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건보료로 정부가 보장성 강화 생색'…"국고지원 확대해야"

기사등록 2019/04/10 20:09:03

법적 국고지원율 20%인데…13.6% 유지 계획

건보료 인상률은 3.49%…"소득상승률보다 높아"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10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10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의 제1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안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2019.04.10.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임재희 기자 =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 향후 5년간 41조6000억원 가까이 재정을 투입하기로 하면서 국민이 내는 보험료만 올리고 국고지원 확대 방안은 내놓지 않자 문제제기가 쏟아졌다. 정부는 지금까지 국고지원 법정 비율을 단 한 차례도 지킨 바가 없다.

보건복지부는 10일 오후 서울 명동 포스트타워에서 공청회를 열고 '제1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안(2019~2023년)'을 발표했다.

계획안은 보장성 강화 측면에서 자기공명영상(MRI), 초음파 검사 등 환자가 전액 부담해온 비급여 의료서비스를 차질 없이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동시에 영유아, 난임부부, 저소득층 등의 의료비 부담을 추가로 경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통해 향후 5년 안에 건강수명을 73세에서 75세로, 보장률을 62.7%에서 70%까지 개선하겠다는 게 목표다.

의료 공급 차원에선 일차의료기관에 만성질환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대형병원과 동네의원 간 기능을 분명히 한다. 동시에 분만, 수술, 응급의료·외상, 외과계 기피과목, 감염관리 등 필수의료 제공 기반 확대를 위해 합리적인 적정수가 체계도 마련한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2023년까지 약 41조5842억원의 재정을 투입한다. 보험료율 인상률은 최근 10년간 평균 수준인 3.2%를 유지하면서 그간 흑자를 기록해온 누적적립금 등을 활용하되, 지출관리 방안을 마련해 5년 후에도 위기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적립금 10조원 이상을 유지한다는 게 복지부 계획이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런 종합계획안 취지엔 공감하면서도 재정 확보 방안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국고지원이 도마 위에 올랐다.

김양균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는 "(복지부에서) 최종적으로 보험료율을 8% 정도까지 생각하고 있는데 보험료가 어느 정도 될 것이냐가 국민으로선 가장 큰 관심"이라며 "건강증진기금 등에서 국고로 지원하는 비율인 20%를 안정적으로 확보했을 때 보험료율이 몇 %가 될 거라는 발표가 같이 나왔다면 풍요로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건강보험법상 국가는 매년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100분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건강보험공단에 지원해야 한다. 14%는 국고에서, 6%는 건강증진기금(담뱃세)에서 충당한다.

그러나 2007년부터 2017년까지 정부는 법적 기준보다 17조1770억원을 덜 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지난해와 올해 국고지원금 4조4121억원을 건강보험 재정으로 지원하지 않았다.

이에 무상의료운동본부 관계자는 "매년 3.49%씩 보험료율을 인상한다고 하는데 소득이 그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며 "반면 정부가 법령에 위배돼 국고지원을 덜하고 있는데 그걸 계속 유지하면서 가입자 보험료율을 인상하겠다는 건 건강보험 보장성 높이는 일을 가입자 돈으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정부는 이번 종합계획안 재정을 전망하면서 올해부터 2023년까지 보험료율 인상 수준을 애초 계획(3.2%)보다 높은 3.49%로 잡았다.

반면 정부지원은 2019년 수준인 13.6%를 2020년 이후에도 계속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2015년 16.1%, 2016년 15.0%였던 지원 비율마저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13.6%, 13.4%, 13.6% 등으로 떨어졌는데 그 수준을 정권 내내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정부는 보험료율 인상률을 평균 3.2% 수준에서 관리하면서도 매년 정부지원을 확대하면 2023년 후에도 건강보험 재정 적립금을 11조원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당기수지상으로 지난해 1778억원 적자가 발생한 이후 올해 3조1636억원으로 적자 폭이 늘어나지만 이후 2023년 8681억원 등으로 낮아질 거란 전망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는 "기획재정부에선 보험료의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국고지원에 대한 기준을 지금까지 지킨 적이 없다"며 "예상 수입액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라면 '전전년도 보험료 수입액의 얼마'라든지 명확한 규정이 있어야만 정부가 책임을 다해 노력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정책연구실장은 "지금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보험료를 올릴 수 있지만 법정 상한인 8%에 다다르면 국회에서 논의하게 된다"며 "지금 종합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그 시기에 가면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lim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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