라"고 지시했다고 고민정 대변인이 춘추관 브리핑에서 밝혔다.

이와 함께 "정부가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에 반영돼 있는 관련 예산을 활용해 반드시 올해 안에 불법폐기물 처리를 마무리하라"며 "사법기관에서는 쓰레기 투기를 통해 이득을 취한 범법자는 끝까지 추적·규명해 엄중하게 처벌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또 "경제는 타이밍이다. 추경 처리가 늦어질수록 국민의 삶과 민생 경제에 부담이 늘어난다"며 "국회가 조속히 정상적으로 가동돼 정부가 제출한 추경이 신속히 심사되고 처리되길 희망한다"고도 했다.

고 대변인은 "특히나 민생 분야에 있어서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음으로 인해서 국민들에게 피해가 가거나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안타까움을 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불법폐기물 관리 강화 대책을 발표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2022년까지 전량 처리한다는 목표 달성이 힘들다는 판단에 따라 문 대통령이 특별 지시를 내리게 됐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는 이번 추경에 반영된 314억원을 투입하면 어느 정도 해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이 불법폐기물 처리에 올해 추경안에 포함된 예산을 활용할 것을 주문한 것은 현재의 국회 상황을 볼 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경 활용을 지시한 것은 패스트트랙 지정이라는 절차를 문제 삼아 국회를 마비시키고 있는 한국당의 책임을 부각시켜 복귀를 압박한 것으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이 이날 모두 발언을 통해 "엄중한 경제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국민의 바람이 어느 때보다 높은데 정치권의 대립과 갈등이 격화해 매우 안타깝다"고 언급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한국당을 겨냥해 직접적인 날 선 비판을 쏟아내기보다는 한국당이 국민 요구와 상반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킴으로써 반대로 민주당에 싸움의 명분을 제공하려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04.28.kkssmm99@newsis.com
"패스트트랙에 대한 무리한 집착은 청와대의 무리한 오더 때문"이라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공세에도 청와대가 거리를 두는 것에는 일일이 대응하는 것보다 차별화 된 행보를 보이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여겨진다.

고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국회 대치 상황에 대한 다른 언급은 없었는가'라는 질문에 "그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이러한 행보에는 국민 여론이 정부 여당에 우호적으로 형성되고 있다는 자신감도 어느 정도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리얼미터가 YTN '노종면의 더뉴스' 의뢰로 몸싸움 국회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를 묻는 조사(95% 신뢰수준·표본오차 ±4.4%p·응답률 5.1%)를 실시한 결과 '한국당의 물리력 행사'라는 응답이 43.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민주당의 무리한 추진'이라는 응답은 33.1%로 집계됐다.

상당수 국민들이 '몸싸움 국회' 책임을 한국당에게 묻고 있는 상황에서 던져진 '추경을 통한 민생문제 해결'이라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극명한 대비 효과를 가져오며 한국당에 운신의 폭을 좁히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당을 기존 핵심 지지층 안에 가둘 수 있다면 멀리 총선을 바라보는 청와대도 여당도 나쁠 게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치 구도로만 본다면 한국당은 현재 상황을 '한국당 대 반(反) 한국당'이라는 구도 형성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고 판단할 수 있을지 모른다"면서도 "하지만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한국당이 결국 고정지지층 외에 중간지지층들의 지지를 거의 받을 수 없다는 점을 보다 선명하게 드러내주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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