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푸틴 만나 '경협 지속' 요청하겠지만…성과 미지수

기사등록 2019/04/19 15:46:42

김정은, 제재 속 경협 확대 통해 에너지·식량 지원 요청

선박 간 환적 방식 석유 거래, 北 노동자 송환 연장 등

외교가 "양 정상 만남 상징성 있지만 구체적 비중 작아"

【서울=뉴시스】강수윤 기자 = 크렘린궁이 공식화한 다음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드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북·러 정상회담에서는 미국의 대북제재 유지 기조 속 경제협력이 주요 의제로 집중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하순에 열릴 예정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첫 정상회담이 오는 25일께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된다고 NHK가 19일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러시아 대통령의 크렘린궁 고위 당국자는 전날 NHK에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이처럼 열릴 전망이며 러시아 측이 북한 내 철도 보수 등 양자간 경제협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크렘린궁도 전날 "푸틴 대통령의 초청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이달 후반에 러시아를 방문해 회담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예정대로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첫 대면이 이뤄진다. 북러 정상이 만나는 것은 지난 2011년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 만남 이후 8년 만이다. 

당초 지난해부터 김정은 위원장의 방러와 북러 정상회담이 추진돼 왔으나 의전 문제와 대내외적인 정치적 상황 때문에 계속 연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해 5월31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이 평양에 가 김정은 위원장에게 푸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며 러시아 방문을 요청,  9~11월에 김정은의 방러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이 올해 2월 말에 열린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우선 순위로 두고 비핵화 등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 방러 시기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리 외교당국도 김 위원장의 올해 방러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관련 동향을 계속 예의주시해왔다.

블라디보스크에서는 이미 회담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의 의전 책임자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은 지난 17일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을 시찰하는 모습이 포착돼 김정은은 이번 방러에서도 기차를 이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노이 담판 결렬 이후 김 위원장의 첫 대외행보인 북러정상회담에서는 유엔의 대북제재 하에서 가능한 경제협력 확대 방안 등을 중점 논의하고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 대한 러시아의 지지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 장소로 유력시되는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루스키 섬의 극동연방대학 캠퍼스 모습. <사진출처: 픽사베이> 2019.04.19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경제지원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를 피해 가능할지 논의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가장 관심 있는 선박 간 환적 방식으로 북한과의 석유 거래를 미국의 눈을 피해서 할지가 이번 정상회담의 의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러시아는 대북 식량지원을 통해 북한과의 친선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미 지난 1~2월에만 지난 한 해 석유 수출량의 3분의 1을 넘어선 분량을 지원했으며, 북한의 극심한 식량난에 따른 밀가루 10만t 지원 요청에 따라 5만t 지원을 약속한 상태다.

미국은 그동안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선박 간 환적 방식으로 북한과의 석유 거래에 관여하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미 재무부는 지난해 8월 러시아 선박 6척과 해운기업 2곳이 북한으로 석유·정유 제품을 옮기는 것을 돕고 있다고 판단, 이들을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

러시아가 지난해 북한 노동자 3200명의 노동허가를 올해 말까지 연장키로 했는데 김 위원장이 노동자들의 북한 송환을 더 연장해 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간 싸움을 벌이고 있는 김 위원장이 비핵화 협상에 대한 러시아의 정치적 지지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가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중국과 함께 유엔 대북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왔다는 점에서 이를 지속해달라는 메세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외교가와 미 언론은 이번 북러정상회담이 양 정상이 만난다는 점에서 정치적인 상징성이 있지만 구체적인 성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지난 17일(현지시간) "북러정상회담은 상징성이나 덕담의 비중이 클 수는 있어도 구체적 성과의 비중은 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한 외교소식통은 "이번 북러회담에서 큰 성과가 나온다기보다 예상 가능한 정도의 합의가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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