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참사' 공포의 이웃은 조현병?…심신미약 재점화

기사등록 2019/04/18 16:10:15

안씨, 조현병 전력…'심신미약' 논란 불씨

강서 PC방 살인, 조두순 사건 등도 논란

흉악범죄 사회적 감정…"엄벌해야" 요구

"안씨 경우 심신미약 적용은 어려울 것"

【진주=뉴시스】 차용현 기자 = 지난 17일 오전 4시32분께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에서 방화 및 묻지마 살인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피의자 안모(42)씨가 고개를 숙인 채 진주경찰서 유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9.04.17.   con@newsis.com
【서울=뉴시스】심동준 고가혜 기자 = 지난 17일 경남 진주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불을 지른 뒤 대피를 위해 나온 주민들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사회적 충격을 주고 있다.

일명 '묻지마 범죄'가 재차 발생했다는 진단이 많은 가운데, 피의자 안모(42)씨가 조현병을 앓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신질환 등에 따른 '심신미약' 여부가 향후 쟁점이 될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18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을 조사 중인 진주경찰서는 안씨에게 조현병 치료 이력이 있음을 확인했다.

경찰은 안씨가 사전에 계획적으로 범행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안씨의 조현병과 범행 사이에 인과 관계는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씨가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심신미약'을 주장하거나 조현병 전력이 논란이 될 여지가 많다. 안씨의 폭력 등 과거 사건 재판에서도 정신분열증 등 진단이 언급됐었다고 한다.

이미 안씨의 정신질환 전력을 둘러싼 논란의 기미가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일례로 이 사건 발생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등에서는 안씨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는 청원 내지 게시물이 다수 등장했다.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의 심신미약 인정 여부는 주요 강력범죄와 관련한 주된 논쟁거리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의 대표 사례는 지난해 서울 강서 PC방 살인 사건을 둘러싼 심신미약 논쟁이다.

사건 발생 이후 범인 김성수(30)가 수년간 우울증을 앓아 약을 먹고 있다는 진단서를 제출하고 정신감정이 이뤄지면서 세간에서 심신미약 인정 여부와 적절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다.

조두순 사건도 대표 사례로 꼽힌다. 조두순 사건은 2008년 12월 경기 안산에서 벌어진 아동 성폭행 범죄인데, 범인 조씨에 대해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했으나 심신미약이 인정돼 징역 12년이 선고되면서 사회적 반발이 컸다.
【진주=뉴시스】 차용현 기자 = 18일 오전 민갑룡 경찰청장이 지난 17일 경남 진주시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묻지마 살인사건으로 생을 마감한 희생자 5명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진주혁신도시 내 한일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국화를 올리고 분향을 하며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있다. 2019.04.18.   con@newsis.com
현행 형법 10조는 심신장애인에 대한 형의 면제 또는 감경 규정을 두고 있다. 그 기준은 사물 변별 능력과 의사 결정 능력인데, 무능력자의 경우에는 벌하지 않고 그 능력이 미약한 경우에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는 '책임 없는 자에게는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원칙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심신미약을 내세워 형의 감경을 이끌어내려 한다는 부정적 여론이 커지면서 미성년자나 심신미약자에 대해서도 엄격하게 형을 집행하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현재 법원은 심신미약을 판단할 때 대체로 범행 경위와 전후 행동, 수사와 재판에서의 진술 태도, 평소 생활방식에서 나타나는 정신장애 영향 유무 등 다양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정신질환 등의 경우에는 물리적 증거가 남지 않는 심리적 영역에 속하는 만큼 개별 사건에 대한 종합적 판단을 하며, 특히 병을 앓았는지가 아닌 범행 시점에 심신장애가 있었는지를 근거로 심신미약 여부를 판단하는 편이다.

하지만 흉악 범죄일수록 엄벌을 요구하는 사회적 감정이 커 심신미약에 대한 구체적 판단이 이뤄지기에 앞서, 그 범행의 정도만으로도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나아가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범죄에서 정신병력이나 심신미약을 주장한다는 점이 부각되고, 정신감정이나 법원의 결론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퍼지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는 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정신질환자 등에 대한 심신미약 인정 여부에 대해서는 견해가 다양하다. 우선 심신미약 인정 여부를 무조건 부정하는 방향보다는 사회적 안전망을 통해 정신질환자들의 강력범죄를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정신질환자들의 행위가 반복되면서 부정적 여론이 큰 것 같은데, 이는 사회적·국가적인 예방과 대처가 잘 안 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범죄가 발생하기 전에 국가와 지역사회에서 체계를 마련해 여러 번 문제를 일으킨 정신질환자들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질환으로 인해 인지 능력이 손상된 경우까지 자기의지로 행동한 것과 같이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는 견해, 치료 가능한 조현병 등을 앓는 환자들 전부에게 낙인을 찍을 수 있다는 우려 등이 존재한다.

진주 방화·살인 사건의 경우에는 애초에 심신미약 주장의 적용 대상이 되기 어렵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안씨에게 조현병 전력이 있다고 해도 범행 당시 책임능력이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관점이다.

노영희 법무법인 천일 변호사는 "심신미약이 적용될 경우 형을 감면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에는 이를 적용하긴 어렵다고 본다"며 "설령 적용하더라도 그 감경 정도는 매우 낮은 수준이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won@newsis.com, gahye_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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