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비준 데드라인 6월10일로 연기되나…노사 합의 가능성 주목

기사등록 2019/04/09 19:15:58

경사노위 " 노사 간 논의 이어나갈 가능성 열려 있어"

국회 논의 시작해도 사회적 합의 없이는 진통 불가피

6월10일 ILO 100주년 기념총회…文대통령 기조연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유럽연합 수석대표인 세실리아 말스트롬(앞줄 맨 왼쪽) EU 통상집행위원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FTA 이행 상황 평가 및 통상 현안 논의를 위한 한-EU 무역위원회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2019.04.09.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강세훈 기자 = 한국·유럽연합(EU) 무역위원회 참석 차 한국을 방문한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미비준 문제와 관련해 당장 전문가 패널 절차에 돌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우리 정부와 국회는 당분간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를 통한 노사 간 협상도 다시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말스트롬 집행위원은 9일 오후 4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조속한 시일에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가시적 진전이 없을 경우 전문가 패널 개시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믄 그는 "전문가 패널 소집에 대한 시한을 정하지는 않았다"며 "오늘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과 미팅을 통해 (한국 상황에 대한) 정보를 얻었고, 국회를 방문해서 얻은 정보를 통해 (언제 전문가 패널 소집을 개시할 지)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U가 지난달 3일 공개 서한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물을 내놓지 않으면 다음 단계인 전문가 패널 소집에 들어가겠다"고 압박했던 것에서 다소 완화된 분위기가 읽힌다.

말스트롬 집행위원은 "분쟁은 피하고자 하는 기본 입장을 가지고 있기에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U 측이 전문가 패널 소집의 명확한 시점을 명시하지 않은 만큼 일각에서는 ILO 100주년 기념총회가 열리는 오는 6월 10일까지 데드라인이 연장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어차피 ILO 기념총회 전에만 핵심협약 비준이 이뤄지면 문재인 대통령이 기조연설을 하는 데 이상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데드라인은 6월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노사 간 진통을 겪고 있지만 사회적 대화를 통한 협상을 이어갈 여지도 생겼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경사노위에서 노사 간 논의를 이어나갈 가능성은 분명히 열려 있다"며 "박수근 위원장이 4월 초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회로 '논의 결과'만 넘기겠다고 했던 것은 공익위원들의 생각이었을 뿐 노사와 공유한 생각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제별위원회에서 논의 하든 다른 회의체에서 하든 어떤 방식으로든 조금 더 사회적 대화를 해보자는 결정을 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사회적 대화가 조금 더 가동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사 간 논의가 장기간 진통을 겪은 만큼 합의에 이룰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노사는 경사노위를 통해 지난해 7월부터 이 문제를 논의해왔지만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경영계는 노조의 사업장 점거 금지,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등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반면 노동계는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서는 탓이다.

결국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합의가 어려워진다면 경사노위는 그동안의 논의 경과만 정리해 국회로 안건을 넘기고, 국회에서 새롭게 논의를 시작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합의를 이루지 못한 만큼 국회 논의 과정에서 난항을 겪을 가능성 또한 높은 게 사실이다.   

말스트롬 집행위원이 국회 의지를 확인한 후 마지막 분쟁 해결 절차인 전문가 패널 소집 개시 시기를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말스트롬 집행위원은 이날 이재갑 고용부 장관을 만나 "경영계의 우려와는 달리 ILO 핵심협약 비준이 오히려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위원장, 한국 경영계 등에 대해 ILO 핵심협약 비준의 필요성을 적극 설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쟁 해결 절차는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하는 것과 FTA 내에서 하는 것이 있다"며 "(전문가 패널의) 권고 사항은 각국에 구속력이 있게 된다. 또한 만약 분쟁 해결 절차로 넘어 간다면 해당되는 나라의 평판에도 큰 손상을 입게 된다"고 밝혔다. 

EU가 전문가 패널 절차에 돌입할 경우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견해가 분분하다.

경영계는 권고안의 법적 구속력이 없어서 경제 제재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무역보복조치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에 ILO 핵심협약 비준이 미뤄져도 당장 보복조치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경사노위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 공익위원인 이승욱 이화여대 교수는 "전문가 패널 제재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강경한 조치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kangs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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