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5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류장하 감독의 유작인 '뷰티플 마인드'는 10세부터 30세, 천재부터 노력파, 장애인부터 비장애인까지, 실력도 개성도 제각각인 뮤지션들이 '서로의 차이'에 귀 기울이며 오케스트라 앙상블을 맞추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겉으로 드러나는 차이로 장애가 부각되지만 감독이 말하고자 한 차이는 모든 개개인이 지닌 '삶의 속도'다.
류 감독과 함께 영화를 제작한 손미 감독은 "장애 여부보다 이들의 음악적 수준에 차이가 있다. 아주 잘하는 친구가 있는 반면, 계속 기다려줘야 하는 친구들도 있다. 그 과정들을 다 같이 한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삶을 살아가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는데, 나보다 조금 느리거나 조금 부족한 사람들,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있다. 그들과의 (조화를 위한) ‘속도 조절’에 대해 관객들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 영화네. 자, 울 준비하고 보자. 저들을 마음껏 동정하고 위안으로 삼으리라'식의 심산으로 접근하는 이들을 경계하는 이유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학생들의 외적, 내적 변화를 담아낸다. 주요 등장인물의 시점으로 제각각의 일상이 소개된다. 또 다층적으로 인물을 바라보기 위해 당사자와 주변인들의 인터뷰를 적극 활용한다. 개인에서 가정, 학교, 사회로 시점이 확장되는 방식을 취하기도 한다. 아이들 각자의 행적을 따라가다 보면 한 지점, 뷰티플마인드 앙상블 오케스트라로 모이게 된다.
주요 등장인물은 '4차원 마성의 매력부자' 기타리스트 심환(25), '절대음감이 장착된 베테랑' 기타리스트 허지연(30), '큐티뽀짝 프로 귀요미' 피아니스트 김건호(10), '노력형 천재' 첼리스트 김민주(21), '반전의 잠재력 고수'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진(21)과 이들의 가족들이다. 이들과 함께 비장애인인 첼로 전공 임하준, 작곡 전공 이한, 지휘자 이원숙 선생님과 뷰티플 마인드 뮤직아카데미 선생님들 모두 영화를 빛내는 주인공이다.
조 감독은 영화에서 오케스트라의 감동을 탁월하게 살려냈다. 엔딩곡은 관객의 마음 속에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조 감독은 "영화음악하는 사람이다보니 영화 제작자로서 내가 가장 잘 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음악이 사람들을 많이 치유한다고 생각한다"며 "리듬과 선율은 어두운 감정으로부터 사람들을 해방시켜준다. 그런 음악이 갖는 치유와 해방의 힘을 이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 감독의 철학과 의도는 학생들의 '진심이 담긴 연주'를 만나 비로소 완성된다. 이원숙 지휘자는 "아이들에게 '마음에 있는 소리를 들어야지'라는 말을 자주 한다. 항상 내 속에는 음악이 흐른다. 아이들 속에서도 음악은 항상 흐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음 속에 있는 진심을 찾아 연주해야 한다는 의미로 그 말을 항상 쓰는 것 같다"며 학생들이 언제나 진심어린 마음으로 음악에 임하기를 바랐다.
물론 장애인을 향한 따뜻한 시선도 촉구한다. 이원숙 지휘자가 말했다. "냉혹한 말일 수 있지만 눈으로 볼 때 우리 아이들은 다르다. 그건 아이들도 알고, 나도 알고, 여러분도 안다. 그렇지만, 다른 모습을 지녔지만 아이들이, 장애인 여러분들이 ‘자존감을 가지고 살 수 있도록' 사회 속에 분명히 존재하는 이들의 역할을 이들에게 부여한다면 함께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97분, 전체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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